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한 분위기의 3층 현대미술실
▲ 이중섭 作 <꽃과 노란 어린이>
▲ 권진규 作 <자소상>

  본교 박물관(관장=전경욱 교수)은 예술과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이다. 역사, 고고, 민속, 미술에 이르는 10만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 보관되고 있어서다. 1934년 개관한 본교 박물관은 80여 년에 걸쳐 각종 예술 작품들을 수집해오고 있다.

  이곳 3층에 자리한 현대미술전시실이 2018년 새 봄을 맞아 작품을 교체하고 새 단장을 했다. ‘고대에 스며든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주제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 근현대 미술품들이 3월 중순부터 전시실에 들어섰다. 박수근, 이중섭 등의 회화 27점과 송영수, 권진규 등의 조각 6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작품들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있는 백주년기념관 열람실 맞은편에 색다른 분위기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회화와 조각 작품들이 곳곳에 비치돼있는 현대미술전시실은 여유 있는 공간과 편안한 분위기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쉼터다.

  넓고 텅 빈 공간을 나눠주는 기둥을 바라보면 한국 예술계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참혹했던 시절을 보낸 이중섭, 박수근 작가가 동시대 삶의 경험을 서로 다른 화풍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평생을 가족과 떨어져 살아간 아픔에 작품 대부분이 아내와 아이들로 가득한 이중섭 작가의 <꽃과 노란 어린이>에서는 아이들의 순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연필이 어지럽게 번진 자국과 무심한 듯 가볍게 흩어진 색채가 친숙함을 더한다. 꽃과 나비가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상상력을 표현하지만, 이를 감싸는 잿빛의 어두운 배경이 작가의 울적한 감정을 드러내는 듯 하기도 하다.

  부호의 아들이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이 또한 전쟁으로 오래가지 못했으나) 이중섭 작가와 달리, 태어난 순간부터 허덕이는 예술가의 삶을 산 이가 박수근 작가다. 가난한 집안 출생에 정규 미술교육마저 받지 못했지만, 굶주림도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본교 박물관이 소장한 박수근 작가의 작품은 그의 삶과는 조금 다르다. 밝고 따뜻한 색감의 수채화인 <복숭아>는 그가 정물화 연습을 위해 따라 그리며 독학했던 고흐의 영향을 받았다. 박유민 학예사는 “박수근 작가의 독특한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색감이 살아 화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작가의 고뇌와 특성 살려낸 조각들

  전시실의 빈 공간 한복판을 넉넉한 여백과 함께 꾸며주는 조각 작품들도 있다. 권진규 조각가가 본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조각한 <자소상>과, 반대로 역동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말>이 눈길을 끈다. 권진규 조각가는 전통의 소재와 서구적인 조형의식을 통합한 ‘한국의 사실주의’를 작품에 녹여냈다. <자소상>은 인물이 삼각형 구도 안에 들도록 어깨선을 최대한 깎아내고 얼굴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주인공의 정신세계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박유민 학예사는 “1973년도에 전시실이 처음 개관했을 때 권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됐었다”며 “아침에 박물관을 들러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신 날 오후에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시실 한가운데에서는 송영수 조각가의 작품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용접 조각 작품인 <순교자>는 인간의 죽음과 고통을 표현했으며, 조각가 본인의 기독교적인 관념이 담겨있다. 그의 제자인 강희덕(디자인조형학부) 명예교수가 모 인터뷰에서 “송영수 조각가의 작품은 유연성과 포용성을 가져 사람들이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겼다”라고 평했듯,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거친 용접은 마치 미완성된 작품처럼 완벽하지 않은 모양으로 연출됐다.

 

힐링하는 공간 되기를

  본교 박물관은 현대미술전시실은 새로이 단장하면서 대중적인 작가와 유명한 작품들을 위주로 선정해 전시했다. 박유민 학예사는 “외부 박물관에서 본교 박물관 측의 작품들을 많이 빌려 간다”며 “외부로만 많이 나가고 정작 고대 구성원들이 접할 기회는 적은 것 같아 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학예사는 “앞으로 학생들이 학업에 지칠 때 언제든지 찾아와서 미술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음이 지칠 때, 부담 없이 박물관을 방문해서 그림을 보며 휴식을 취하세요.”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사진 | 김도희 기자 doyomi@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