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세종캠 가속기동에 위치한 연구실은 깔끔하게 정돈돼 새 주인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우측 벽에 비치된 화이트보드는 복잡한 공식들로 빼곡하게 메워져 있다. 연구실의 새 주인은 이번 학기부터 가속기과학과 신임 교원으로 부임한 박향규(일반대학원 가속기과학과) 교수다. 본교 물리학과 82학번인 박향규 교수는 입자물리학과 핵물리학 전공자로, 유럽공동체 입자물리연구소(CERN), 페르미연구소(Fermilab)에서 연구를 하고 경북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을 거쳐 올해부터 후배들을 지도한다. “35년 만에 돌고 돌아 모교의 품으로 왔죠.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열정을 후학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박향규 교수가 전공한 입자물리학은 가속기를 이용해 새로운 자연현상을 발견하고,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본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입자물리학자들에게 가속기는 ‘도구’다. 실험을 위해선 가속기에서 빔이 어떻게 나오고 어떤 성질을 갖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험하는 사람은 항상 가속기 물리학자와 교류를 통해 필요한 빔을 요구하고, 공학자는 기술적으로 만드는 게 가능한지 판단을 합니다. 학과장님과의 소통이 계기가 돼 가속기과학과에 오게 됐어요.”

  박향규 교수는 가속기과학과의 현재와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인간 수명이 길어지며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암 치료에도 가속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속기는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도 사용하며 발전할 수 있어요. 현재 암 치료용 가속기는 서울권에 집중돼있는데 암 치료 시설들이 광역권마다 갖춰져야 합니다. 학교 차원에서 학부생들에게 가속기과학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했으면 좋겠어요.”

  박 교수의 목표는 학생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학생들과 강의실을 벗어나 학문 외적으로도 활발히 소통할 계획이다. 그는 학문적인 얘기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고민과 진로에 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은 강의실에서 끝나는 관계가 아닌 평생 관계예요. 무엇보다 학생을 받았으면 좋은 직장을 잡게 해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박향규 교수는 끝으로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20대 때는 좌절도 많이 해요. 실패를 거울로 삼아 극복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해요. 실수를 미리 경험해서 더 큰 실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그는 학생들에게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읽어보길 권했다. “잡스는 실패도 했고 성공도 했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엔 세상을 바꿨어요. 잡스 자서전을 읽으면 그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실패하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길!”

 

글·사진|엄지현 기자 th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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