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조정부 부스에 설치된 로잉머신을 체험하고 있다.
▲ 서화회 부스 앞에 설치된 작품들이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 ‘동아리파솔라시도’ 무대에서 Jass가 공연하고 있다.

  봄바람이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3월의 오전 10시, 민주광장에 설치된 동아리 부스들이 하나둘 오색으로 채워졌다. 각 동아리 회원들은 포스터와 빨강 파랑 색종이, 예쁘게 꾸민 하드보드지를 부스 이곳저곳에 붙이고 세워두며 저마다의 개성을 살렸다. 제35대 본교 동아리연합회(회장=오승진, 동연) ‘모자람’이 기획한 제18대 동아리박람회 ‘ZI존동박’이 13일과 14일에 민주광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오감(五感) 만족 동아리박람회

  민주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카드 마술을 보여주는 거대한 크기의 초록 공룡 탈이 이목을 사로잡았다. 바로 마술동아리 ‘미스디렉션’의 장성우(공과대 전기전자전파11) 씨다. 장 씨는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카드를 펼쳐 보이며 원하는 카드 하나를 뽑게 했다. 선택된 카드를 중간에 집어넣고 카드 묶음의 윗부분을 톡 치자 중간에 넣은 카드의 위치가 맨 위로 바뀌었다. 장 씨가 성공적으로 마술을 보여준 뒤 유창한 영어로 어떤 속임수인지 설명하자 외국인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Really cool!”

  그 맞은편에 위치한 ‘고대농악대’ 부스에는 널뛰기가 학생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한 분이 서 있을 때 다른 분이 널 위에 올라오면 펄쩍 뛰면 됩니다!” 이성호(문과대 한국사14) 씨가 널뛰는 방법을 우렁차게 설명하자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민주광장을 지나던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조교수 월시 널래그(Walsh Nollaig) 씨가 관심을 보였다. 널에 조심스레 올라선 널래그 씨는 이 씨가 널 위에 올라서자마자 펄쩍 점프했다. 바람에 머리칼을 휘날리며 널뛰기를 체험한 널래그 씨는 흥분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높이 뛰며 바람을 한껏 맞을 수 있었어요.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그래서 신났습니다!”

  민주광장 가운데에선 초록색 유도 경기장이 펼쳐졌다. 흰색과 청색 유도복을 입은 유도부원들은 경기장에 올라선 학생들을 단숨에 메쳐 버렸다. 유도부원의 배려로 멋진 메치기를 선보인 학생들도 있었다. 유도부원을 메쳐 본 최진희(문과대 사회17) 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당당하게 경기장을 걸어 나왔다. “이거 완전 짜릿해요!”

  점심시간,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박람회를 찾은 학생들로 민주광장이 더욱 북적였다. 기름에 빨간 김치전을 지글지글 부치던 ‘한국기독학생회 IVF’는 배고픈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성경 말씀에서 복음을 ‘전’하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전’을 부치고 있어요.” 홍지혜(사범대 영교15) 씨가 김치전을 부치며 말했다. 홍 씨가 부친 전을 먹은 김동규(문과대 언어18) 씨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이 기름져서 맛있네요! 친구들 다 데려와서 먹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기악예술분과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멜로디는 동아리박람회의 흥을 돋웠다. ‘국악연구회’에서 울려 퍼지는 해금의 구슬픈 소리에 부스 앞을 지나던 학생들이 귀를 기울였다. 해금을 배운 지 9개월 된 김장호(문과대 사회13) 씨는 ‘sound of peace’를 연주하며 자유로이 리듬을 탔다.

