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쪽에 큰 책상이 있었는데, 허허.” 정년퇴임을 앞둔 임해창 교수(정보대 컴퓨터학과)는 물건 대부분이 정리돼 사무실이 한적하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1991년부터 본교에 부임해 컴퓨터 공학도를 이끈 지 어느덧 27년. 임해창 교수는 지난 세월을 되새기며 소회를 밝혔다. “재임 동안 학교를 위해서 제대로 봉사를 했는지, 그런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은 아무 탈 없이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임해창 교수는 석탑강의상을 10번이나 수상할 만큼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교수였다. 그는 가르쳤던 과목이 인공지능, 정보 검색과 같이 인기 있는 학문이라며 겸손해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학생들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는가가 비결인 거 같아요. 학생 이름과 얼굴을 외우려고 포털의 사진대장을 인쇄해 보기도 했죠. 교수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임해창 교수의 진심 어린 지도는 IT 계열의 걸출한 인재 배출로 이어졌다. ‘컴투스’ 박재영·이영일 설립자,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이 그의 제자다. “제가 맡은 자연어 처리 연구실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제가 첫 번째로 석사학위를 수여한 제자는 본교 교수가 됐고,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도 같은 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하는 재목들이에요.”

  보고서 표절 검사 프로그램 개발로 ‘KBS 9시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 임해창 교수는 자연어 처리 분야의 저명한 권위자다. 자연어 처리는 일상에서 사용한 언어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중축인 인공지능 기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임해창 교수는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시대를 꿈꾸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언어이고 그 언어를 분석하는 학문이 자연어 처리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기계에 접목하는 기술인만큼 자연어 처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죠. 자연어 처리가 발전한다면 영화 <Her>처럼 인공지능과 소통하고 더 나아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본교 독문학과 72학번 졸업생인 임해창 교수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동기들끼리의 끈끈한 모습이 적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데모가 많은 시절이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취업 걱정이 덜해서 그런지, 더 잘 단결됐던 거 같아요. 반면 요즘 세대는 당장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자기 전공 외 활동을 하기 어려워하더군요.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는 성적만을 좇다 보면 내실을 쌓을 수 없다며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시험 성적은 많은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에서의 점수일 뿐, 그 사람 자체의 실력이 아니에요. 후배들은 학부 때부터 성적을 위한 최소한의 공부보단 진정한 자기 실력을 키우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임해창 교수는 정든 교정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제자들과 인공지능 및 자연어 처리 연구를 지속하고 교회에서 봉사도 할 예정이다. “제자들이 도움을 요청해 NC소프트 연구센터에서 자문교수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또 교회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자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교사자격증 2급을 공부하고 있죠. 현재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정말 많은데,이들을 도우며 제가 받은 은혜를 갚고 싶어요.”

  그는 평소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라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든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답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글 ∣ 김인철 기자 aupfe@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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