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서울캠퍼스 15개 학부·단과대 중 생명과학대, 이과대, 국제학부 3개만이 현재 학생회 집행부가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다. 특히 국제학부는 3년째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학생회장단 선거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타 단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유효투표율과 입후보 기준이 지목된다.

  국제학부는 2015년 14대 학생회 ‘벗’의 임기가 끝난 2015년 11월부터 비대위 체제다. 작년 3월부터는 재학생이 아무도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아 당시 신입생이었던 17학번으로만 비대위를 운영해왔다. 그마저도 당시 3월엔 9명, 11월엔 7명의 비대위원들이 총 정원이 360여 명에 달하는 국제학부의 자치 업무를 감당해야 했다. 장우성 국제학부 비대위원장은 “당시 17학번으로만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학생사회에서 비대위 체제는 선출직이 아닌 만큼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학부를 대표해 연서를 작성하거나 대자보를 쓰는 것에도 조심스럽다. 특히 국제학부 비대위는 인원조차 매우 소수여서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이용성 비대위원은 “실제로 지난 비대위때 작성한 외국인 등록금 인상안 반대 연서에 대해 국제학부 학우의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학부에서 오래도록 비대위 체제가 지속된 데에는 회칙의 규정이 크게 작용했다. 국제학부 회칙 상 학생회장 입후보를 위해서는 4학기 이상 본교에 등록해야 하며, 선거가 유효하기 위한 투표율은 50%를 달성해야 한다. 사범대는 회장 입후보를 위한 학기 제한이 없고 선거 유효투표율은 33.3%이고, 경영대는 국제학부와 동일하게 4학기 이상 등록이나 선거 유효투표율은 20%이다. 국제학부의 입후보 등록 기준과 선거 유효투표율이 타 단위들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특히 외국인 학생 비율이 전체 정원의 약 22%에 달하는 국제학부에게 투표율 50%를 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성화 전 국제학부 비대위원장은 “투표율 50%를 넘겨야 하는데, 이 때 외국인 학생들의 낮은 투표율이 한국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제14대 국제학부 학생회 '벗' 기획국원으로 활동했던 오윤성(국제학부15) 씨는 “국제학부 특성상 국제인재전형 및 재외국민전형으로 입학한 학우들이 다수”라며 “해외에서 수년간 학교생활을 했다보니 한국의 학생사회 문화와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국제학부 차원의 회칙 개정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각기 다른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작년 3월 학생회칙 개정 총투표를 진행했지만 41.92%의 투표율로 투표 성립 조건인 50%를 넘지 못해 투표가 무산됐다. 올해 국제학부 비대위는 3월 12일 비상총회를 개최해 유효투표율 완화와 학생회장 등록학기 조건 개정을 시도했지만 안건 상정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실패했다.

  국제학부는 올해 역시 비대위 체제로 시작했다. 학생회장에 아무도 입후보하지 않아 15대 학생회장단 선거가 무산돼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8일, 18학번 9명과 17학번 5명으로 비대위가 구성됐다. 업무 부담 등의 어려움이 여전히 있지만 참여하는 학생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수지(국제학부18) 씨는 “선배들의 지속적인 홍보로 학생자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며 “비상총회도 신입생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 참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올해 비대위도 장우성 비대위원장이 전년도에 이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 장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며 “이들과 함께 좋은 방향으로 비대위를 이끌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 변은민 기자 silv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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