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 술자리와 응원을 통해 신입생들은 ‘고대생’의 문화를 처음 맛본다. 하지만 이 즐거움을 나눌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신체적인 불편으로 새터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소외되는 장애 학생들이다. ‘이들도 우리 고려대학교의 학우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학생사회는 장애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터에서 소외당하는 장애 학생들

  대부분의 새터 술자리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빠르게 바꾸기 위해 술게임을 동반한다. 게임을 즐기는 이에게는 흥겨운 술자리지만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장애 학생들에게 ‘술게임만 하는 술자리’는 곤혹이다.

  매 새터마다 인권을 고려한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술자리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장애 학생들이 존재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이선영(생명대 생명공학17) 씨는 작년 새터 술자리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술게임을 즐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옆에 앉은 선배가 술게임 규칙을 설명해줬으나 주위가 시끄러워 잘 듣지 못한 것이다. 그는 술게임을 할 때마다 두세 번씩 규칙에 대해 묻자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주는 눈치가 느껴졌다고 했다. 이 씨는 “‘술자리에 내가 끼어있으면 민폐가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위축됐다”고 토로했다. 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18학번 A 씨는 “박자를 맞추거나, 다른 사람을 지목할 때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술게임의 특성상 참여하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A 씨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술자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취침을 할 수 있는 방이 새벽 1시 30분에 개방돼, A 씨는 그 시간까지 방구석에서 홀로 기다려야 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격하게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는 응원 동작 또한 장애 학생들에게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응원을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한 사전 설명이 없이 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A 씨는 격한 동작에 난처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체 장애로 인해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할 수 없었던 A 씨는 ‘배가 아프다’고 둘러댄 뒤 응원이 끝날 때까지 의무실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새터에서 불편을 겪은 장애 학생들의 사례를 모은 장애인인권위원회(위원장=최현호, 장인위)는 이와 같이 새터 술자리와 응원 프로그램에서 소외된 장애 학생들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애 학생 배려에 노력 중인 단위들

  각 단위가 이러한 상황을 그저 방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단위별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장애 학생들을 배려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술게임을 하지 않는 조’를 운영한 국어교육과와 영어교육과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위에선 사전에 술게임을 하고 싶은 학생과 하고 싶지 않은 학생을 조사하고, 대화만 나누는 조를 따로 마련한다.

  술자리에서 장애 학생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자치규약에 반영됐다. 문과대, 미디어학부, 자유전공학부를 비롯한 여러 단과대는 새터 자치규약에 ‘OO샷’과 같이 장애 학생들을 비하 및 혐오하는 표현을 지양하자는 내용을 넣었다. 이수연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새터는 신입생들이 처음으로 대학 생활을 마주하는 행사인데 ‘첫 시작’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이 같은 내용을 자치규약에 넣게 됐다”고 밝혔다.

  사범대는 올해 새터부터 응원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해 조용한 방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미리 준비된 보드게임을 하는 ‘응원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범대 새터 기획단장 최치원(사범대 교육16) 씨는 “새터 기획단 회의에서 모든 사범대 학생들이 체력이나 건강, 장애, 취향 등을 이유로 소외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의했다”며 “한 명의 학생이 응원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새터 주체 연석회의를 통해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피드백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더 세심한 배려 필요해

  이와 같은 노력에도 소외당하는 장애 학생들이 나오자, 장인위 측은 올해 새터가 끝난 후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를 통해 새터 운영 개선안을 제시했다. 장인위는 △응원 프로그램 중 휴식공간의 제도화 △술자리에서 수면실의 이른 개방 △술자리 전 개인 건의사항 수렴 및 대처창구 마련 등 세 가지 대안을 중운위에 요구했다. 더불어 ‘장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심적 부담감을 고려해 이들이 두드러지지 않는 방법으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호 장인위원장은 “장애 학생을 위한 휴식공간이라고 하기보다는 ‘응원 중 쉬고 싶은 사람’, ‘피곤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민주 서울총학생회(회장=김태구) 인권연대국장은 “장애 학생들의 장애 유형과 정도가 다양하고 원하는 배려의 정도도 달라 배려를 제도화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장애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깊은 장인위로부터 요구사항을 전달받아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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