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이자 연구자로서 교정에 선지 어언 26년. 퇴임을 앞두고 박성근(이과대 물리학과) 교수는 소감을 담담히 풀어냈다. “고려대에서 교수로 보낸 26년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교정을 나섭니다.”

  ‘입자 검출기’를 수십 년간 연구한 박 교수는 입자물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입자 검출기란 물질과의 상호 작용을 이용해 방사선을 검출하는 장치로 입자물리학 연구의 기반이다. “몇 개의 기본 입자로 거대한 우주의 원리를 밝힌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자연스레 입자물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기본 입자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입자물리학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박 교수의 노력으로 본교에 ‘한국검출기연구소(Korea Detector Lab)’도 설립됐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의 실적은 입자 검출기 분야에서 학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분야의 연구가 성공적이라면 미래에 암 치료 연구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학부생 시절의 ‘혹독했던’ 전공 수업은 박성근 교수가 저명한 입자물리학 전문가로 서는 밑거름이 됐다. “학부 3학년 시절, 교수님께서 첫 수업시간에 강의 교재로 쓰일 원서를 들며 ‘읽어 봤는데 이해가 잘 안 되니 공부는 각자 알아서 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는데 당황스러웠죠.” 그 후 머리를 싸매며 원서의 내용을 이해하고자 씨름했던 시간이 계속됐다. “힘들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깨우친 훌륭한 강의였어요. 이 덕분에 제 전공 분야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죠.”

  학부 시절 쌓은 자기 주도적인 학문 탐구의 경험은 그가 연구자의 길을 들어선 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기술 수준과 재정 여건으로는 입자 검출기를 제작할 수 없었던 1996년, 박 교수는 이탈리아를 찾았다. 하지만 당시 도움을 얻고자 방문했던 이탈리아 소재 회사는 보안을 이유로 박 교수를 문전박대했다. “그 회사 사장은 기술을 가르쳐주기는커녕, 사진을 찍지도 못하게 했어요. 결국 우리 힘으로 검출기를 제작하여 기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귀국 후 박 교수는 1년간의 성능 실험을 거쳐 국내 최초로 자체 기술만을 활용한 입자 검출기를 만들어냈다. “검출기를 보고 세계의 전문가들이 많은 격려와 칭찬을 해줬습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이 지금까지의 연구에 원동력이 됐어요.”

  박성근 교수는 물리학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들며 더 많은 후배들이 물리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전했다. “힉스 입자와 블랙홀, 암흑 물질을 포함한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이 많이 있어 지금은 물리 공부를 하기에 정말 좋을 때입니다.” 그는 퇴임 후 전공인 물리학을 기반으로 형이상학을 적용해 공부할 계획이다. 과학과 철학, 종교를 접목해보겠다는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박성근 교수는 끝으로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사람마다 독특한 점들을 갖고 있으니,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일치시키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노력하세요.”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겁내지 마세요. 물길을 따라 큰물을 헤엄쳐 나가는 리더가 되시길 바랍니다.”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사진제공│박성근(이과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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