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교 재학 중인 조 모씨는 학기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난에 불안감을 느끼던 그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간간이 FPS 게임을 해왔다. 그러나 쉽게 취직이 되지 않자 게임 시간은 점점 늘어나, 이제는 ‘내일부터는 정말 게임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음날 컴퓨터 앞에 앉기를 반복한다.

  #2 본교 재학 중인 정 모씨는 흡연자로, 담배를 피운 후 베는 담배 냄새와 흡연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싫어 금연에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대체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려워 전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담배 대신 전자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우게 됐다.

 

청년층에서 지속적으로 증가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 무언가에 중독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 중독은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알코올, 도박 등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의 성인 중 ‘스마트폰 중독 유병률’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20대로, 전체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 인원 중 18.2%를 기록했다. 카지노, 경마, 복권 등 도박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층 또한 크게 늘어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병원에서 도박 중독 진단을 받은 환자 중 2·30대가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했다. 총 1113명의 환자 중 30대가 422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369명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권선중(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온라인 불법 도박도 급증하고 있다”며 “온라인 도박의 경우 청소년기부터 발생해 대학생 및 성인 초기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여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 청년들의 중독 증가 이유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꼽았다. 권선중 교수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많은 심리, 사회적 환경 속에서 중독자가 될 위험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 청년들에겐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많이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취업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잊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을 한다든지, 경제적 어려움을 도박에 의지해 해결해보려 할 때 그 대상에 중독될 위험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상규(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인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근본적인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눈앞에 단기적인 즐거움의 유혹을 이겨내고, 장기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독, 누가 더 취약한가

  중독은 기본적으로 그 원리와 과정은 비슷하지만 연령, 성별 등의 조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연령의 경우 특히 청소년이 중독 문제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의 뇌는 생물학적 발달 특성으로 인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하고 내외적 변화가 심한 상태다. 이상규 교수는 “청소년 시기의 뇌 발달은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분에서 이뤄진다”며 “아직 자기조절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독에 더 취약할뿐더러,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채 중독을 경험하면 성인이 돼서도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소년기의 뇌는 성인보다 보상에 민감해, 보다 강력한 자극을 찾게 되면서 더 심각한 중독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반대로 노인은 젊은 나이의 성인보다 알코올 및 약물의 대사 작용이 느리게 나타나서 적은 양으로도 뇌에 큰 효과를 입는다. 노인들은 보통 만성적인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중독이 일어나면 더불어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중독으로 인한 우울증 발생도 자주 있는 일이다.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는 “2015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67만 명중 약 42%가 60세 이상 노인”이라며 “우울증은 노인 자살에 큰 영향을 미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별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독의 발생 측면에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약대 연구팀은 남성이 중독 행위를 했을 때 정신적 쾌락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가 여성보다 30% 이상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윤호경(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중독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여성이 악화 속도가 남성에 비해 훨씬 빠르다”며 “중독자가 되는 과정에서 남성이 더 취약 집단이라면 중독자가 된 사람들 중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측면에서는 여성이 더 취약한 집단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사회·경제적 수준이나 교육 수준 등이 낮거나, 어린 시절 학대와 방임 같은 형태의 양육 환경을 오랜 기간 경험했을 경우 중독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경우엔 유전적 측면의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한다. 윤호경 교수는 “보상회로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관련된 유전자가 중독과 연관이 있다”며 “특히 도파민 유전자 중 하나인 도파민 수용체 D4 유전자가 중독 성향과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윤호경 교수는 “성격이 충동적, 혹은 도전적이거나 정서적 민감성이 높은 경우에도 중독 문제에 취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영훈(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중독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은 맞지만 마약과 같이 중독의 쾌감과 자극이 매우 큰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의 영향과 상관없이 심각한 중독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중독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중독 외에도 최근에는 과연 중독이라고 볼 수 있을지 애매한 중독이 등장하고 있다. 일상에서 운동 중독, 일 중독, 탄수화물 중독 등 중독이란 단어를 자연스레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중독’들은 다른 중독에 비하면 중독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긍정적으로 보인다. 과연 이러한 일상적인 행동들도 중독이라고 볼 수 있을까? 권선중 교수는 이에 대해 “단순히 특정 행위를 오래한다고 해서 중독이라 정의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중독으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로 인해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박, 게임 등의 중독 행위를 할 때와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의 뇌 활동의 차이를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전전두엽의 활동 수준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을 때는 전전두엽의 활동수준이 높은 반면, 중독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을 때는 활동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선중 교수는 “만약 미래에 운동, 일 등의 행위로 인한 피해나 폐해가 발생한다면 중독의 조건을 성립하게 될 것”이라며 “이 때는 운동 중독과 일 중독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호경 교수는 “일반적인 활동을 오래한 경우에도 가역적인 뇌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피로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일 뿐”이라며 “게임, 쇼핑과 같은 행위 중독은 물질 중독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금단현상을 동반하며, 관련된 뇌 부위의 장기적이고 심각한 기능 저하를 불러으킨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덧붙여 “만약 가정이나 주변에 소홀히 하면서 일만 하거나, 다른 여가 활동 없이 운동에만 집착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일종의 중독 혹은 강박으로 볼 수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 다시 다른 삶과 균형을 맞춰 병행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정리했다.

 

글 | 김도윤 기자 glossy@

사진 | 고대신문 press@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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