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라 준불(Zehra Zunbul, 이과대 화학17) 씨는 ‘범죄와 사회’ 수강을 희망했다. 하지만 2월 5일 수강신청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해본 세라 씨는 전체 정원 372명 중 244명의 4학년이 신청해 뒤늦게 설정된 2학년 정원이 29명밖에 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인기가 많은 과목이었지만 턱없이 적은 학년 정원에 세라 씨는 결국 수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 이호준(공공행정13) 씨는 수강신청이 끝나고 난 며칠 뒤 시간표를 확인하고 놀랐다. 한 과목의 시간대가 갑자기 바뀌어 다른 과목과 겹친 것이다. 제1전공생이 아니었던 이 씨는 학교가 개별 전송한 변경 안내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 이 씨는 전체 정정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설정된 정원, 저학년 신청 제한돼

  이번 수강신청의 가장 큰 문제로 학생들의 수요가 높은 핵심교양 과목의 학년별 정원이 뒤늦게 설정된 점이 꼽힌다. 2월 2일 진행된 4학년 수강신청이 핵심교양 63과목의 학년별 정원이 사라진 채 진행된 것이다. 기초교육원(원장=장동천)은 당일 오후 3~4시경 뒤늦게 아직 수강신청을 하지 않은 1, 2, 3학년의 학년별 정원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4학년 수강신청을 모두 승인하고 남은 정원을 배분한 탓에 나머지 학년별 정원은 한참 부족했다.

  정원이 설정되지 않았던 핵심교양 과목은 ‘범죄와 사회’와 ‘생활원예’를 포함한 총 13과목이다. ‘범죄와사회’ 강좌의 경우 전체 정원 372명 중 244명의 4학년 신청이 전부 승인됐다. 1, 2, 3학년의 학년별 정원은 각각 29, 29, 70명에 불과했다. 성민규(문과대 일문17) 씨는 “30명 남짓인 정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신청에 도전해봤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생활원예’ 강좌는 전체 정원 49명 중 43명이 4학년이다. 김민진(자전 경제17) 씨는 “2학년 수강신청 전날 보니 학년별 정원이 뒤늦게 생겼지만 3자리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2자리가 차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1학년 3학기(학점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학년 진급이 유예된 경우)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수강신청이 마무리되자 신입생을 위한 자리가 부족해졌다. 신입생 수강신청 전날인 2월 25일, 핵심교양 63과목 중 23과목의 신입생 정원은 5자리 미만이었다. 그 중 이미 1학년 정원이 마감된 수업은 12과목에 달했다. 김민희(미디어18) 씨는 “수강하고 싶었던 ‘배려와철학’ 강좌의 경우 1학년 정원 114명 중 111명이 차 있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여태산(문과대 영문18) 씨는 “‘도덕철학의문제들’이라는 강좌를 들으려 했지만 1학년 정원 39명이 마감돼 신청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기초교육원 이상조 과장은 “학년별 정원을 설정하지 않은 채 4학년 수강신청이 시작된 것은 실수”라고 인정하며 “전체 정원의 대부분을 4학년이 차지한 ‘범죄와사회’와 ‘생활원예’ 두 강좌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와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부족한 신입생 정원에 대해선 “공통 교양 과목의 변화와 자율수강신청 제도 도입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18학번부터 이수해야 하는 핵심교양이 3과목에서 2과목으로 바뀌었다”며 “핵심교양의 1학년 수요가 줄어들면서 학년별 수요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정원에 대한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잦은 담당자 변경…강의실도 부족

  이번 수강신청 혼란에 대해 기초교육원은 직원 부족으로 인한 잦은 담당자 변경이 인수인계에 차질을 일으켰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상조 과장은 “핵심교양 담당자가 작년 한 해 3명이나 바뀌었고, 이번 수강신청을 처음 담당했다”며 “구두로 전해들은 학년별 정원은 수요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결정 근거 없는 숫자일 뿐”이라고 전했다.

  향후 대응책에 대해 기초교육원은 강의실 여건 문제를 제기하며 ‘증가한 인원을 수용할 크기의 강의실이 부족해 수강인원을 늘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교양 과목을 강의하는 A 교수는 “학생들을 최대한 수용하고 싶지만 강의실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강의 만족도를 위해 수강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대신해 기초교육원은 강좌별 담당 교수들과 논의 후 추가 정정 기간에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더불어 서울총학생회(회장=김태구) 교육정책국에서 여론조사를 한 뒤 양측이 협력해 학년별 정원을 설정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기초교육원에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할 것”이라며 “학년별 정원 조정은 다음 학기 수강신청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이후 시간표 변경된 세종캠

  세종캠에서는 수강신청 이후 시간표가 변경되는 과목이 있었다. 전공선택 과목 ‘3D컴퓨터그래픽스1’의 경우 월요일 5교시와 수요일 3·4교시로 표기돼 수강신청이 이뤄졌으나 수강신청이 끝난 후 수요일 2~4교시로 시간표가 변경됐다. 학교 측은 제1전공생들에게 해당 강사의 사정으로 강의 시간대가 변경됐다고 알렸으나 이에 포함되지 않은 학생들은 공지를 받지 못했다. 이호준(공공행정13) 씨는 “시간표가 변경돼 불이익을 당했지만 제2전공생이라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해 충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담당 행정실 직원 김세림 씨는 “전공 학부생들에겐 시간표 변경 공지 문자를 돌렸지만 제2전공 학생들의 경우 고려하지 못했다”며 “‘2D컴퓨터그래픽스’가 폐강된 대신 ‘고고학콘텐츠탐구’ 과목을 신규 개설했다”고 전했다.

  다른 전공선택 과목인 ‘영문의이해’는 수강신청 이후 목요일 7교시 시간표를 8교시로 변경하면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현재는 기존 시간표로 돌아온 상태다. 수강신청 이후 학과 제한이 생긴 경우도 있다. 전공선택 과목인 ‘세포유전학’은 수강신청 기간에 전 학년이 신청할 수 있었지만 2학년 대상 과목이라는 이유로 ‘3·4학년은 수강신청을 취소하라’는 공지가 이뤄졌다.

 

글 | 김예진·엄지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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