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목요일에는 점거텐트가 공사현장의 입구 옆으로 이동한다.

  새해 벽두부터 SK미래관 공사현장 입구에 텐트가 설치됐다. SK미래관 공사현장 점거를 위해서다. 현재 공사 지연 문제와 그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해 점거는 부분적으로 진행 중이다. 문과대 학생회(회장=이재열)는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을 주장하며 SK미래관의 민주적 운용과 학내 구성원 의견수렴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총회부터 점거에 이르기까지

  문과대 학생회 ‘서로소리’는 문과대학 운영위원회 산하에 ‘SK미래관 즉각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조성원, SK특위)’를 구성해 행동에 돌입했다. SK특위는 작년 12월 21일 △SK특위와 염재호 총장과의 대화 △SK미래관 설계도면 변경 △도면 변경 전까지 공사 중단을 안건으로 문과대 비상학생총회를 소집했다. 문과대 학생 352명이 민주광장에 모였고 학생총회는 성사됐다. SK특위는 학생총회의 성사 소식과 학생 981명의 연서를 학교에 전달했다. 하지만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SK특위는 2일 새벽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공사현장 입구를 텐트로 봉쇄하는 점거를 시작했다.

  현재 문과대 학생회는 학교의 일방적 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용도 변경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염재호 총장은 19대 총장 후보시절 공약집에서 문과대학 공간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SK인문미래관’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선 이후 SK인문미래관은 문과대학 건물이 아닌 전교생을 위한 토론 전용 교육관인 ‘SK미래관’으로 목적이 변경됐다. 정태헌 문과대 학장은 “‘SK인문미래관을 지어서 문과대학의 공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을‘SK미래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문과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양해를 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2015년도 당시 문과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이승준(문과대 심리11) 씨는 “SK미래관의 용도변경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바 없고 의견수렴은 전혀 없었다”며 “당시 문과대 학장님으로부터 ‘홍보관을 허물고 문과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교 본부는 “SK미래관과 타 신축 건물을 통한 문과대 공간부족문제 해결방안을 두고 오랜 기간동안 문과대학과 협의과정을 거쳤다”고 반박했다.

 

  안전문제 제기돼…충분한 사전 검토 있었나

  현재 문과대 학생회의 공사현장 점거는 화, 수, 금요일에만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월, 목요일엔 공사현장 입구 옆으로 텐트를 옮긴다. 공사현장을 점거해 공사를 중단시키겠다는 목표에 비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공사현장의 안전문제가 계기로 작용했다. SK미래관 시공사인 (주)두산건설 A 과장은 “시멘트를 부어야 할 상황에서 점거가 진행되고 있어 레미콘 진입이 불가능해 건물 자체가 내려앉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과대 학생회는 시공사와 협의를 통해 점거 빈도를 조정했다. 하지만 점거가 그대로 진행되는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도 안전사고의 위험은 여전하다. 철근자재를 운반하는 트럭이 원래 통로가 아닌 공사장 출구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어서다.

  시공사와 하청업체 근로자의 불만도 있다. A 과장은 “공사가 지체돼 SK미래관 건물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결국 시공사가 손해비용을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관련 하청업체 대표 B 씨는 “공사가 지연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하청업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점거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SK미래관의 공사를 완전히 중단시키지 못해 학교 측의 입장변화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준오(문과대 영문17) 씨는 “핵심 주체는 시공사가 아니라 결정의 주체인 총장”이라며 “공사장 점거가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성원 SK특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점거 자체가 어려움이 있고, 성급하게 비춰질 수는 있다”며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문과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래대학 점거와 무엇이 다른가

  학생사회는 대(對) 학교 투쟁의 한 가지 방식으로 점거를 활용해왔다. 가장 최근 사례로 2016년 11월 미래대학 점거가 있다. 당시 미래대학 점거는 본관점거위원회(회장=박세훈)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점거를 단행해 미래대학 계획안 철회를 이끌어냈다. 이번 SK미래관 점거도 같은 방식이지만 과정에 있어 차이가 있다.

  당시 학생사회는 자유전공학부 학생회(회장=복금태)를 중심으로 점거를 단행하기 전까지 오랜 준비 시간을 거쳤다. 전체학생총회 개최, 토론회 무산을 비롯해 충분한 여론전을 거치며 전학적인 차원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점거에 돌입했다. 하지만 문과대 학생회는 종강 당일 급하게 비상총회를 열어 학생들의 관심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

  SK미래관 기초공사도 상당히 진행됐을 뿐더러, 본관 건물을 점거했던 미래대학 사태 당시와 달리 점거가 학교 본부의 행정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적 적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본관 점거나 그에 준하는 움직임은 시기상조”라며 “공간대책위원회 산하에 건물별 소위원회를 꾸려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방학이라는 시기상의 문제도 있다. 학내 사안 자체에 대해 관심이 떨어지는 방학부터 점거가 시작돼 학생들 사이에서 문제의식이 전해지기 어려웠다. 실제로 점거에 참여하는 김소희(문과대 국문16) 씨는 “계절학기마저 끝나면 그나마 있던 학생들의 관심도 떨어질까 걱정”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홍보관 철거’ 구상, 계속되는 갈등

  한편, 2일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염재호 총장은 “SK미래관을 완공하고 홍보관 자리에 정경대 신관과 문과대 신관을 신축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SK미래관은 그대로 진행하고 홍보관을 철거해 문과대학 건물을 신축하겠다는 이야기다. 조성원 SK특위원장은 “학생들의 요구안에는 답변하지 않고 교수들만 자리한 곳에서의 해당 발언은 매우 기만적”이라며 “홍보관 철거 시 홍보관 내 자치기구, 과‧반실에 대해서는 어떤 공간을 마련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발하는 학생들과 달리 문과대 교수진들의 입장엔 온도 차가 있다. 정태헌 문과대 학장은 “홍보관 자리에 문과대 건물을 세우는 구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문과대도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 본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와 현안 해결 방법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변은민 기자 silverly@

사진│김혜윤 기자 cu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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