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흘렀다. 한창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쁜 건 비단 신입생들뿐만이 아니다. 본교에 첫 발을 디딘 신임교수들도 새로운 강단에서 강의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번 학기부터 이과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최도훈(이과대 수학과)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굉장히 좋은 학교에 와서 들뜨지만, 그만큼 부담도 많이 되네요.”

  한국항공대에서 10년 넘게 강의를 하다가 본교로 온 최도훈 교수는 이곳에서 학생들과 많은 얘기들을 즐겁게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먼저 학창시절을 경험한 입장에서 학문이나 학문 외적으로나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의 교육 철학은 확고하다. 모든 것을 세세히 가르치기보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도와줄 수는 없어요. 열심히 가르쳐 책 속의 내용을 다 숙달되게 해준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잖아요. 추상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최도훈 교수는 처음부터 수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관심 분야는 이론물리학이었지만, 수학의 이론적이면서 깔끔한 구조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원래는 우주론이나 상대성이론에 관심이 있었어요. 근데 거기에 쓰인 기하학에도 흥미가 생겨 수학 관련 교양서적을 뒤졌죠. 그러면서 수학에 완전히 빠졌어요.”

  최도훈 교수의 세부 전공은 ‘수론’이다. 수론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대표되는 수학이론의 한 분야다. “수론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수학 중에서도 방법론이 정해진 분야가 있는데, 수론은 연구하는 대상이 있을 뿐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기 때문에 그걸 공부하는 재미가 있죠.” 학문 자체를 즐기다보니 연구 성과도 뒤따랐다. “‘보형 형식’이라고 공간에서 복잡한 대칭성을 갖는 함수가 있어요. 라마누잔의 특별한 형태의 합동식을 보형 형식의 관점에서 푼 연구가 기억에 남네요.”

  최도훈 교수는 새로운 일터이자 연구공간이 된 본교에서 이루고 싶은 포부를 밝혔다. “학자로서는 힘이 다 할 때까지 열심히 계속 연구를 하는 게 목표죠. 구체적으론 세부 전공인 보형 형식의 산술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거예요.” 최도훈 교수는 제자가 된 본교 학생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했다. “당장의 여러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있는 일들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고, 현실적인 목표 대신 추상적인 목표도 가지고 살면 좋겠어요.” 그는 등산을 비유로 들며 조언했다. “등산할 때도 정상만 바라보면 힘들잖아요. 오르는 과정에서 산의 풍경이나 경치도 즐기는 여유를 가끔 가졌으면 합니다.”

 

글 · 사진 | 박성수 기자 holy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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