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의과대 학생들은 본과 3학년부터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한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실습 시 세 병원을 모두 거쳐야 한다. 학생들은 추첨으로 실습 병원 순서를 정하고 첫 번째 병원에서 20주, 두 번째와 세 번째 병원에서 각 12주 동안 실습한다. 통학 거리를 벗어난 병원에서 반드시 실습해야 하는 의과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거주 지원이 전혀 없어 ‘잠잘 곳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과대 측은 거주 지원 방안에 대해 특별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취 불가피’한 실습스케줄

  의과대 본과 3, 4학년 학생들은 병원 실습스케줄 상 자취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습은 한 병원 내에서 2주 간격으로 여러 과를 돌면서 이뤄진다. 실습생들의 통상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이고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지만 실제 출퇴근 시간은 과마다 다르다. 출근 시간이 이른 소아과의 경우 오전 6시에 브리핑이 있어 실습생들은 브리핑 준비를 위해 오전 5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한다.

  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다. 다음 날 환자 발표가 있을 때는 병원에 있는 컴퓨터로만 환자 정보를 볼 수 있어 자정까지 병원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권준혁 의과대 학생회장은 “원칙적인 퇴근시간 이후에도 환자를 보거나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퇴근을 언제 할지 몰라 병원 근처에 숙소를 둘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쉽지 않은 자취방 공유

  의과대 실습생들은 안암, 구로, 안산에 위치한 세 병원에서 각각 3달 가량 실습한다. 3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자취방을 계약할 수 없기에, 실습생들은 3명씩 짝지어 자취방을 공유한다. 첫 순서로 실습하는 병원이 각기 다른 세 사람이 모여 안암, 구로, 안산에 자취방을 각자 1년씩 계약하고 이를 3달씩 돌아가며 사용하는 방식이다.

  매년 실습생들이 자취방을 공유하며 병원 인근에 거주하지만 여러 난관이 발생한다. 3명을 맞추지 못한 학생은 혼자 혹은 둘이서 세 지역의 자취방을 모두 계약해야 한다. 하원상(의과대 의학과13) 씨는 “친구들과 방을 공유하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 웃돈 돈을 주고 자취방을 짧게 계약하거나 고시원에서 사는 학생들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모든 실습생들이 세 지역 모두에서 자취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구로병원과 안암병원이 집 근처에 위치할 경우 통학을 선택한다. 이들은 통학할 수 없는 병원에서 실습할 때만 자취를 선호해 짝지어 방 구하기가 복잡해진다.

  운 좋게 자취방을 공유할 친구를 구해도 어려움은 여전하다. 각 지역에 위치한 자취방의 환경과 비용이 달라 학생들 간 협의가 필요한데, 이견조율이 쉽지는 않다. 올해 본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김안나 씨는 “구로병원 인근에 있는 자취방은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불면증까지 왔다”며 “학교에서 기숙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거주 지원은 전무, 설문조사 후 1년 지나

  본교 의과대 실습생들의 실습 기간 동안 거주 문제에 대해 의과대 차원의 거주 지원은 없다. 의과대 행정실도 실습생들의 거주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나,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작년 4월, 의과대 학사지원부는 본과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산병원 임상 실습 간 장거리 통학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충을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의과대 학사지원부 측은 ‘학교에서 안산병원 인근에 숙소를 임대하여 보증금을 지급하고 학생들은 실습 기간 중 해당 시설을 사용하고 임대료 및 관리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이와 같은 숙소를 제공할 경우 입주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설문조사에 응답한 86명의 학생 중 85명이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1명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학교의 거주 지원을 원한다고 답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교 측의 거주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6일에 진행된 제2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권준혁 의과대 학생회장이 학교 측에 실습 학생 거주 지원을 위한 예산을 요청했다. 의과대 측은 학장님과 상의한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으나 이후 추가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진형(의과대 의학과13) 씨는 “실습생들의 기숙사에 대해 학교가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작년에 학장님이 학생들에게 많이 신경 쓰고 있다 하셨는데 실제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전혀 공유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성균관대와 동국대 의과대는 실습병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를 실습생들에게 지원하며 인하대 의과대는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 한해서 아파트 형태의 기숙사를 운영한다. 본교와 같이 실습병원 기숙사가 없는 서울대와 연세대는 의과대 캠퍼스에서 실습병원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일러스트|정예현 전문기자

그래픽|이선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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