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외국인 유학생 수 늘어났지만 언어 장벽 여전해
외국인 유학생 수 늘어났지만 언어 장벽 여전해
  • 진현준 기자
  • 승인 2018.03.12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강과 함께 학생들로 붐비는 캠퍼스, 예전보다 많아진 외국인 유학생들이 캠퍼스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본교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년 전보다 2605명 증가한 5938명으로 국내 대학 중 1위다. 외국인 특별전형의 지원 문턱이 낮아졌고, 한류 열풍이 세계에 퍼져나가는 점이 유학생 수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늘어나 학교생활과 대학수업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류 여파·낮아진 TOPIK 기준이 주원인

  최근 몇 년간 본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8만 5923명이었던 국내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가 4년이 지난 2017년에는 12만 3858명으로 44% 증가했다. 정부와 각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특별전형의 진입장벽을 낮춰 학생 유치 확대에 힘쓰고 있어서다. 한류 열풍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유학생 수 증가의 원인이다.

  교육부는 한국 대학들이 일정 수준의 어학 능력을 갖춘 외국인들을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의 경우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주최하는 ‘TOPIK 한국어능력검정시험’(TOPIK)에서 일정 급수 이상 취득한 학생을 선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TOPIK 급수 기준이 3급 이상이었지만, 2016년 초 해당 기준이 2급으로 낮아지면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도 한국 대학에 지원하기 쉬워졌다.

  각 대학은 교육부가 권장하는 TOPIK 급수 기준과 상관없이 더 낮은 한국어 어학 능력 기준을 설정해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본교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이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지원할 때 TOPIK 급수를 반드시 획득하지 않아도 된다. 본교 ‘2018년 후기 학부 신⋅편입학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요강’에 따르면, TOEFL iBT 또는 Academic IELTS 공인시험성적을 소유한 학생은 TOPIK 시험성적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코스타 줄리(Costa Julie, 미디어16) 씨는 입학 당시 TOPIK 시험을 보지 않았다. 줄리 씨는 “입학하기 전 Academic IELTS 성적만 제출했다”며 “타 대학 언어교육원에 다녀 한국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TOPIK 성적을 필수 입학 요건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연세대 정대식 국제입학팀장은 “TOPIK 시험 성적에 따라 입학제한을 두고 있진 않다”며 “TOPIK 성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수강학점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 열풍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록산 바스(Roxane Barth, 미디어16) 씨가 한국 유학을 결정한 것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바스 씨는 “중학교 친구가 한국 사람이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며 “유학을 결심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어학당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함광해(Pham Quang Hai, 정경대 정외17) 씨는 “어릴 적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며 “한국 친구들과 한국을 좋아해서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 못해도 입학하는 유학생들

