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의 이익을 위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도용하는 경우가 온라인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 본지 박 기자는 친구를 통해 자신의 기사가 무단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단 기사 전문이 전혀 다른 매체의 기사로 검색됐기 때문이다. 박 기자는 밤새 노력했던 취재 과정이 떠올라 허무함을 감출 수 없었다. 피해자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서 ‘간호사 태움’이란 키워드로 검색되는 7개의 기사 중 2개의 기사는 학보사 기사 전문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었다.

 

  인터넷신문 N사가 학보사 기사를 무단 도용했다. 본지를 포함해 대학신문, 서강학보, 숙대신보, 연세춘추 등 4월 6일 현재까지 16개의 학보사에서 80여 개의 기사 도용 사례가 확인됐다. 그렇게 표절된 기사 중 일부는 N사의 이름을 달고 포털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N사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검색 제휴매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회장=이민준) 측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표절기사 삭제와 공개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보사 기사 다수 도용당해

  N사는 상당수의 기사를 제목만 바꾼 채 무단 도용했으며 작성기자의 이름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기자 이름을 자사 기자의 이름으로 바꾸거나 여러 기사를 짜깁기하여 붙인 경우도 많았다. 경희대 대학주보 박지영 편집장은 “출처도 밝히지 않고 기사 전문을 도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기획기사를 구상하고 취재하느라 공들인 기자들의 노력까지 빼앗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기사 내에 포함된 사진과 인포그래픽 역시 해당 매체의 워터마크를 입혀 무단으로 사용 중이었다. 한양대 한대신문 김도렬 편집국장은 “기사는 물론 사진과 인포그래픽 역시 저작물이니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타 매체 기사를 도용하지 않겠다는 해당 매체의 소개글이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N사는 작년 12월에도 서울대 대학신문 기사를 다수 도용해 사과문을 발송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드러난 표절에 N사는 재발방지와 표절기사의 삭제를 약속하면서도, 해당 업계의 열악한 환경으로 표절 이유를 돌렸다. N사 대표 김 모씨는 “등록된 6000여 개의 인터넷언론사 중 실제로 제대로 운영이 가능한 곳은 800여 곳 정도일 것”이라며 “그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마음과 달리 도의적으로 어긋나는 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근절되지 않는 표절

  이 같은 기사표절은 온라인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인터넷신문위원회(위원장=방재홍, 인신위)가 발표한 2017년도 인터넷신문 기사심의 결과에 따르면 전체 3926건의 심의대상 기사 중 표절금지 위반이 43.8%, 출처표기 위반이 13.3%으로 집계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김용담)와 인신위 같은 민간기구의 경우 자체윤리강령에 서약한 매체에 한해 심사를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이미 통신망을 이용해서 간행하는 인터넷신문의 수는 6300여 개를 넘어섰지만 인신위 서약사는 430곳,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온라인 신문 서약사는 112곳에 불과하다.

  표절기사들이 부당이익을 취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박동근 온라인 심의위원은 “표절이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기본적인 기사 생산여건조차 갖추지 못한 언론사에서 필요한 기사 건수를 채우기 위한 베끼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제휴업체로 선정되면 인터넷신문의 기사의 노출도가 올라가 광고 등에서 추가이익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포털과 뉴스제휴를 맺기 위한 자체기사 생산기준을 맞추어야 한다. 2015년 10월에 출범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신문법 시행령에 근거해 인터넷신문 제휴요건으로 자체기사 30건을 포함한 월 100건의 기사를 하한선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단순한 홍보 기사나 인터넷 공개 정보 기사를 제외한 자체 취재기사를 30개 이상 송고할 수 있는 인터넷신문사만이 포털 제휴신청이 가능하다. 실제 학보사 기사를 표절했던 N사는 작년에 포털 제휴 언론사로 등록됐다.

  국내 인터넷신문사의 상황은 열악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7 신문사업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산업의 매출은 하락세이다. 인터넷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 수는 평균 6.1명으로 종이 신문사의 평균 기자 수인 17.7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1기 평가위원이었던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기준 때문에 표절 매체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순 없다고 일축했다. 김위근 위원은 “인력 등의 문제로 이 기준이 높다는 하소연도 있지만 좋은 기사를 꾸준히 생산하는 인터넷신문 역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뉴스유통이 활발해지며 표절하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오경수 연구원은 “발로 뛰지 않고도 정보원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니 자연히 취재 없이 쓰는 표절기사들도 늘어났다”며 “종이신문과 달리 정해진 마감이 없고 수정이 용이해져서 기사를 쉽게 카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내에서 취재윤리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지 않는 것도 표절문제 지속의 이유다. 기사표절 건수가 많아지다 보니, 도리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신문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는 “기사에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무감각한 부분이 있다”며 “일일이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릴 것을 요청하는 일이 매우 잦다”고 말했다.

 

마땅한 제재 방안 없어, 제도적 개선 필요해

  기사표절에 대해서는 마땅한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표절된 기사를 발견할 경우 신문윤리위원회의 ‘독자불만처리’나 인터넷신문위원회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신고할 수 있지만, 구속력과 실효성은 떨어진다. 박동근 위원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나 인신위 같은 민간기구는 자율적으로 서약한 매체를 대상으로 하기에 조치를 강제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강제력을 가진 준정부 기관으론 언론중재위원회가 있지만, 언론중재위원회에서도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에 집중해 언론사 간 표절은 취급하지 않는다.

  현재 현실적인 제재가 가능한 기구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평가위) 정도이다. 평가위에선 저작권침해 기사를 전송하는 경우 벌점을 부과한다. 저작권침해 기사가 5건 누적 시 벌점 1점으로 6점 이상일 경우 제휴 재평가가 들어간다. 저작권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평가위로부터 위탁받은 포털 업체의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그렇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모든 표절기사를 적발할 수는 없다. 원문 기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선 어떤 기사가 표절 기사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네이버뉴스제휴실 윤대섭 부장은 “하루에도 3만 건 이상의 뉴스가 공급돼 모든 기사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심지어 저작권침해는 친고죄여서 적발했다고 해서 벌점 부과와 시정조치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위근 위원은 “평가위가 현재까지 마련된 가장 적극적인 자율규제의 장으로 보인다”며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이 같은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신위 역시 포털에 노출된 기사에 한해 표절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인신위 관계자는 “학보사 기사를 포함해 포털에 제휴돼있지 않은 기사의 경우 누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기사 표절 모니터링에 제도적·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종혁(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 수집방식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려는 학계의 분위기도 있다”며 “표절 언론을 파악하는 시스템 개발이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표절을 한 언론에게 실제로 손실이 있을 정도의 책임을 묻는 제도적 보완 역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 박규리 기자 curious@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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