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신입생들이 처음 응원을 배우고, 연세대와 합동응원을 진행하는 ‘응원의 달’이다. 모두가 함께 기다리고 즐기는 본교 고유의 응원 문화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연세치킨’, ‘캉캉’ 등을 비롯한 일부 응원가에 대한 논란이 촉발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7일 진행된 응원 오리엔테이션(응원OT)에서 응원단은 일부 응원가를 목록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응원가 둘러싸고 논쟁 벌어져

  응원가에 대한 논란은 홍지수 서울부총학생회장이 1일 카카오톡 ‘전체학생대표자 공지방’에 올린 ‘2018 응원곡에 대한 논의 결과’가 공개되며 촉발됐다. 본교 응원단(단장=장용현)과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가 합의했다는 결과문에는 ‘연세치킨을 응원OT에서 틀지 않겠다’는 내용을 비롯해 비속어로 논란이 된 ‘고래사냥’, 성적 대상화로 논란이 된 ‘캉캉’ 등에 대한 변경사항이 담겨 있었다. 또한 ‘이러한 피드백은 앞으로의 신곡 그리고 연세대와의 합동응원OT, 입실렌티, 고연전과 같은 행사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이에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응원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중운위는 6일 사실관계 설명을 담은 사과문을 올렸다. 연세치킨은 영구삭제가 아닌 잠정보류이며, ‘앞으로 있을 행사들에 반영될 것’이라는 문구는 잘못된 부분이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또한 응원OT에서 연세치킨을 틀지 않는 결정은 행사를 주관하는 응원단이 내렸다고 밝혔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응원OT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중운위에서 급하게 진행한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마 오른 ‘연세치킨’, ‘캉캉’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응원곡은 ‘연세치킨’과 ‘캉캉’이다. 연세치킨의 경우 작년에도 채식주의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있었다. 장용현 응원단장은 “응원이 ‘함께 즐기는’ 문화인만큼 논란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며 “당장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어 해당 응원가들을 응원OT에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응원단의 결정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문과대 17학번 이 모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응원가를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으로 틀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A씨는 “응원단이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제목에 치킨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동물을 죽여 음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곡을 제외하는 것이 채식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본교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 네트워크 뿌리:침’ 이혜수 회장은 “해당 가사가 동물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응원단의 결정을 지지한다”면서도 “오히려 채식인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캉캉’의 경우 곡 중간에 여성 단원이 단독으로 웨이브를 하는 부분이 문제시돼왔다. 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위이자 많은 여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폭력적인 행위’라는 비판이 있었고, 결국 이번 응원OT부터 남녀 단원이 함께 개인 댄스타임을 가지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혜수 씨는 논의 결과문에 대해 “문제가 된 부분을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며 “주의할 점과 대안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본교 여학생위원회도 동의의 입장을 밝혔다.

  다른 측에선 ‘성적 대상화가 문제라면 논란이 될 응원가는 많지 않느냐’는 의견도 뒤따른다. ‘We are the KU’의 ‘쭉쭉빵빵 몸매과시 S라인’이라는 부분과 ‘춥’의 ‘얼굴로 보나 몸매로 보나’라는 부분 등 바뀌어야 할 응원가가 많은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B씨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라며 “응원문화 자체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규제 과도해’ vs ‘고민 필요해’

  중운위 측에서 사과문을 밝혔으나 이번 응원단의 조치를 두고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특정 응원곡에 대해 학생 대표자들이 규제하는 모양새가 과하다’는 주장과 ‘고민이 필요한 지점인 만큼 보류 및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응원곡을 틀지 않는 것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논란이 된 만큼 의견 수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경대 16학번 장 모씨는 “전체 학생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이번 응원단과 중운위의 대처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모두 함께 즐기는 응원 문화를 충분한 합의 없이 규제하는 것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선제(문과대 영문17) 씨는 “채식주의는 개개인의 신념에 따른 문제”라며 “응원단이나 중운위 차원에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장용현 단장은 “논란이 많았던 만큼 구글독스를 활용해 응원OT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을 받아 볼 예정”이라며 “아직 이후의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글 | 박연진 기자 lumin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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