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너는 알아듣겠냐?” “저 단어가 무슨 뜻이야? 얼른 사전 찾아보자.”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들으며 친구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졸업 필수요건에 영어강의 수강이 포함돼 있다 보니 억지로 영어강의를 듣는 친구다. 친구는 수업이 끝나면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하곤 한다. 분명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교수가 진행하는 훌륭한 수업이라 들었는데, 결국 자신한테 남는 수업 내용은 얼마 없다는 것이다.

  2018년 1학기 기준, 우리 과에 개설된 전공 수업 중 영어강의 비중은 36.7%다. 더불어 3개 이상 영어강의 이수를 졸업 요건에 추가해 학생들이 영어강의를 듣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주위엔 수업 내용조차 제대로 쫒아가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수업시간에 주어진 과제가 어떤 과제였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과제 제출에 애를 먹는 친구도 있었다.

  학생들 수준에 비해 강의 수준이 너무 높아 학생들이 강의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교수의 발음이 어색한 탓에 무슨 말인지조차 못 알아듣는 수업도 있다. 어떤 교수는 “자신의 발음이 어색하니 감안해 들어주길 바란다”고 미리 말하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른 과의 경우 영어강의인데도 한국말로 수업을 진행하고, 교환학생에게 수강 정정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경청하며 필기를 하기보다는 블랙보드에 올라온 ppt를 보고 공부한다.

  교환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한국인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강의는 분명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엉터리로 진행되는 영어강의는 있으나마나다. 이대로라면 학생들은 수업 내용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교환학생들은 수업조차 들을 수 없다. 교수들은 언어적 한계로 학문의 깊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곤란을 겪어야 한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영어강의에서 첫 번째는 ‘영어’가 아니라 ‘강의’인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글ㅣ진현준 기자 per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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