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 3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 10~29세의 탈북청년들은 20.8%로 6048명에 달한다. 탈북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무엇보다 대학입학의 의지가 높은 편이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에서 진행된 2016년 탈북청소년실태조사에선 82.2% 이상의 탈북청소년들이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대학 진학 이후 이들이 마주해야하는 대학 현장은 과연 어떨까.

 

혼자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 커

  2017년 탈북대학생 재적인원은 229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제적을 당하거나 자퇴한 중도탈락 학생의 비율은 11.4%로 전체 중도탈락률인 7.9%보다 높다. 수치상으로도 차이가 크지만 그 사유도 확연히 다르다. 일반 학생들의 경우 다른 학과나 학교에 재입학하기 위한 자퇴율이 높은 반면, 탈북대학생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중도 탈락한 비율이 가장 높다.

  현재 통일부에선 북한이탈주민정착사무소(하나원)를 수료한 탈북민에게 700만원의 정착기본금과 월 약 50만원의 기초생활수금을 지급한다. 탈북민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편이지만 가족을 이북에 두고 홀로 탈북한 무연고 탈북학생일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하다. 지급받은 정착기본금을 탈북을 도운 브로커에게 대부분 송금해야 해서다. 통일부는 국내 입국 인원이 증가하면서 단독으로 입국하는 북한이탈 청소년의 숫자도 크게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김영자 국장은 “최근 탈북에 드는 비용이 많이 올랐다”며 “1500~2000만원 상당의 비용을 학생 혼자 감당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여전히 북에 남아 있는 경우엔 가족의 생활비나 탈북 비용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이 모씨는 “북에 가족이 있는 탈북민들은 생활금을 송금하느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며 “그런 학생 대다수는 정작 본인이 남한 생활에 정착 못하고 방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학하고 생활비를 벌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다. 현재 탈북대학생에 대한 정부의 학비지원은 입학 후 6년 8학기로 제한된다. 정경대에 재학 중인 김 모씨는 “2년 이상 휴학할 경우 등록금 지원이 안 된다‘며 “이번에 추가학기를 다니게 돼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상이한 교육과정, 적응 어려워

  경제적인 문제가 학업적인 어려움과 겹쳐 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탈북대학생들은 온전히 학업에만 집중해도 대학 교육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학업능력부족의 주원인으론 서로 상이한 남북한 교육체계와 탈북과정으로 인한 오랜 교육단절이 꼽힌다. 북한의 경우 영어교육 비중이 적어서 영어교재, 영어강의가 많은 대학수업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정경대 정 모씨는 “주변 탈북대학생 중 대학졸업요건에 있는 영어 공인인증성적을 못 맞춰서 졸업을 유예하다가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역사나 논술 등 인문학 수학에도 어려움이 있다. 김금향(문과대 중어중문15) 씨는 “국영수 중심의 남한교육과 달리 북한에선 김씨 일가의 업적에 대한 집중교육을 한다”며 “사상교육에 집중하는 특성상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판이한 교육내용 때문에 북한에서 이수한 학력을 인정받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하는 상황이다. 방대한 양을 3~4년 간의 대안교육과 검정고시를 통해 공부하려니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김시원(남·24) 씨는 “학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휴학 후 1년 동안 따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탈북학생이 남한의 교육 체계에 적응하도록 돕기엔 지원제도가 미흡하다. 한 대안교육시설 이사는 “검정고시 준비는 결국 시험에 나오는 부분 암기에 그칠 수도 있다”며 “대안교육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는 탈북대학생의 적응·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예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도 ‘잠재역량 강화프로그램’ 등을 통해 탈북고등학생에게 전문가 멘토를 알선해주고 있다. 정재훈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연구원은 “탈북대학생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며 “그 결과 탈북대학생 중도탈락률도 줄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에 제공되는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남북하나재단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전국 모든 탈북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다. 한꿈학교 김두연 원장은 “실질적인 대학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지 학생들의 참여도가 적다”며 “오히려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멘토링 등을 늘릴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단절된 정보, 충분한 소개 필요해

  탈북대학생의 부담을 덜기 위한 민간장학제도나 학업 멘토링이 있지만 막상 탈북대학생의 정보접근력이 떨어져 활용이 안 되고 있다. 정보를 얻는 유일한 창구인 통일부나 남북하나재단에선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 프로그램만 소개하고 있다. 정경대 13학번 김 모씨는 “주요 교육정보는 친분 있는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찾는 수밖에 없다”며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탈북민을 지원해주는 민간단체에 대한 충분한 소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동아리나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정보 공유도 쉽지 않다. 탈북대학생들이 탈북 사실을 알리지 않아서다. 2016년 탈북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61.1%의 탈북청소년이 출신을 밝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측은 탈북학생에 대한 학과정보는 개인정보여서 학교에서도 제공하기 곤란해 한다고 밝혔다. 장민호 본교 북한인권학회장은 “학교에서 탈북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안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탈북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 진로 등에서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남성욱 교수(통일외교학부)는 “탈북대학생이 조금 더 폭넓은 직업을 알고 진로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이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폭넓게 아우르는 정보 제공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박규리 기자 curious@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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