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탑회 회원들이 석탑야간학교의 교훈과 교가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1983년, 청년들은 뜻을 모아 배움을 나누기로 했다. 그 뜻은 35년을 이어졌고,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작지만 환한 등불을 밝히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세종캠퍼스 동아리 ‘석탑회’다. 석탑회는 세종시 조치원청사에서 ‘석탑야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5~60대의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매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하고 있다. 꾸준하게 교육봉사를 하며 지역사회를 돕고 있는 석탑회 회원들을 만나봤다.

 

- 석탑회와 석탑야간학교는 어떤 단체인가

  “석탑회는 약 40명의 학생들이 모인 중앙동아리 연합회 소속의 동아리이며, 석탑야간학교는 동아리인 석탑회가 운영하는 검정고시 야학입니다. 석탑야간학교는 다른 기관에 소속돼있지 않은 야간학교로, 여러 단체에서 지원은 받지만 간섭은 받지 않는 독립적인 단체입니다. 올해 석탑야간학교는 비영리단체로 등록했습니다. 기존에는 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아 예산 관리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던 터라, 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여러 요건을 갖춰 승인신청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월 23일 비영리단체로 지정되면서 세종시의 비정규야간학교 지원사업 등 도움을 받는 것도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석탑야간학교의 운영 현황은

  “공식적으로는 중등반과 고등반이 있습니다. 중등반에선 국, 수, 사, 과, 영 5과목을 수업하며, 학생으로 서너 분이 등록돼 있습니다. 고등반은 한국사를 추가로 수업하며 네다섯 분이 등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하신 모든 어머님이 항상 나오시는 것은 아닙니다. 어머님들은 생업에도 종사하셔야 하고, 또 몸이 안 좋으신 분들도 계셔서 중도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업을 학기 중에 중단하신 분들의 경우 새 학기가 시작될 때 연락을 드려 다시 학업의 장으로 나오게끔 부탁드리기도 합니다.

  현재는 임시로 초등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익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운영하던 등불야간학교가 교사 부족으로 운영이 힘들어져, 등불야간학교에서 운영하던 초등반도 함께 운영하게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진행하고, 장소가 생긴다면 초등반 또한 정규반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 교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모집한 동아리 회원이 곧바로 교사로 투입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입 회원들은 기존 회원들이 수업하는 것을 청강하고, 4~5차에 걸쳐 예비 테스트를 보게 됩니다. 이때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피드백에서 지적받은 요소들을 보완해 가며 예비 테스트를 통과하면, 꼼꼼한 오픈 테스트를 마치고 야간학교의 교사가 됩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어머님들께는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비 테스트 시,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평가보다는 학습자의 눈높이에서 얼마나 친절하게 설명하는지를 중점으로 평가합니다. 야간학교의 교사가 되는 과정은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 다른 동아리나 야학과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동아리와 달리 학생들끼리만 약속하는 것이 아니고, 어머님들과의 약속도 함께 지켜야 하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욱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검정고시를 앞둔 경우 어머님들이 너무 열정적으로 공부하셔서 저희도 긴장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나와서 공부하시기도 하는데, 저희가 수업을 빠뜨릴 순 없죠. 검정고시가 4월과 8월에 각각 있다 보니, 계절학기가 끝난 여름방학에도 학교에 남아 어머님들과 수업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른 동아리보다 고정적으로 할애해야 하는 시간도 많고, 양질의 수업을 위해 수업준비도 별도로 하는 등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다른 야학의 경우 선생님이 확보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탑학교의 경우 석탑회라는 교내 동아리의 틀이 뒷받침하고 있어서 현재는 다행히도 교사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 가장 보람찼던 기억은

  “작년 4월에 졸업하신 어머님 중 한 분께서, 건강이 안 좋아 도중에 여러 번 학업을 포기하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계속 함께 공부하자고 설득한 끝에, 결국 작년 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교정의 모습이 나에게는 없었는데 이제는 석탑학교가 나의 추억이 됐다’며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어머님들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해주셨을 때, 그리고 저희가 어머님들께 도움이 됐음을 느꼈을 때 가장 보람이 느껴집니다.”

 

- 향후 계획은

  “학교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아직 많을 것입니다. 아직 용기 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올해부턴 현수막, 팸플릿 등 여러 홍보수단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동아리 규모를 지금보다 더 키워,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범위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야간학교 사업뿐만 아니라 다문화 멘토링, 일반문화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석탑회가 힘을 보탤 수 있는 부분은 많을 것입니다.”

 

글·사진 | 박문정 기자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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