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돌던 홍보관 철거가 잠정 확정됐다. 본교 건축팀은 홍보관 철거시기에 대해 “잠정적으로 올해 5월까지 홍보관 내 공간을 이전하고 6월부터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사 추진을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보관 잠정 6월 철거

  홍보관은 현재 학내 언론사, 학생 자치공간 등을 비롯한 68개의 기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건물이다. 홍보관 철거 시 기관들을 위한 대체공간에 대해 건축팀은 “임시로 국제관의 여유 공간을 배정하고 그 외에 부족한 공간은 학교 외부 건물 임대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홍보관이 철거된 자리에는 문과대와 정경대를 위한 ‘인문사회관(가칭)’이 지어질 예정이다. 건축팀측은 “해당 건물에는 문과대학과 정경대학 그리고 기존 홍보관에 있는 공간을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문사회관에 대한 조감도 및 계획안은 현재 설계 진행 중에 있다. 건축팀은 “인문사회관은 구성원들의 사용측면을 고려하여 문과대학과 정경대학 공간을 분리할 계획”이라며 “홍보관 기존 사용면적 2000평을 포함하여 최소 연면적 5000평 이상 규모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보관, 50년의 역사

  홍보관은 학내 언론단체 및 학생들의 후생복지를 위한 용도로, 1966년에 착공, 1968년 10월 준공된 253평의 3층 규모의 건물이었다. <고려대학교 100년사>에 의하면 홍보관은 완공 이후 1층에는 ROTC 병기고와 언어학 실험실이 자리를 잡고, 2층에는 고대신문사와 고대방송국(현KUBS)이, 3층에는 미국문화연구소가 들어섰다. 이후 1996년 홍보관 별관이 증축됐다.

  홍보관은 2001년 미디어관(당시 언론관) 신축으로 철거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2001년 당시 언론관의 신축부지로 홍보관 자리가 선정돼 홍보관의 학내 언론사를 옮기기 위한 현장 실사가 진행됐다. 2003년 본지 보도에 의하면, ‘홍보관 철거 후에 언론관 신축’ 계획은 어느 정도 확정된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막판에 백지화됐다.

  현재 홍보관에는 68개 기관들이 위치해 있다. 한국사회연구소, 각 과별 연구실을 비롯한 연구기관 17개(25%)가 소속돼있고, 태권도부, 녹두극회와 같은 동아리 13개(19%)가 위치해있다. 문과대 각 과별 학생회실을 비롯한 18개(26.4%)의 학생 자치공간도 마련돼 있다. 또한 본지를 비롯한 KUBS, 영자신문사 등 5개의 학내언론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 외 직원노동조합사무실, 우체국, 교양실 등 여러 기관들을 홍보관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추억 담긴 홍보관

  홍보관은 많은 학생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다. 왕기문 사회학과 학생회장은 “현재 3년째 학생자치에 몸담고 있는 내게 홍보관은 대학생활의 추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왕 회장은 “새내기 시절 선배들에게 ‘밥약’을 청하던 추억, 군 입대 전 과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며 작별하던 추억, 새벽에 과방에 홀로 앉아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던 추억, 과방 사진첩 내 선배님들의 추억 등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라고 회상했다. 홍보관 1층에 위치한 한국사회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세준(대학원·사회학과) 씨는 “홍보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공간”이라며 “학부생 때부터 석사과정을 지내고 있는 준 생활공간”이라고 말했다.

  동아리에게도 홍보관은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소중한 공간이다. 정예준 문과대 풍물 동아리 푸른소래 회장은 “우리 동아리는 사람과 악기 중심이다 보니 악기를 둘 곳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쉬러가는 곳을 넘어 회의도 이뤄지고 악기도 놓는 우리 동아리의 근간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문과대 연극동아리 녹두극회 회장은 “녹두극회에게 동아리방은 연극 소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동아리방이 없었다면 정기공연을 올리기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회 공연부터 현재까지의 포스터들도 벽면에 붙어져 있는 추억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홍보관 철거에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홍보관에 추억이 깃든 학내 구성원들의 아쉬움은 짙기만 하다.

 

글│변은민 기자 silverly@

그래픽 | 이선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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