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대표적인 중독성 물질 중 하나로 고대부터 인간에게 쾌락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해로움과 중독성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며 지금까지도 음주운전, 음주폭행 등 많은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술 외에도 담배, 커피, 마약 등 수많은 중독 물질과 행위가 존재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것들에 의존하게 되는 걸까.

 

소통 단절된 외로운 사회

  의학 용어로서의 중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유해 물질에 의해 ‘생화학적 작용이 일어나 몸이 위험해진 상태’의 중독(Intoxication)과 ‘중독’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떤 것을 끊을 수 없는 상태’의 중독(Addiction)이 있다. 후자의 경우 공식 진단명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 도박장애 등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강웅구(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서 전자의 경우 발병 시 응급실에 간다면, 후자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용어의 차이를 정리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로 인한 중독과는 다르게 새로운 중독이 등장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터넷 게임과 스마트 디바이스 등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행위 중독’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도박, 인터넷, 게임, 쇼핑, 스마트폰 등에 중독되는 것을 행위 중독이라 한다. 국내에선 2016년 보건복지부가 인터넷과 게임 중독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웅구(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생존에 필요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며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삶이 풍부해지면서 중독의 대상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윤호경(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의 소통의 단절성도 중독 증가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중독의 이유로 ‘군중 속의 외로움’을 언급했다. 최근 혼밥족, 혼술족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 것처럼, 현재 사람들이 인구가 많은 도시 속에 살면서도 정작 타인과는 직접적으로 교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호경 교수는 “만성적인 외로움, 소외감, 고립감 등이 커지면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중독되는 물질과 행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독, 그 문제적 원리

  중독이 발생하면 중독자는 자신의 행동이 자신과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조절하려 한다. 하지만 통제력을 잃은 나머지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중독 대상 물질이나 행위로 인한 자극이 그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원인이다. 관련 기억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부적응적인 인지·행동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물질이든 행위든 그것이 중독을 일으키려면 그것에 대한 강렬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경험이 뇌에 뚜렷한 인상을 남겨 계속해서 약물을 찾거나 행위를 하도록 만든다. 궁극적으로 중독은 뇌의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것이다. 윤호경 교수는 “뇌의 변연계 안에는 복측 피개부(VTA, Ventral Tegmental Area)와 의지핵(Nucleus Accumbens)으로 이뤄진 ‘쾌락중추(Pleasure Center)’가 있다”며 “이는 ‘보상 회로(Reward System)’로도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부위가 자극되면 도파민이나 엔돌핀 등의 물질들로 인해 쾌감이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술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은 이 부위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인간에게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행동의 강화를 발생시킨다. 행위 중독 역시 이러한 쾌락중추를 자극해 특정 행동에 집착하게 만든다.

  중독 증상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갈망(Craving)이 일어난다. 갈망은 단어 그대로 어떤 물질이나 행동을 통해 쾌락을 경험한 후 이를 다시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동기적 상태를 뜻한다. 1955년 세계건강조직원회에서는 그 중 상징적인 갈망(Symbolic Craving)이 행동을 재발시킨다고 정의했는데, 최근엔 이를 병리적 욕구(Pathological Desire)로 부른다. 다음으로는 내성(Tolerance)이 생기게 된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취하던 사람이 점차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취하게 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윤호경 교수는 “내성이 생기는 것을 술이 세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착각”이라며 “단지 내성이 생기면서 몸이 저항하고 버티는 것으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 몸은 망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단(Withdrawal) 현상이 나타난다. 중독된 사람이 갑자기 대상을 중단할 때 경험하는 것으로, 손 떨림, 식은땀, 환각, 의식저하, 경련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도 한다.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박사는 “2000년대 이후부터 매년 약 50만 명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다”며 “그 중 가장 심각한 오피오이드(Opioid) 오·남용은 모든 조치를 취해 줄여야한다”며 약물 중독의 위험성을 밝혔다. 행위 중독의 경우 신체적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지만 심한 불안 증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중독 증상은 최종적으로 대상자의 행동 조절 능력을 상실시켜 그로 하여금 자기 파괴적 행위나 사회 규범에 반하는 행위를 하도록 한다.

 

후유증, ‘접근성 제한’으로 치료해야

  중독의 후유증으로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가 있다. 특히 전전두엽 부위의 기능 저하가 크다.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는 집중력 및 판단력 감소, 충동조절 등의 장애를 동반한다.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의 경우 물질 자체의 해로움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다. 중독을 스스로 끊지 못하는 이유는 중독이 단순히 어떤 물질이나 행위 자체에 대한 의존으로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중독은 중독이 되기까지 과거의 여러 경험, 주변 환경, 사회적 요소들이 복합돼 일어나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중독을 이겨내고 극복하기란 매우 어렵다.

  중독에 대한 전통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의지력을 강화시켜 욕구를 억제하게 하거나 욕구가 생겼을 때 다른 행위를 하도록 훈련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세부적인 치료 방침은 중독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접근성을 줄이는 것이다. 마약과 같은 불법 약물의 경우 사회적 정책을 통해 이를 쉽게 실현할 수 있다. 강웅구 교수는 “중독은 점화 효과(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심리학적 현상)의 일종으로, 한번 갈망의 욕망이 생기면 그 마음이 더 커지게 된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점화 효과가 강할 시 약물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의 해소 또한 중독의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중독 행동을 시작하는 동기가 어떤 문제에서 회피하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질이나 알코올 중독의 경우 약물 치료 등을 통해 금단 증상을 해소시켜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강웅구 교수는 “중독 행위 이외의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중독을 치료의 목표는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 행위에 몰두함으로써 포기한 ‘건강한 사회인으로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김도윤 기자 glossy@

일러스트 | 정예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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