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심의위원회 협의 결과 작년 11월 교육부, 사립대, 학생대표 3자 협의체에서 합의한 입학금 단계적 폐지안에 따라 5년간 입학금이 16%씩 인하된다. 2018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는 1월 9일부터 25일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올해 등심위는 입학금 인하를 비롯해 △실험실습비‧교과과정운영비 개편 및 사용 내역 공개 △법인전입금 확보 △외국인 등록금 인상 △학생 복지 예산 배정을 논의했다.

투명성 확보한 실험실습비

  학생 대표 측은 등심위의 제1성과로 ‘실험실습비와 교과과정운영비 개편’을 꼽았다. 기존의 실험실습비 및 교과과정운영비 관리 규정은 비용의 사용 범위가 불분명하게 명시돼 있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지금까지 학과마다 이 비용을 사용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며 “현 규정에는 교수 회의경비처럼 불필요한 사용 내역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등심위원들은 기존의 관리 규정에서 교과과정운영 및 실험실습교육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항목을 삭제하고 실험실습환경 개선비용을 확대한 개편안을 마련했다. 회의경비, 임시직원 인건비, 실비 변상적 경비 항목이 삭제됐고 실험실습환경 개선공사비, 실험실습용 기자재 항목이 각각 추가, 확대됐다.

  실험실습비와 교과과정운영비의 사용 방식도 변화된다. 등심위에서 마련한 개편안의 세부 항목은 모두 전산화되며 해당 비용을 사용할 때는 용처를 선택하고 학교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학교와 학생 위원들은 실험실습비와 교과과정운영비의 사용 내용을 각 단위의 학생회에 매 학기 최소 1회 이상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법인출연기본금 60억 원 확보

  2018학년도 등심위의 또 다른 성과는 법인출연기본금 60억 원 확보다. 법인출연기본금은 토지와 건축물에 상당하는 법인전입금이다. 염재호 총장은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인문사회‧자연계 건물과 기숙사‧체육 시설 신축을 약속했다. 올해 예정된 신축 및 개·보수 계획이 많은데도 본교 법인 고려중앙학원에서 부담하는 법인출연기본금은 0원이었다. ‘사립학교법 제5조(자산) 제1항’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당해 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춰야 하나, 학생 측은 본교 법인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인은 출연기본금 60억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웅 경영대 학생회장은 “법인출연기본금 납부는 진작 이뤄져야 했는데 이제라도 이뤄져 다행”이라며 “앞으로 법인이 학교 재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상된 외국인 학생 등록금

  학교 측은 입학금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외국인 학생 등록금을 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학생 복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생 측은 인상된 등록금을 사용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며 반발했다. 이와 함께 구글독스로 수렴한 본교 학생 165명의 반대 의견과 성명서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토론 끝에 학교 측은 ‘외국인 재학생‧신입생 모두의 등록금을 10% 인상하겠다’는 기존의 안을 ‘외국인 재학생의 등록금은 동결, 신입생부터 5% 인상’으로 수정했다. 수정된 인상안은 학생위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위원 6인과 총장이 추천한 회계사 1인의 찬성으로 가결 처리됐다.

  본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리나(Lina, 미디어17) 씨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추가로 제공하는 강의는 ‘사고와 표현’밖에 없고 특별한 혜택도 거의 없다”며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등록금 인상을 논의한 건 학교가 외국인 학생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해당 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김종경 전 일반대학원총학생회장이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 인상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사퇴했다. 김종경 전 회장은 3차 등심위 회의에서 “외국인 대학원생들은 국비 장학금 비율이 높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덜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전 회장은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다음 날 자진 사퇴했다. 공석이 된 일반대학원총학생회장 자리는 서봉호 일반대학원총학생회 외국인유학생위원장이 대신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외국인유학생위원장이 학생위원으로 위촉되자 이전까지 외국인 학생 차별 발언을 하던 학교 측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앞으로도 등심위에 외국인 학생을 대변할 수 있는 학생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록금문제특별위원회(위원장=김가영)는 학부 유학생회를 구성하고 타 대학과 연대해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안 서약서 요구한 학교당국

  한편, 작년 등심위부터 학교 측은 학생위원들에게 보안 서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보안 서약서에는 ‘본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정보나 자료가 유출됐을 경우에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타 대학의 경우 등심위 보안 서약서 작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회의 속기록 공개를 의무화하거나, 서약서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인천대 총학생회(회장=조하은) 측은 “등심위에서 보안을 유지해야 할 자료가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인천대는 올해 학칙을 변경해 주요 회의 내용의 속기록을 의무적으로 게시한다”고 전했다. 본교와 마찬가지로 보안 서약서를 작성하는 한양대는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보안 서약서 내용이 수정됐다. 한양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한장훈) 관계자는 “학교에서 제시한 서약서에 학생들에게 문제 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며 “논의 끝에 서약서의 내용을 학생들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글 | 박연진‧송채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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