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어렵게 여기는 교수들도 삶의 여러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한 ‘사람’에 다름없다. 정년 퇴임하는 선정규(글로벌대 중국학) 교수 역시 사회 진출과 연구자의 길 사이에서 심적 갈등을 겪었다. 세종캠퍼스 전체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끊임없는 선택의 길에서 고민을 거듭해왔다고 밝혔다. “두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가든 다른 쪽은 알 수 없으니,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선정규 교수는 72학번으로 본교 문과대학 중국어문학과 1회 입학생이자 1회 졸업생이다. 학과 선배가 없어 자연스레 입학 동기들과 유대가 강했다는 그는 상기된 얼굴로 대학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올랐다. “응원 열기가 대단했던 연세대와의 첫 농구정기전이 떠오르네요. 체육대회를 하면 우승은 못 해도 상위권엔 꼭 들었죠.” 그는 끈끈했던 동기들만큼이나 당시 교수들과의 거리도 가까웠다고 회고했다. “초대 학과장 선생님이 작고하신 김준엽 전 총장님이셨습니다. 김준엽 총장님이 1기생들의 이름을 언제나 기억하고 계셔서 놀라웠죠.”

  2학년 때 세계청년캠프 참가 자격으로 다녀온 대만여행을 계기로 선정규 교수는 학문의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만에서 처음 접한 중화권 문화와 새롭게 사귄 현지 친구들은 그가 중문학자의 꿈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본교 대학원 재학 중 고민을 거듭한 끝에 1979년 대만 소재 대학으로 유학을 갔어요. 그 이후로 중문학자의 길을 걸어왔죠.”

  서른을 갓 넘어 일찍이 교수 생활을 시작한 선 교수는 34년 동안 ‘교학상장(敎學相長)’(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진보함)을 마음에 새겼다. “돌이켜보면 학교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수업시간이었어요. 교수로서 수업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은 행복이죠. 학생들은 지루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얼마 전 한 제자가 전임교수 임용 소식을 전해왔다고 덧붙이는 그의 얼굴에선 제자들에 대한 애정과 뿌듯함이 묻어났다. “가르친 학생들이 꿈을 이루고 연락이 올 때 큰 행복을 느낍니다.”

  보람찼던 교육자의 시간과는 달리, 본교 세종캠 부총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선정규 교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은 세종캠에서 2015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시행했다. “바늘방석에 앉은 듯했습니다. 세종캠 학생들이 받았을 열패감을 생각하면 고통스러웠어요.” 선 교수는 이 시기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세종캠이 ‘제2 창학’ 수준의 전환점으로 삼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세종캠 구성원들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덕에 큰 불협화음 없이 구조개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세종캠은 2016년 재평가에서 A등급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선정규 교수는 ‘아직 안주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학제와 커리큘럼을 새롭게 개발하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도록 학사행정이 이루어져야 해요.” 동시에 그는 세종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서울캠퍼스가 항공모함이라면 세종캠퍼스는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쾌속전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0년 후 세종캠퍼스는 상상할 수 없이 새로운 캠퍼스가 될 거에요.”

  선정규 교수의 마지막 바람은 본교 구성원들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논어의 구절처럼 ‘학불염이교불권(學不厭而敎不倦)’(배우는 것에 싫증을 느끼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않음)했던 사람으로 비쳤으면 그만한 영광이 없겠죠.” 사자성어를 즐겨 쓰기로 익히 알려진 그답게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도 사자성어로 대신했다.

  “‘불성무물(不誠無物)’(절실하고 진실한 마음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음). 하루하루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언제나 열과 성을 다하세요.”

 

글 · 사진│엄지현 기자 th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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