  이토록 시끌벅적한 동아리박람회 사이에서 조용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도 있었다. 바로 바둑동아리 ‘바둑사랑’ 부스다. 황재민(이과대 물리13) 씨와 오승현(사범대 지교18) 씨는 마주 앉아 턱을 괴고 눈을 깜빡이며 상대의 돌에 집중했다. 오 씨는 손에 쥔 바둑돌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다음 수를 고민했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 바둑을 둬 본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민주광장 왼편에는 동연에서 준비한 ‘동박문구’가 열렸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살려 만든 ‘동박문구’에는 어릴 적 자주 먹었던 100원짜리 불량식품과 공기, 매미 자석 같은 장난감이 준비돼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동박문구’에 들른 한희수(문과대 불문15) 씨는 뽑기를 해 꾀돌이 과자를 받았다. “어릴 적 먹던 꾀돌이를 받으니 초등학교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따뜻했던 햇살 아래 동아리박람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저마다 소중한 추억을 쌓아나갔다.

 

  동아리방 문 활짝 연, ‘오픈동아리’

  13일 저녁 6시부터는 학생회관(학관) 동아리방에서 ‘오픈동아리’ 행사가 진행됐다. 학관을 찾은 학생들은 빨간 하트가 붙어있는 동아리방에 자유롭게 들어가 기존 회원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학관 3층에 올라가자 보드게임 동아리 ‘뇌의 주름’ 동아리방 문에 달린 하트 표시가 반짝였다.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보드게임에 열중한 동아리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뇌의 주름’ 회장인 홍윤기(문과대 심리14) 씨는 동아리방 문 앞을 서성이며 아직 오지 않은 신입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입 회원들에게 야간개장을 한다고 얘기했는데 오는 학생들이 적어 아쉽네요, 하하.” 학관 5층에 위치한 중앙노래패 ‘노래얼’ 동아리방에서는 드럼 박자에 맞춰 애덤 리바인(Adam Levine)의 ‘lost star’을 부르는 윤유성(정경대 경제17) 씨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학관 어디선가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오픈동아리를 맞아 특별한 손님이 방문한 원불교 학생회 동아리방이었다. 특별 손님은 본교 장애인권위원장 최현호 씨와 그의 친구. 이들은 각자 동아리 활동을 공유하고, 서로의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원불교 학생회를 이끄는 전성욱 원불교 교무는 다른 동아리와의 교류의 장이 된 오픈동아리 행사에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애인권위원회와 각자의 활동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 서로가 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아리 관계가 유지되길 바랍니다.” 최현호 씨는 전 씨의 말에 동감한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보랏빛 수놓은 ‘동아리파솔라시도’

  다음날인 14일 저녁 7시, 빔 프로젝터의 보라 불빛이 민주광장을 둘러쌓다. 중앙락밴드 ‘크림슨’을 시작으로 기악예술분과와 연행예술분과 소속 동아리들이 꾸미는 ‘동아리파솔라시도’의 막이 열렸다. FT아일랜드의 ‘Pray’가 흘러나오자 캠퍼스를 지나던 학생들이 민주광장 야외무대로 속속 모여들었다.

  “Come! Come!” 중앙노래패 ‘노래얼’ 보컬이 관중들에게 앞으로 다가오라고 손짓하자 무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공연을 보던 학생들이 우르르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노래얼’ 무대를 지켜보던 중앙흑인음악동아리 ‘TERRA’ 보컬 김예진(문과대 중문16) 씨는 긴장과 설렘을 전했다. “이제 곧 제 무대라서 너무 떨려요. 관중들이 가볍게 분위기를 타면서 호응해주면 좋겠어요.” TERRA가 정키의 ‘Mama’를 부르자 자유마루에서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즐기던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들은 감미로운 멜로디를 안주삼아 노래에 빠져들었다. “마치 코타키나발루 같은 관광지에 온 기분이에요. 이런 노래와 함께라면 안주가 필요 없죠!” 이선우(문과대 한문16) 씨가 음악에 몸을 흔들며 맥주 한 캔을 집어 들었다. 등나무 아래에서는 커플들이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선율을 즐겼다.

  양순식(남‧29) 씨는 여자친구인 윤혜진(경영대 경영17) 씨 곁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친구를 따라왔다 높은 완성도의 공연을 보게 돼 정말 즐겁습니다. 고려대학교 동아리 파이팅!” 이렇게 이틀간의 박람회는 한결 따뜻해진 새 학기의 밤을 물들이며 막을 내렸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사진|김도윤‧김도희‧박성수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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