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대나무숲이나 대자보 등을 통한 피해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생 사회가 분주해졌다.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 기구에선 성폭력 대책안을 만드는 등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학내 언론사에선 익명 창구를 개설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다.

 

이어지는 익명 고발들

  각 대학의 커뮤니티 사이트 익명 게시판이나 대자보를 통해 과거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발성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실제 12일 고대문화편집위원회는 실제 피해 사례를 재구성해 정경대 후문에 게시판에 ‘#ME TOO #WITH YOU’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그간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2월 27일 고파스에는 남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말랐다는 이유로 신체부위에 대한 불쾌한 언행을 감수해왔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남성 피해자는 고려대 대나무숲을 통해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누구에게 알릴 수도 없어 괴로웠다고 호소했다. 여타 많은 대학의 익명 게시판에도 미투 폭로 글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대학가에 이는 변화의 물결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 성폭력 교사에 대한 징계 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성폭력을 행사한 교원에 대한 징계시효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사회적 움직임에 따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준)(임시의장=이승준, 전대넷) 차원에서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대넷은 다음 달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촉구 간담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승준 전대넷 임시의장은 “학교별로 인권센터 설치 의무화, 교수 대상 인권교육 의무화, 2차 가해 예방 등 관련 법안들이 현재 국회에서 미뤄지고 있다”며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통과되도록 여론을 모으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대학 내에서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권력형 성폭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학원의 경우 총학생회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추세다. 사전에 진행해오던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도 한다. 매달 정기회의를 통해 성교육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해왔던 연세대 대학원총학생회는 성폭력 관련 대학원생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김소미 연세대 대학원총학생회장은 “다음 달 초에는 정기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성폭력 대처 매뉴얼을 구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지전문대 총학생회도 학내 양성평등상담실과 공동으로 26일 미투운동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올바른 성 가치관과 학교·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얘기가 다뤄질 예정이다.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는 명지전문대 양성평등상담실 이정인 성희롱 고충상담원은 “학생들에게 성평등, 성희롱, 그리고 성폭력의 개념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얼마 전 발생했던 사건과 비슷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교내 구성원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익명 제보 창구 마련 ··· 근본적 해결도 필요해

  대학 내 미투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학내 언론사들이 익명으로 제보를 받는 창구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 한양대 ERICA 캠퍼스 교지편집위원회 밀물은 오픈 채팅창을 개설해 피해자 제보를 받고 있다. 익명 제보를 통해 사건의 유무를 파악한 뒤, 취재를 진행해 진상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밀물 이찬주 편집장은 “익명으로 피해자 제보를 계속 받고 페이스북에 가해자 징계 관련 내용을 꾸준히 게시할 예정”이라며 “민감한 부분이라 아직 논의 중에 있지만 계속해서 기조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 소재 대학 A 학보사에서도 익명 제보 창구 개설을 논의했지만 현재는 잠정 보류 중이다. 접근에 있어 조심스러워야하는 사안이기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 학보사 관계자는 “취재시 한계가 있는 만큼 용기 내주시는 제보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잠정 보류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학생사회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폭력 문제의 근절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승준 전대넷 임시의장은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학내 구성원 간 권력관계를 해체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수반돼야한다”며 “예방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유제니 기자 jen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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