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호연학사에 거주하던 여자축구부원 A 씨가 보건당국으로부터 결핵을 확진 받았다. 이에 결핵 진단서 미제출 학생들의 거주를 허용한 호연학사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전문가는 대학 기숙사의 결핵 예방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핵 진단받았지만 추가 감염 없어

  작년 11월 29일 호연학사에 거주하던 여자축구부원 A 씨가 감기 증상으로 찾은 부산 소재의 병원에서 ‘상세 불명의 폐결핵’을 진단받았다.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를 전달받은 세종시 보건소는 A 씨에게 2주간의 등교 제한 처분을 내렸다. 이 기간에 A 씨는 같은 병원에 입원해 항결핵제를 복용했다. 동시에 세종시 보건소는 도말검사, 유전자검사. 역학조사 3가지 간이검사를 시행했다. A 씨는 도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유전자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세종시 보건소 보건행정과 박민지 주무관은 “2주 동안 약을 먹으면 결핵의 전염성은 90% 소실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작년 12월 13일 ‘일상생활과 단체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등교 제한이 해제됐다.

  세종시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결핵의 전염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추가적인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 보건소는 A 씨의 생활환경을 파악해 접촉자 범위를 조사했다. A 씨와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100여 명으로 파악됐으며, 그중 60여 명의 학생이 ‘이상없음’을 판정받았다. 다만 검진을 받지 않은 나머지 40여 명의 학생은 보건소에서 명단이 파악되지 않아 검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호연학사의 경우 보건소의 판단에 따라 접촉 대상자 범위에서 제외됐다. 박민지 주무관은 “호연학사의 통풍조건이 좋아 호흡기로 감염되는 결핵 특성상 감염경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게다가 A 씨의 경우 활동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타 학생들과 교류도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A 씨가 속한 여자축구부 전원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입사 불가’가 아닌 ‘벌점 1점’

  이번 결핵 환자 발생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의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호연학사 생활지원팀은 작년 12월 20일 결핵 확진자가 있었음을 학생들에게 밝히고 희망자에 한해 무료 결핵 검진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보건소에서의 확진 판정 이후 약 3주가 지난 뒤였다. 이종태(보과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결핵 전염 확산방지 차원에서 봤을 때 늦은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대에 재학 중인 17학번 정 모씨는 “결핵이라는 게 전염성 있는데 너무 미흡하게 처리하는 게 아닌가”라며 “최소한 결핵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전에 미리 학교에서 상황보고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호연학사의 결핵 예방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호연학사는 기숙사 입사 전 결핵 진단서 제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입사 후 진단서를 뒤늦게 내는 학생뿐만 아니라, 거주 내내 제출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결핵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벌점 1점만 부과된다. 김현지(글로벌대 글로벌경영17) 씨는 “결핵 진단서를 제출하러 갔는데 제출 여부를 제대로 확인도 안 하셨다”며 “좀 더 확인절차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태 교수는 “결핵 진단서를 받는 이유가 전염관리와 예방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입사 후에 진단서를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핵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기숙사에 거주하도록 허용하는 시스템 역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타 기숙사의 경우 결핵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의 거주를 금지하고 있다. 안암학사는 결핵 진단서를 제출해야 입사가 허용되며, 거주하는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결핵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도 결핵 확인을 위한 흉부 엑스레이가 포함된 건강 진단서, 홍역예방접종확인서를 제출해야 입사가 가능하다.

  결국 재발 방지를 위해선 체계적인 메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태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결핵을 비롯한 전염병 발생 시 관리 메뉴얼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숙사처럼 집단으로 활동하는 공간은 특히 전염병 예방을 위한 관리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연학사 생활지원팀 장성규 차장은 “결핵 진단서를 최대한 빨리 내도록 요청하지만 학생들이 잘 따르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장 차장은 “앞으로 진단서를 내지 않는 학생에게 퇴사처분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학교의 대응이 늦어 학생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글│엄지현 기자 th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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