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비> 양우석 감독은 "통일에 있어 문화산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00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철학과 90학번) 특강이 4일 오후 5시, 서관 132호에서 열렸다. 이는 문과대학 신규 융합전공 ‘통일과 국제평화’ 개설 기념 강연으로, 양우석 감독이 첫 강연자로 초청됐다. 60여명이 참석한 특강은 정태헌 문과대 학장 과 ‘통일과 국제평화’ 주임교수인 허은(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의 융합전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이후 시작됐다.

  양우석 감독은 영화 <강철비>를 짧게 보여주고 해당 장면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먼저 ‘북한을 선제 핵공격하겠다’는 미국 외교부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들이 청와대 벙커에서 논의하는 장면이 나왔다. 양우석 감독은 “이리저리 휘둘렸던 작년 한반도의 정세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는 상황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직접 쓴 것이 아닙니다. 실제 1994년 북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북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려 하자, 당시 중부사령관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편지한 내용이에요.”

  이어 북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찬성하는 임기 말 대통령과 ‘그럴 수 없다’는 차기 대통령 당선자의 대치 장면을 보여주며 양우석 감독은 “촬영 당시에는 대통령이 탄핵 될 줄은 몰랐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 기성세대들은 ‘북한은 적이지만 동시에 통일의 대상’이라는 기형적인 교육을 받아왔다”고 말하며 “그러한 교육은 저주가 돼 현재 우리를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강철비>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분단 문제를 바라보려는 양우석 감독의 고민이 곳곳에 녹아있다. 그는 “진영 논리에만 갇혀있으면 통일을 절대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통일이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만은 않을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남북한이 협상을 거쳐 공동으로 핵무장하는 엔딩 장면을 보여줬다. 당시 화제가 됐던 영화의 결말에 대해 양우석 감독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아니다”라며 “외교안보수석이라는 캐릭터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 독점이 얼마 가지 않아 구소련,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핵을 개발하는 ‘핵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 것을 언급하며 “핵은 적대국이 가지게 되면 무조건 가져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강철비>는 상상력에 기반을 둔 허구적인 이야기지만 개봉 당시 평단으로부터 ‘지금 정치상황과 비교해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한반도 분단 현실을 바라보는 양우석 감독의 냉철한 시선이 깔려있었다. 양 감독은 “북한의 핵에 대처하는 방법은 현재와 같은 제재, 선제 핵공격,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우리 측의 핵무장을 각오하는 것, 네 가지”라며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학생이 문화산업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지 질문하자 양우석 감독은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남과 북의 교류가 매우 적은 편이라 통합을 이루기 힘든 상황이므로 남북교류의 일환으로 꼭 필요한 것이 문화산업”이라고 답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연은 기념촬영과 함께 마무리됐다.

 

글|변은민 기자 silverly@

사진│김혜윤 기자 cu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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