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숙의학관에서 내려다 본 개운사길 주변 원룸촌, 소규모 원룸 빌딩이 빽빽이 들어차있다.

  #1. 막상 홀로 서울에서 산다는 건 두려운 일이에요. 혼자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부터 부담으로 느껴져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두려운 건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보증금과 달마다 50만 원 가까이 빠져나가는 월세예요. 대학 합격의 기쁨도 잠시,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해지는 3월이네요.

-경희대에 진학하는 서 모씨-

  #2. 이제 혼자 객지에서 살게 됐어요. 머무를 곳을 찾고는 있지만 비용과 시설을 고려하다보면 선뜻 결정하기 참 힘드네요. 지방에서 올라가는 저로선 주거지 근처 생활환경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터라 좀 더 발품을 팔아봐야겠어요.

-본교에 진학하는 위 모씨-

  설렘을 가득 안고 상경한 학생들은 저마다의 주거 고민을 안고 새 학기를 맞이한다. 다행히도 기숙사에 들어간 학생들은 부담을 덜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머무를 집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학생들은 비싼 보증금과 월세 앞에서 주저하기도 하고, 열악한 시설에 실망하기도 한다. 혼자 사는 학생들의 고민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지켜봐야 하는 공동의 문제다.

  주거비 부담에 짓눌려

  1450만 원과 49만 원. 대학생들이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 보이는 이 숫자는 2016년 기준 서울지역 대학가 원룸들의 평균 보증금과 월세다. 대학가는 주거 수요가 높고 전철 역세권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방값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 이미 탄탄한 고정 수요가 형성된 대학가 방값은 학생들의 입장에선 높은 벽이다. 가정의 지원 없이는 단순히 과외나 아르바이트만으로 월세와 생활비 모두를 감당하기엔 어렵다. 오세영(연세대 의학13) 씨도 “자취를 하려고 방을 둘러보고 있지만 신촌 방값이 꽤 비싼 편이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보증금은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 해도 한 달 아르바이트 소득에서 월세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박희수 공인중개사는 “입지 대비 방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싼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실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시립대 남진 교수 등이 작성한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 분석’ 논문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서울시 소재 대학생들의 평균 월 소득은 79.67만 원이고 이 중 31.77만 원이 주거비로 사용된다. 이에 평균 주거비 부담률 지수(월평균 주거비/월평균 총소득)는 대학생 가구가 0.398로 0.242인 일반가구에 비해 매우 높다. 이러한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실태는 대학생의 소득과 지출의 불균형을 악화시킨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자취를 하는 대학생의 소득 평균은 약 56만 원인 데 비해 지출 평균은 약 86만 원으로, 소득과 지출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오혜빈(문과대 국문16) 씨는 “단순히 대학생이 벌 수 있는 소득만으로는 지출을 전부 감당하기 힘들다”며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적어도 세 개는 해야 월세와 생활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방은 구했어도…불만족스러운 주거환경

  머무를 곳을 어렵사리 구했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부담되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방을 계약했다 하더라도 주거의 질이 보장되지 않아서다. 이는 대체적으로 방을 구할 때 다른 요인보다 가격을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의 처지에서 기인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증금과 월세 수준을 주거지 선택의 우선 요인으로 여기는 자취생들이 1068명 중 40%에 달했다. 하지만 주거 내부 환경을 결정짓는 방음 및 사생활보호, 주거지 면적, 통풍 및 채광, 난방 및 온수 등의 요인은 평균 4.2%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주거지 근처 치안 및 안전과 대중교통 접근도 등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평균 6.6% 꼴로 저조했다. 방값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주거지 선택 과정에서도 경제적 요인이 우선적으로 고려돼 다른 환경적 요인은 뒤로 밀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생활의 불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원룸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원룸의 경우 건축 비용을 줄이려 석고보드 등을 이용해 가벽으로 시공하는 경우가 빈번해 소음 문제가 빈번하다. 건축시공업자 권 모씨는 “원룸 시공 단계에서 콘크리트 벽으로 방을 나누지 않는 이상 방음이 잘 되긴 어렵다”며 “가벽에 흡음재를 넣어 시공하더라도 방음이 완벽하게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생들의 생활 속 불편으로 이어진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이 모씨는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당혹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며 “옆방에서 용변 보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방음뿐만 아니라 가격에 비해 열악한 시설도 문제로 제기됐다. 원룸은 세입자가 빈번히 바뀌기에 입주 시 보수가 잘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공과대 17학번인 윤 모씨는 “건물 벽끼리 맞물리지 않아 벽 모서리가 벌어진 부분을 벽지로 감춰놓은 것을 발견했다”며 “가려놓은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또 “욕실 세면대가 바닥에 고정돼있지 않아 덜컹거리고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원룸보다 비용 부담이 덜한 하숙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분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하숙의 경우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해서다. 낙후된 시설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숙을 하는 학생이 문제를 경험하는 요인에 공동시설이 65.2%를, 낙후된 시설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58.7%를 차지했다. 문과대 17학번인 이 모씨는 “공용 샤워장의 경우 아침마다 많은 인원으로 붐빈다”며 “함께 쓰는 시설이라 비위생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문과대 16학번인 이 모씨는 “하숙집이 대체로 오래되거나 낡은 건물인 경우가 많다”며 “내부 시설이 낙후돼 사용하는 데 애로사항이 다소 있다”고 말했다.

  마음에도 멍드는 학생들

  혼자 사는 학생들은 정서적인 고충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혼자 살게 되면서 생활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이는 우울증과 불면증 등을 동반하고 심리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1인 가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리적 불안감과 외로움이 36.9%로 생활 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대 13학번인 안 모씨는 “좁은 공간에 대화할 상대도 없이 혼자 있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라며 “불면증으로 인해 제대로 자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대학생들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고등학교 재학까지는 정해진 집단에서 지냈지만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면 그러한 틀이 없어진다”며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도 학생들에게 고립감을 더한다”고 진단했다. 본교에 재학 중인 16학번 김 모씨는 “가족과 함께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 서울에서 살게 되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이 겹쳤다.”며 “혼자라는 생각에 소외감이 들어 생활이 너무 공허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립은 정서적 문제뿐만 아니라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자살의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찬승 전문의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돼야 하는 것은 연결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이라며 “스스로 소외되고 고립됐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타인과 만나고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서적 네트워크는 우울과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망”이라며 “고립을 경험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 박형규 기자 twinkle@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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