본교 도서관에서 제공하던 논문 서비스가 1월부터 일부 제한되고 있다. 공급사의 구독료 인상 요구로 협상이 결렬돼서다. 이는 본교에 국한되지 않고 논문 활용도가 높은 대학가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은 논문 구독 중단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구독료 인상률 요구하는 업체

  논문공급업체의 지나친 구독료 인상률 요구로 대학 도서관을 통한 논문열람시스템에 일부 차질이 생겼다. 본교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급격히 오르는 전자자원 구독료는 대학 재정에 큰 부담이 돼왔다. 이에 대응해 본교 도서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장호성)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회장=우찬제, 대도연)가 주관하는 ‘공동구매 컨소시엄’에 참여해 왔다. 컨소시엄은 ‘전자정보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강권익·박금분, 비대위)를 구성해 논문 구독에 대한 보이콧으로 공급사들과 재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논문 서비스 업체 ‘KiSS’, ‘DBpia’와 적정 구독료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은 논문 공급사의 과도한 구독료 인상이다. KiSS의 경우 구독기관 규모에 따라 약 7~12%의 인상률을 요구했고, DBpia는 구독기관 규모와 구독 형식에 따라 약 5~19%까지의 인상률을 요구했다. 학술정보관리부 국종건 주임은 “보통 학술자원의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3~4%정도”라며 “두 공급사들의 인상률은 두 자리 수까지도 올라가니 대학 도서관에게는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협상 결렬에 학내 구성원들 ‘걱정’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서 학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학술지를 다루는 KiSS와 DBpia의 규모가 크고, 대학 구성원들의 이용률이 높아서다. 2016년 한 해 동안 본교가 구독한 KiSS 저널은 1897종이었고, DBpia로부터는 2016년에 1964종의 학술자료를 제공받았다. 본교 도서관 측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12개월 간 KiSS 다운로드 수는 45만9172건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보유한 DBpia의 다운로드 수는 89만2691건에 달했다. DBpia는 세종학술정보원 전자자료 구입예산의 1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5년간 발표된 문서의 인용횟수를 활용해 논문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h5-index’에 따르면, 최상위 10개의 한국어 저널 중 9종을 DBpia가 서비스하고 있다.

  학술 연구를 하는 교수들에게 논문 구독 중단은 큰 걱정거리다. 한자·한문연구소 김진경 교수는 “연구자 측면에서 논문을 쓰는 데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며 “논문을 다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연구소 김경현 교수 또한 “정보의 수집과 배급이 독점되어가는 상황 하에서 이런 일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하리라 본다”며 “기존에 해당 사이트들을 자주 이용하고 있었기에 소식을 접한 이후 여러모로 착잡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학업 과정에서 논문 서비스를 이용하던 학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강소정(사범대 지교16) 씨는 “학교 도서관을 통해 무료로 열람이 가능했기에 논문을 자유롭게 제공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학문 탐구에 큰 제약이 생기는 게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종경 전 대학원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교육이나 연구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이 사안은 사실상 공급사의 ‘갑질’ 문제”라며 “컨소시엄과 같은 단체 행동을 통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은 옳은 대응”이라고 말했다.

 

  대안 사이트와 외부 링크 제공

  현재 공동구매 컨소시엄은 도서관 개별 계약과 같은 후속 조치를 강구 중이다. 이창원 대도연 사무총장은 “궁극적으로 컨텐츠의 이용자는 학생과 교수”라며 “공급사들은 이익보다는 기업윤리의 측면에서 최종의 이용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본교 도서관은 외부 무료 제공 사이트와 공공기관의 원문복사서비스를 활용한 대안을 제시했다. 도서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KiSS와 DBpia 수록 논문 일부를 ‘한국학술지인용색인’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 직접 제공하지 않는 논문의 경우 외부 사이트와 연결되는 링크가 제공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같은 협력기관에 본교 도서관이 소장하지 않는 자료의 복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김경현 교수는 “인터넷의 발달과는 반대로 정보의 수집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공익의 차원에서 정보 수집과 배급의 구조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이지원 기자 apply@

그래픽│서이령 기자 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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