  대학의 입학 언어능력 기준 변경과 한류 열풍의 영향을 받아 외국인 학생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생활을 하고 수업을 듣기에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처리요령’에서 대학들이 졸업 전까지 학생들에게 TOPIK 시험에서 4급 이상의 급수를 취득하게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한국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중 TOPIK 4급 이상 성적을 보유한 학생은 2017년 기준 40%에 그쳤다. 특히 본교 외국인 유학생 중 TOPIK 4급 이상 성적을 보유한 학생의 비율은 26%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이는 연세대의 43%, 이화여대의 70%, 한양대의 59%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TOPIK 사업단 측은 TOPIK 1, 2급 수준의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TOPIK 사업단 관계자는 “TOPIK 1, 2급은 한국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TOPIK I 시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며 “대학교 교육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선 TOPIK 5~6급 수준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TOPIK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학생조차도 수업을 듣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스타 줄리 씨는 “TOPIK 6급을 획득했지만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안 되거나 과제를 할 때 애를 먹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엔젤 티오(Angel Teo, 문과대 불문15) 씨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도 “발표할 때 한국어를 갑자기 잊어버려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영어강의에 의존해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들도 있다. 록산 바스 씨는 “아직 TOPIK 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한국어도 서툴다”며 “한국어 수업이 무서워 영어강의만 골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용효림(翁曉琳, 문과대 영문15) 씨는 “수강신청할 때 영어강의 신청을 실패하면 부담스럽다”며 “발표와 토론이 많이 있는 한국어 수업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교생활에도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TOPIK 성적 없이 영어 어학성적만으로 본교에 입학한 해리스 하스롤(Harith Hasrul, 보과대 바이오의공학17) 씨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친구랑 얘기할 때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용효림 씨도 “친구 만들기도 힘들다”며 “편입생이다 보니 과에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문화적응에 힘쓰는 대학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몇몇 대학들은 학생들의 TOPIK 급수에 따라 수업 수강에 제한을 두고 있다. 본교는 TOPIK 3급 미만 학생들에게는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없게 제한을 두고 있다. TOPIK 4급인 학생들의 경우에도 학기당 전공과목을 최대 6학점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국제교육원 김명아 주임은 “한국어 실력 부족이 외국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라며 “학생들의 학업 능력 향상을 위해 수강 제한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역시 TOPIK 4급 학생들에게 학기당 최대 12학점까지만 수강하도록 제한해 학생들이 TOPIK 5급을 취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TOPIK 급수에 따라 한국어학당 교육 이수를 필수로 설정해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본교 외국인 학생 중 TOPIK 3급 이하의 학생들은 한국어 집중교육을 두 학기 의무로 이수해야 한다. 4급의 경우 한 학기를 의무로 이수해야 한다. 엔젤 티오 씨는 “입학 당시 TOPIK 3급을 취득하고 있었다”며 “한국어 어학당에 한 학기 동안 다녔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해 생활과 문화적응 측면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본교는 글로벌서비스센터와 국제교육원을 중심으로 외국인 학생 대상 행정 지원을 하고 있다. 입학한 학생들이 문화적으로 겪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고 학교생활 정보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글로벌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개강 초 진행되는 ‘OT 위크’ 동안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입학 및 졸업조건에 대한 안내와 함께 캠퍼스투어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서비스센터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외국인 학생 지원단체인 KUISA(Korea University International Student Assistant)를 산하기구로 두고 지원하고 있다. KUISA는 본교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생활과 교내생활 정착을 돕는 것을 목표로 각종 행사와 교류 활동을 주최하는 단체다. KUISA는 외국인 학생들이 느끼는 언어 장벽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언어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며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동엽 KUISA 회장은 ‘언어문화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의 교류 장을 형성하는 게 목적”이라며 “소통의 장벽을 낮춰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교육원에서는 학부 3학년 이상 학생을 선발해 전액장학금을 지원하고 외국인 학생들의 멘토로서 활동하도록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교육원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KUISA의 ‘언어문화교류 프로그램’과 달리 외국인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김명아 주임은 “멘토 상담 공간을 만들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며 “학업과 관련해 온·오프라인으로 개별 상담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 과정부터 철저해야

  학교마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여러 행정지원과 교육을 하고 있지만,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관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입학 후 교육보다는 학생 선발 자체를 더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순(배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선 TOPIK 6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춰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같이 수강하는 한국 학생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경희대의 외국인 유학생 모집제도는 본교를 포함한 서울권 주요 대학들의 모집제도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다. 경희대는 외국인 신‧편입학전형으로 유학생들을 선발할 때 한국어 트랙과 영어 트랙을 나눠 선발하고 있다. 경영학과나 국제학과와 같이 영어 수업이 많은 학과에만 영어 트랙이 개설돼 있으며, 한국어 트랙의 경우 일정 수준의 한국어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희대 측은 “한국어 트랙에서는 TOPIK 3급 이상 성적을 소지하거나 그에 준하는 한국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며 “영어 트랙과 구분해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한국어 트랙에 지원한 학생들이 경희대 주관 한국어능력시험도 입학 전 의무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TOPIK 자격증이 없거나 어학원에서 한국어과정을 일정 수준 수료하지 않은 학생들은 경희대 주관 한국어시험에서 3급 이상을 획득해야만 한다. 만약 3급 이상 급수를 획득하지 못하면 전형에서 탈락하게 된다. 경희대는 2015년부터 3년째 외국인 학생들의 TOPIK 4급 취득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

  건국대의 경우에도 외국인 특별전형에서 한국어 능력이 일정 수준 이하인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는다. TOPIK 성적이 3급 미만이고 건국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정규과정 3급 이상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지원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지원 기준 설정 덕에 건국대의 외국인 학생 TOPIK 4급 취득 비율은 63%에 달한다. 최정순 교수는 “학교마다 사정에 따라 정책적인 판단은 할 수 있다”면서도 “대학 수업 수강을 위해 요구되는 언어 수준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기준은 낮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글 | 진현준 기자 perfact@

그래픽 | 이선실 디자이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