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대는 2017학년도 2학기 기준 학부 재학생이 4014명으로 본교에서 학생 규모가 가장 큰 단과대다. 이에 비해 문과대를 위한 강의실, 연구실, 자치공간은 현저히 부족하다. 전공강의를 듣기 위해 캠퍼스 끝과 끝을 뛰어 다녀야하고 자치공간마저 협소하다. 교수들의 학술 활동에 필수적인 연구공간도 부족하다. 공간 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염재호 총장은 신년사에서 “홍보관 철거 후 문과대 신관을 짓겠다”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은 알려진 바 없다. 아울러 염 총장이 SK미래관의 용도에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서, 문과대 신관 건설 문제가 학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심각한 문과대 강의실‧연구실 부족

  문과대 학생과 교수들은 전공 수업을 위해 서관과 타 건물을 바삐 이동해야 한다. 2018학년도 1학기 문과대 개설 학부전공과목 총 345개 중 153개(44.3%)의 과목만이 문과대 건물인 서관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과반의 전공과목들이 타 단과대학 건물의 강의실을 이용하고 있다. 대학원 역시 개설과목 140개 중 82.1%에 달하는 115개 과목이 타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 중이다.

  문과대 강의실 부족 문제는 다른 단과대와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영대의 경우 학부전공과목 중 한 과목을 빼고는 모두 경영대 강의실을 이용하고 있다. 사범대 역시 5개의 강의를 제외한 모든 강의가 사범대 강의실에서 열린다. 경영대와 사범대는 대학원 개설 과목의 자대 강의실 이용비율도 각각 100%(34개), 98%(76개)에 이른다. 비슷하게 공간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정경대조차 112개 과목 중 64개의 과목(52.8%)이 자대 강의실을 이용하고 있다.

  문과대 구성원들 사이에선 부족한 공간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멀리 떨어진 전공 수업 강의실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박민지(문과대 사회16) 씨는 “수업을 듣기 위해 서관에서 우당교양관, 심지어 LG-POSCO경영관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영진(문과대 영문16) 씨는 “전공 수업은 운초우선교육관 같은 멀리 위치한 사범 대학 건물로 옮겨 다녔다”며 “그나마도 유일한 문과대 건물인 서관도 노후돼 책상도 낡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문과대 교수 연구실도 부족한 실정이다. 수업과 연구에 필요한 공간 부족은 교수들의 활동에 제약이 되고 있다. 정태헌 문과대 학장은 “문과대 교수 134명 중 서관에 연구실이 있는 분은 87명에 불과하다”며 “법학관 구관, 운초우선교육관 등 다섯 개 건물에 교수연구실이 흩어져 있어 강의 동선이 길고 학생 지도와 공동연구 등에 애로가 크다”고 말했다. 떨어진 교수연구실은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허은(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문과대 교원들이 소속 단과대학 학생들이나 학과 학생들과 분리되어 있는 현실은 당연히 문제가 많다”며 “학생들이 부담 없이 교수들과 학문적, 학문 외적 관심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학생들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고 덧붙였다.

인원에 비해 턱없이 좁은 자치공간

  학생들의 쉼터이자 선후배간 교류의 장인 자치공간마저도 변변치 못하다. 시설부에 따르면 홍보관에 위치한 문과대 과·반별 자치공간의 평균 면적은 약 20㎡다. 법학관 구관에 위치한 자유전공학부의 자치공간은 학번 당 약 30명 정원인 4개의 반이 각각 한 방을 사용하는데, 각 방 평균 면적은 약 24㎡이다. 한 학번에 약 120명인 문과대 영어영문학과도 자유전공학부와 마찬가지로 4개의 반으로 나눠져 있지만 이들은 더 작은 자치공간을 120명이 함께 사용해야한다. 홍보관 내 가장 넓은 자치공간을 가진 문과대 소속 학과는 면적 23.7㎡의 과방을 사용하는 사회학과인데, 사회학과와 비슷한 정원인 미디어학부 자치공간의 면적은 82.21㎡이다. 비슷한 정원이지만 자치공간의 규모는 3.5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에 장완재 제5대 심리학과/싸이코반 공동학생회장은 “새내기새로배움터나 주점 등 물품을 구비하고 보관해야 하는 행사가 끝난 후에도 남은 물품들을 과실에 둘 공간이 없어 복도에 보관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통행도 불편하고 도난의 위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번 학기 새내기새로배움터 주체였던 심수빈(문과대 독문17) 씨는 “간단한 회의마저 과방에서 진행하기가 불편해 복도나 서관에서 한다”고 말했다. 조근식(문과대 영문13) 씨는 “학과 동기나 선배들끼리의 친목 교류가 지지부진했던 데에는 같이 모일만한 자치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지저분해서인 듯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총장면담 성사, 구체화는 아직

  이러한 문과대 공간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문과대 학생회(회장=이재열)는 공사 중인 SK미래관에 문과대를 위한 공간을 요구했다. 문과대 학생회는 문과대운영위원회 산하에 ‘SK미래관 즉각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조성원, SK특위)’를 구성해 지난 겨울방학 기간 행동에 나섰다. 2학기 종강 직전 열린 비상총회 성사 이후 SK특위는 점거 농성에 돌입했고 점거 21일 만에 문과대 학생회와 총장 간의 면담이 이뤄졌다. 염재호 총장은 문과대 학생회의 요구에 대해 “문과대 공간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나 기부자의 뜻에 따라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신해 염재호 총장은 신년 하례식에서 언급한 ‘문과대 신관’ 구상안을 제안했다. 관련 논의에 대해 염 총장은 문과대 학생회장단에게 지속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현재 문과대 신관에 대해 ‘홍보관 철거 부지에 지어진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는 상태다. 구체적인 철거, 건축일정과 내부 구성계획에 관해 아직까지 공식화된 바는 없다. ‘여름방학까지 홍보관을 철거한다’는 소문에 대해서 학교 본부는 “기획 단계의 초기 구상안이었을 뿐 홍보관 철거와 관련해 현재 정해진 바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장면담 이후 조성원 문과대 부학생회장은 “SK미래관에 대한 요구를 총학생회와 연대해서 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현재 총학생회 공간특별위원회 ‘SK미래관소위원회’와 ‘홍보관소위원회’가 발족되어 첫 회의 일정을 잡고 있다”며 “이에 맞춰 현재 문과대운영위원회 산하 SK특위 체제에서, SK미래관과 홍보관 문제를 다루는 ‘문과대 공간대책위원회(가제)’로 전환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 | 변은민 기자 silv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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