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대화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었죠.” 정년 퇴임을 앞둔 윤성식(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삶이 기대되면서도 학생들과 헤어지는 것은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다. 퇴임 후에도 소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학생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났다.

  행정학과 71학번인 윤성식 교수는 졸업 후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1992년 본교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6년을 행정학과 교수로 살아온 그는 행정학이야말로 굉장히 융합적인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동시에 행정학이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인식되는 것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행정학은 공공부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학문이에요. 그만큼 폭넓게 공부해야 하고 다방면으로 사고할수록 재미있죠.”

  윤 교수는 ‘수업은 잘 빼먹지만 부지런한’ 대학생이었다. “학창 시절에 모범생이라고 할 수는 없었죠. 수업이 재미없어서 출석도 잘 안 했으니까요. 그래도 수업 외의 공부는 열심히 했어요.” 윤 교수가 학부생이던 시절 당시 본교엔 ‘도서 대출 수첩’이 있었다. 1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두꺼운 대출 수첩을 다 썼다는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폭넓은 독서 덕분에 잡학에 밝은 교수가 되었죠.”

  한 분야에서 권위자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윤 교수에게는 다른 학문을 가르쳐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학사, 버클리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경영과 경제를 결합한 과목을 고안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문의 융합을 얘기하지만 여전히 경제학과 경영학은 따로 놀고 있어요. 두 과목의 교집합이 큰 만큼 결합해서 가르칠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클 거예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구열은 그가 때론 의외의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불교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그 예다. 윤성식 교수는 동국대에서 불교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연히 보리수선원에서 명상을 배우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불교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됐죠.” 언젠가 불교와 우리 삶에 대해서 강의해보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보통 불교 교리만 이야기할 뿐 삶과 연관 지어 강의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불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이 종교의 영역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쉽죠. 우리 삶과 결합한 강의를 해보고 싶어요.”

  그는 교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기숙사 고시동 사감 시절을 떠올렸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고시동을 관리하던 그를 찾아와 고민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학생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죠. 그렇게 대화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도와줬어요.” 학생들과 소통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퇴임 이후에도 학생들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틈틈이 유튜브에 올리고 있어요. 블로그와 페이스북 활동도 하고요. 앞으로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요.”

  윤성식 교수는 학생들이 행복한 성공을 좇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론 성공도 중요하지만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어떤 삶이 스스로에게 행복한 삶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면 좋겠어요.”

 

글 | 박연진 기자 luminous@

사진 | 김도희 기자 doy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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