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이기형 전 안암병원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은 본교 안암병원장과 진료부원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하며 병원 경영에 참여했고, 현재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을 맡는 등 학자로서도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을 직접 만나 앞으로 2년간 의료원을 이끌어갈 계획과 비전을 들었다.

 

  - 의무부총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와 목표를 부탁드립니다

  “본교 의료원은 지난 몇 년간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이루지 못한 괄목할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두 개의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해 최고의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정밀의료사업단과 같은 대형 국책과제를 수주했습니다. 저는 본교 의료원이 이렇게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에서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란 중책을 맡게 돼 무한한 자부심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고려대 구성원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목표도 이룰 수 있다고 믿으며,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의료원을 최정상의 의료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시작이 지난해 착공해 순조롭게 건설 중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입니다. 진료와 연구가 공존하는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통해 본교 의료원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수준의 의료기관을 향해 도약할 것입니다.”

 

 

  - 본교 의과대학 90주년을 맞이해 ‘미래를 선도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저는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본교 의료원이 곧 맞이하게 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면서 100년을 이어갈 미래의학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료기관으로 우뚝 서도록 혁신전략을 실행하고자 합니다. 먼저 올해 90주년을 맞는 본교 의과대학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교육 및 연구시설 확충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것입니다. 기초학문의 연구투자를 바탕으로 질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합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유전자 연구의 최고 전문 교원(생리학교실),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인플루엔자의 전문 교원(미생물학교실), 의료기기 분야의 핵심적 변화를 주도할 바이오닉스 전문 교원(의공학교실) 등을 충원했습니다.

  이미 국내 유일 의료기술지주회사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연구 분야는 보다 효율적 지원을 위하여 연구 거버넌스를 재정비하고자합니다. 본교가 선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창업지원 시스템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창출되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의료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며, 최첨단융복합연구센터가 완공되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융합·중개 연구의 메카가 될 것입니다.

  진료 분야는 고난도 환자와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고 있는 정밀의료는 유전체 맞춤 치료를 통해 개인별 최적 치료를 제공하고, ICT를 접목한 최첨단 Smart Hospital로 의료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최근 연세대 병원의 화재, 이대병원의 태아 사망사건 등 대학병원의 안전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됐습니다. 병원 안전관리에 대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본교 의료원은 이전부터 새로운 병원 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이미 2009년 국내 기준이 아닌 국제적 병원안전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저명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JCI 인증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3년마다 실시하는 재인증 평가를 통해 국내 그 어느 의료기관보다 환자 중심의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안전에 관한 사고의 문제는 우리의 인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에 있어서 방심하지 말고 우리를 한 번 더 뒤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의 특성상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습니다. 예시된 사고가 발생되지 않기 위해선 상시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은 물론 선제적인 예방조치와 평가들을 미리 취해 안전한 병원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 사회 곳곳에서 줄곧 제기된 ‘의료계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떠한 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긴박한 의료 현장입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수직적 조직문화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의료를 실현하는 현장에서는 조직원들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수평적 조직문화의 확산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과 조직문화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급박하고 긴박한 의료 상황에서 엄격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의료적 실수를 줄여야 하는 것은 물론, 수평적 협력관계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교수와 간호사, 전공의, 그리고 의료기사와 행정직 등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조직의 시스템이 변화해야 하며, 이를 조직문화로 내재화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다른 대형병원들과의 경쟁 속에서 국내 최고의 의료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겠습니까

  “본교 의료원은 여타 다른 의료기관과는 다르게 종교단체나 대기업이 경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빅5와 같은 대형병원에 비해 대규모의 투자를 통한 빠른 외형적인 성장은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교 의료원은 순수하게 자체적인 노력과 능력으로 명실공히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진료 부문은 산하 병원별로 고난도 중증환자를 위한 특성화센터를 육성하고, 특히 중증외상을 비롯한 외과 분야 국내 Top3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이를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환자 최우선의 원칙을 바탕으로 공감하며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하는 인술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자 산하 병원 모두 단순한 규모의 경쟁보다는 내실을 더욱 기할 것이며, 미래 연구가 중심이 되는 의료기관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 인간 ‘이기형’은 어떤 사람인가

  “저는 의대 시절 성적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다만 미술반, 농구반 등의 동아리 활동을 유달리 열심히 했고, 리더 역할을 맡은 적이 많았습니다. 예과 당시엔 과대표도 하고 전공의 시절 인턴장도 했었습니다. 그 탓인지 졸업할 즈음 한 선배가 저보고 ‘일꾼’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 일꾼이라는 말이 제 평생을 따라다니며 상징처럼 된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대가족에서 장남으로 자란 가정환경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본교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교 의료원과 의과대학은 실제로 떨어져 있는 거리보다 학교본부와 더 멀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서로 다른 학문 간의 융복합연구로 심리적 거리감도 줄어드는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가올 미래 의학 연구는 이제 더 이상 의학만의 연구가 아닌 약학과 간호학, 보건학은 물론 이학, 공학과 정보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과 함께 성과를 창출할 것입니다. 실제로 의료원은 이러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본교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앞으로 의료원과 더욱 친밀해지길 바라며, 앞으로 진료와 연구, 교육 등 모든 분야에 있어 미래 의학의 선두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본교 의료원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글 | 박성수 기자 holywater@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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