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폐자원 수입 중단으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수도권 일대를 덮친 가운데, 생활 쓰레기 처리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본교의 경우 작년에 배출된 총 쓰레기가 1600t에 육박했고 그 양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따로 분리수거를 거치지 않고 버려지는 본교의 쓰레기들, 어떤 과정을 통해 처리될까.

 

우리가 잠든 사이, 쓰레기는 치워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4일 새벽 6시 30분, 아직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고요한 시간.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아침 해와 함께 한적한 캠퍼스를 깨우는 사람들이 있다. 담당 건물 청소로 분주한 본교 미화노동자들이다. 이들은 1교시가 시작하는 9시가 되기 전까지 아침 청소 업무를 끝내야 한다. 지난 하루 동안 버려진 방대한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인문캠, 이공캠, 안암병원 등 본교의 모든 건물을 두 대의 차량이 돌며 쓰레기를 모은다.

  비가 내려 습기 가득한 우당교양관 앞으로 인문캠 쓰레기 담당 차량이 도로의 빗방울을 튀기며 들어섰다. 본교에서 6년을 보낸 미화노동자 오택순(여·60) 씨가 쓰레기봉투를 묶어 건물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그가 손을 넣어 휘젓는 파란 쓰레기통 안에는 구겨진 종이, 먹다 버린 음식물, 음료수 캔 등 갖가지가 들어있다.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찌르고, 마시다 남은 음료들이 여기저기 튀었다.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없어 손쉽게 버려지는 것들이지만, 간혹 아무데나 던져져 뒹구는 쓰레기들은 치우는 미화노동자들에겐 고역이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잘 버려주면 좋겠는데, 가끔 쓰레기통 위에 그냥 놓고 가거나 하면 치우기 힘들죠. 특히 여자화장실이 그래요.”

  아침 7시 반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모은 쓰레기들을 서둘러 처리장으로 옮겨야 할 시간이다. 총무부 행사지원실 직원들이 운행하는 쓰레기 차량 두 대가 동원된다. 각각 인문캠과 이공캠을 담당한 차량들은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비며 미화노동자들이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수거했다. 개운산 윗자락 화정체육관 뒤편에 본교 전체의 쓰레기가 일괄적으로 수거되는 쓰레기처리장이 자리하고 있다. 수거가 끝난 차량들이 카랑카랑한 엔진 소리를 내며 개운산의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악취 가득한 쓰레기 더미, 개운산 쓰레기처리장

  아침 9시, 학생들이 서서히 등교를 시작할 무렵. 깨끗하게 치워진 학교 건물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쓰레기통은 텅텅 비워져 있다. 널브러져 있던 쓰레기들은 모두 개운산 쓰레기처리장으로 자취를 감췄다. 화정체육관 오른쪽에 위치한 체육위원회 연수관 뒷길로 걸어 들어가면 녹슬고 낡은 철문의 쓰레기처리장 입구가 나온다. 이곳은 학교와 2012년부터 계약한 폐기물처리업체 ㈜녹색사람들(대표=채복희)이 관리한다. 잿빛의 작업복과 먼지 묻은 군화를 신고 걸어 나오는 이는 허연중 현장소장이다. 총무부 직원들이 힘을 합쳐 폐냉장고를 어깨에 지고 옮기자 허 소장이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이거 내가 옮겨야 하는 건데... 무거워서 혼자 들지를 못했네요. 미안합니다, 허허.”

  개운산 쓰레기처리장은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비가 온 탓에 평소보다 훨씬 고약한 썩은내가 축축한 쓰레기 더미에서 풍겨왔지만, 직원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을 할 뿐이었다. 여기저기 고인 흙탕물을 피하지 못해 흠뻑 젖은 작업화를 신은 채 걸어오는 허연중 씨가 명함을 꺼내려 목장갑을 벗었다. “아침에는 그야말로 전쟁터에요. 고려대 전체의 쓰레기가 여기 다 모이잖아요. 저기 노란색 쓰레기봉투는 이공캠에서 나온 폐기 의약품 같은 특수 쓰레기라 따로 매립지에 가져가고, 일반 흰색 쓰레기봉투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저희 회사 공장으로 또 옮겨져서 처리돼요.” 다시 커다란 특수 쓰레기차량에 실린 흰색 쓰레기봉투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에코그린센터’로 운반된다.

 

어딘가 다시 쓰이는 쓰레기들

  ㈜녹색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에코그린센터는 ‘폐기물종합재활용업’ 공장이다. 본교에서 굳이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본교의 쓰레기들은 선별 및 분류작업을 거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로 분류되면 다시 ‘재생고체형연료’로 가공해 제지회사, 시멘트회사, 발전소 등에 납품한다.

  이러한 본교 쓰레기 처리방식은 재활용률을 높이고, 매립 및 소각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처음 버려지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녹색사람들 업무지원팀 유재방 과장은 “폐기물 선별 작업 중 부탄가스가 터지면서 공장 직원이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며 부탁의 말을 전했다. “부탄가스, 핸드폰 충전기, 건전지 등의 위해성 물질은 일반 쓰레기봉투 안에 버리지 말고 별도 적합한 방법으로 분리배출 해줬으면 좋겠어요.”

  보통 어느 물건이 제 역할을 다하고 버려지는 순간 붙여지는 이름이 ‘쓰레기’다. 본교의 쓰레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거나 재생연료가 된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은 그렇게 새로운 역할로 다시 세상을 찾아간다.

 

글·사진 | 박성수 기자 holywater@

사진제공 | ㈜녹색사람들

그래픽 | 이선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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