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 인식 개선의 가교 역할 해야죠”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 인식 개선의 가교 역할 해야죠”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3.19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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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탈북민 남매 주일경(미디어16)·주일룡(정경대 정외16) 인터뷰

  “저는 마치 씨앗 같아요. 통일의 씨앗으로 저를 좋은 땅에 뿌려준 거라 생각해요.” 2010년 탈북한 뒤 채널 A ‘이제 만나러 갑니다’, EBS ‘딱 좋은 친구들’ 등의 방송을 통해 대중 앞에 처음 얼굴을 알렸다. 2016년 본교에 입학한 주일경(미디어16), 주일룡(정경대 정외16) 남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북한’을 알리며 그 씨앗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어떻게 남한에 오게 됐는가

주일경 | “1999년이었나? 제가 아마 9살 때였을 거예요. 아버지가 장마당에서 라디오를 사오셨는데, 남한 방송을 들으면서 북한 정권의 실상을 그때서야 처음 접한 거죠. 굉장히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 새벽마다 몰래 KBS한민족방송, RFA자유아시아방송 등 대북방송을 들으며 진실을 알고자 했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먼저 남한에 내려가셨고 1년 뒤 어머니와 동생들이 내려갔어요. 가족 중 누군가는 남아있어야 감시가 덜하기 때문에 저는 북에서 3년 넘게 혼자 지내다 따로 오게 됐습니다.”

 

- 탈북민임을 공개하고 활발히 활동하는데

주일경 | “방송에 출연하고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건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기 위해서예요. 특히 사람들이 제 경험을 통해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보는 시각을 구분했으면 해요. 세대가 바뀌고 남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거든요. 저는 북한의 변화가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으로부터 올 거라 보는데 아직까진 세계적 관심이 북한 당국에 쏠려있는 것 같더라고요. 북한에 있을 때보다도 TV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 얼굴이 더 많이 보여 놀랐어요. 정권 수뇌부를 향한 관심이 주민들에게 돌려졌으면 좋겠죠. 최근엔 탈북민들이 강사로서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도록 교육하는 ‘씨앗에듀’란 작은 사업을 시작했어요.”

주일룡 | “저는 교내 북한인권학회인 리베르타스와 북한인권단체 NAUH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작년엔 부모 없이 노숙하는 북한 꽃제비들의 실상을 알리는 재현극 준비에 집중했었구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12차례 정도 공연했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어요. 홀을 가득 메운 400여 명의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데 정말 큰 위안을 받았어요. 북한 주민 인권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 나갈 사람들이 많다는 걸 확실히 느꼈죠. 앞으로 북한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도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 탈북학생에 대한 남한학생들의 인식은

주일룡 | “하나원에서 나오기 전에, 혹시 남한 사람들이 ‘빨갱이’라며 놀려도 상처받지 말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근거 없는 차별이 있단 상황 자체가 불만스러웠죠. 그래도 다행히 주변 친구들은 저희를 잘 받아들였어요. 몇 년 전 고등학교 발표시간에 북에 두고 온 고향 친구들 이야기를 꺼내니 반 친구들이 같이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제 마음속에 있던 벽도 그때 허물어진 것 같아요. 어쩌면 저 스스로가 선입견을 품고 있던 걸지도 모른단 생각도 했죠.”

주일경 | “저는 아직 탈북대학생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탈북대학생들이 혜택만 받고 쉽게 학업을 포기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사정들로 포기하는 탈북학생도 많아요. 제 주변에도 가족의 탈북 비용을 마련하려고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친구들이 있다 보니 그런 인식이 안타까워요.”

 

-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탈북대학생들을 위해선

주일룡 | “북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왔기에 일상 속 농담 한 마디까지도 공부해서 습득해야 돼요. 이처럼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잘 갖춰진 지원정책이 있어도 존재 자체를 모르면 소용이 없잖아요. 교육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어 탈북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여러 단체가 있어도 받는 사람이 드물죠. 이런 정보를 학교에서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알고 있는 정보를 줄 사람도 없고, 정보가 필요해도 얻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에요. 특히 무연고 탈북학생인 경우 더윽 어렵죠. 학교가 탈북신입생에게 교내 통일 관련 동아리에 접근하도록 정보를 주거나, 단체설립을 지원해주는 등의 노력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 탈북대학생이 지닌 가능성은

주일룡 | “탈북민을 두고 ‘먼저 온 통일’이라고도 하는데, 전 확실히 통일될 것 같아요. 우리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라 사실 서로에 대한 직접적인 적대감이 없잖아요. 이런 청년세대가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탈북청년들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촉진하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해야죠,”

주일경 | “우리에게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자 등 그 어떤 호칭이 붙여지든 그게 곧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숨기느라 움츠리는 대신 오롯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지금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탈북학생들을 ‘씨앗’에 자주 비유해요. 우리가 대학에 잘 심겨 한국 학생들과 소통할 때 장기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탈북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합니다.”

 

글 | 박규리 기자 curious@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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