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 시스템 - 공정한 분배 위해선 사각지대 보완 필요해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 시스템 - 공정한 분배 위해선 사각지대 보완 필요해
  • 박문정 기자
  • 승인 2018.03.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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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장학금 정책이 시행된 지 7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생의 학자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정책의 일환으로 출발한 국가장학금은 가계 소득을 반영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수혜 대상과 금액을 정하는 기준은 한국장학재단(장학재단)이 매 학기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소득구간’이다.

  2012년 국가장학금이 처음 도입될 시기엔 소득구간 산정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소득정보만을 활용했다. 여기엔 부동산과 금융재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장학재단은 2015년부터 범정부 복지업무 정보시스템인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소득구간을 산정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서 통합 관리하는 이 시스템은 소득, 재산, 부채 등 종합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이전보다 포괄적으로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반영 부채, 최신 소득·재산 변동내역, 국외소득·재산 등 현행 시스템에서도 반영하지 못하는 소득과 재산 내역이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case1. 순천향대에 재학 중인 박 씨(24·여) 씨는 다가오는 등록금 납부일이 고민이다. 가계에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지만, 아버지의 고정소득이 없는 관계로 제1금융권 은행에서 대출이 되지 않았다. 박 씨의 집에서는 부득이하게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해 매달 고율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장학재단의 소득구간 산정시스템상 제2금융권 미만의 부채가 포함되지 않아 전과 같은 소득구간을 받았다. 박 씨는 힘들어진 가계 사정에도 국가장학금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해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소득구간 분류의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액에 재산의 월 소득 환산액을 더해 산정된다. 월 소득 환산액은 각종 재산에서 기본 공제액과 부채 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고려해 정해지는데 이때 제외되는 부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 실제 가계가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소득구간 산정 시 고려되는 부채는 1, 2금융권의 금융기관 대출금과 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에 한정된다. 제3금융권 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제3금융권 노출 가능성이 높은 경제적 취약계층이 장학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학재단은 제3금융권 이하 대출금액의 즉각적인 반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3금융권 이하 대부업체에선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쉽게 대출을 내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악용해 일시적으로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복지혜택을 받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스템 내에서 부채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제2금융권 미만의 부채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수집대상 공적 자료가 아니며, 타 복지사업에서도 부채로 인정하지 않아 소득구간 산정 시 포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학재단은 대신 파악 가능한 선에서 부채 인정 범위를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시스템 상 포함하지 못하는 부채에는 공공기관 대출금도 포함돼 왔다. 학자금대출로 주로 이용되는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군인연금 등의 대출금이 집계되지 않았다. 이번 학기부터는 금융거래확인서 등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에 한하여 부채로 합산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이 별도로 해당 내용을 증명해야 한다. 이의신청을 통해서만 서류 제출이 가능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은 “부채 반영 영역에 있어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하는 복지부의 범정부 복지표준차원에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추가 절차 없이도 부채를 인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case2. 한양대에 재학 중인 임 씨(27.남) 씨의 가계는 작년 6월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처분했다. 그러나 이번 학기 받아 본 소득인정액은 지난 학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학재단에 직접 전화해 세부 산정 내용을 들어보니 작년에 처분한 가게의 사업소득이 함께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사업소득 제외로 변동될 소득인정액이 크고, 변동될 경우 장학금 수혜 금액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임 씨는 이의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정 업무상 소득구간 발표일과 조사기준일 간의 시간차가 생겨 소득구간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장학금 신청부터 소득구간 산정까지는 약 4~6주 정도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소득·재산의 종류에 따라 가져오는 정보의 기준일이 달라 장학금 신청과 산정 시기 사이에 가계 재정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소득구간 산정 시스템은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유관 부처의 소득 자료를 통합 집계해서 소득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관별 정보 제출 시기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시간차가 발생한다. 일례로 상시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중복으로 집계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상시근로소득은 조사기준일 전월 소득을 파악하지만, 사업소득의 경우 2개년 전 귀속소득이 반영되고 있다.

  소득구간 산정에 과거 정보가 사용돼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려운 면도 있다. 갱신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의신청을 통해 직접 정보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 발표된 2018년 1학기 소득구간의 경우도 사업소득 부문은 2016년도 귀속소득이 반영됐다. 그 이후 폐업 등 가계경제 상황이 바뀌었다면 별도로 이의신청을 통해 서류를 제출하고 정보 수정을 요청해야 했다.

  이에 대학생과 학부모가 사안을 인지하고 제출 서류를 마련해야만 한다. 채호준(국제스포츠16) 씨는 “산정기준일자를 함께 공개하지 않으면서 변동내역이 있는지를 학생이 점검해야 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라며 “조사기준일을 소득구간과 함께 공개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꼼꼼한 제도 설계를 통해 소득구간 산정 오류를 줄이고 꼭 필요한 학생에게 적정한 장학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소득구간 산정기준일과 장학금 신청일 간의 시간 간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case3. 본교에 재학 중인 이 씨(여·23)의 부모님은 주 소득원이 중국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원격으로 업무가 가능해 현재는 국내에서 이 씨와 함께 지내는 중이다. 이 씨의 가족은 모두 국내에 주소르 두고 있으며, 이 씨 본인 또한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입학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외소득을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한국장학재단에서도 국외소득을 신고하라는 안내를 하지 않았고, 산정된 소득인정액 또한 실제 이 씨의 가계소득보다 적었다.

 

  한국장학재단이 파악하고 있는 국외소득이나 재산이 일부 대상자에게만 국한돼 있어 정확한 소득 집계가 되지 않는다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포괄 범위는 국내유관기관 정보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부모의 재정 기반이 외국에 있는 경우 자녀의 학비를 지원할 재정 능력이 있어도 시스템상 해당 가구의 소득 산정이 되지 않아 저소득층으로 분류돼 장학금을 수혜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은 2017년 1학기부터 ‘재외국민 국외소득·재산 신고제’를 도입했다.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입학한 경우’와 ‘부모가 주민등록 상 재외국민인 경우’ 반드시 국외소득 및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신고나 허위신고 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도록 해 어느 정도의 강제성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거주 국민의 해외소득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변화된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국외소득재산 신고 대상인 위 두 사례는 각각 학적정보와 주민등록코드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국외소득·재산을 파악할 수 없다. 임인규(한양대 스포츠산업16) 씨는 “해외에 소득을 두고 있는 사람이 재외국민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두 사례 이외의 해외소득은 파악하지 못한다면 현행 제도를 합리적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복지정책들과 달리 장학재단이 산정해야 하는 소득구간의 범위가 넓어 다양한 가계의 사례를 다루기에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임희성 연구원은 “발생하는 문제는 대안의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문제들”이라며 “외교부 등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이 얼마나 실천 가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글│박문정 기자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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