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며 출범한 정부는 3월 15일 ‘특단의 한시적 대책’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을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판단해서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편성한 4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면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책대상자인 청년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어려울 거란 반응이다.

 

비용 풀어 청년 돕는 3·15 대책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 중 대표적인 지원책은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다. 청년, 정부, 기업의 3자 적립을 통해 장기근속 시 ‘목돈’을 마련하도록 돕는 제도다.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3년간 600만 원을 모으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해 만기 시 3000만 원의 자산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대기업 초임 연봉(3500만 원) 수준의 실질소득을 보장해줌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여 대기업에 몰린 청년층의 수요를 중소기업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이외에도 세제 혜택이나 금융지원 등 다방면의 지원책이 발표됐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34세 이하 청년은 5년간 소득세를 전액 면제받는다. 전·월세 자금 대출 시 3500만 원까지는 4년간 1.2%의 저리 대출을 보장한다. 군부대 소재지의 중소기업과 연계해 취업연계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전역 후 해당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역사회 산업단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학업을 이어가길 원하는 청년 근로자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등 청년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들은 대체로 기존에 있던 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형태다.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경우 2년 근속 시 본인 납입금 300만 원에 총 1600만 원을 보장해주던 제도에서 3년형을 신설해 지원금액을 늘리고 지원 조건을 낮췄다. 소득세 면제정책 또한 연령 상한을 29세에서 34세로 늘리고, 감면율과 적용 기간을 모두 늘렸다. 이정희(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취업자에게 정부가 현금을 보조해주는 급여성 지원”이라며 “정책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선 실업률뿐 아니라 비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기대 반, 걱정 반

  정부는 청년실업을 위한 ‘요술방망이’는 없다며 재정 지원으로 시급히 청년고용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입장이다. 1991년~1996년 출생한 에코세대 39만 명이 취업 시장에 진출하면 2021년까지 14만 명의 추가 실업이 더 발생할 것이라 예측해서다. 정부는 예상 추가실업을 막고, 실업률을 1~2%p 더 낮추기 위해 최대 22만 명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3·15대책을 통해 취업시장에서의 청년들의 편향된 대기업 선호가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청년층의 실업이 장기화돼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며 “대기업과의 실질소득 격차를 90% 이상 줄여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을 많이 고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는 청년층을 늘리는 방식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실질적인 기대를 충족하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들이 근로조건, 복지, 자기계발 가능성 등 임금 이외의 문제로 중소기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비 유학이나 대학교의 재직자과정 확대, ‘선취업후학습’ 청년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가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 할 기회를 확대했다”며 “기업문화개선 또한 근로시간 단축법 등 별도의 노력으로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선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이용하기 위해선 사업주가 별도로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지난 3월 약 360만 개의 중소기업 중 공제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2만 6000여 개에 불과했다. 가입자 및 가입기업 증가율이 크게 늘고는 있지만, 가입 기업이 전체 중소기업 중 0.7%에 불과해 청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존까지는 가입하기 위해 몇 가지 프로젝트를 거치는 등 가입절차가 있었다면 올해는 그런 부분을 전면 폐지해 작년과 전혀 다른 제도라고 봐야 한다”며 “가입절차를 대폭 줄임으로써 많은 청년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청년 반응

  정책에 대해 청년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취업 지원으로 중소기업 취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과 한시적 제도인 만큼 중소기업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취업준비생들은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기업의 안정성도 증대된다는 이유에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 씨(남·28)는 “2~3년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목돈도 마련하고,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고려해볼 것”이라며 “단, 성과급 등 다른 부분에서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첫 직장이 이후의 이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임인규(남·27) 씨는 “중소기업을 비단 연봉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원이 끝나면 대기업 사원들의 연봉은 더 올라 있을 텐데, 3년간 3000만 원이라는 조건에 평생의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는 첫 취업 기회를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국가의 재정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지원할 청년을 늘린다는 본래의 정책 목적을 상실하고, 지원제도가 없어도 중소기업에 입사할 계획이었던 청년들에 대한 복지정책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3월 29일자 논평을 통해 “내용상 한시적 정책들로서 근본적 해법이라 보기 어렵다”며 “장시간 근로, 육아휴직 등 노동조건 및 복지에서의 차이를 극복할 방안도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노은아(여‧27) 씨는 “국가의 지원이 있을 때 회사도 함께 체계가 잡히고 성장해 나간다면 모르겠지만, 국가 지원이 끊기고 근로조건 등으로 인해 자꾸 충돌이 생긴다면 결국 퇴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용(남·27) 씨는 “근본적으로는 기업문화를 바꿔야 하지만 1~2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시간이 지나 취업인구가 감소할 때까지 버티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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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 개선안 수반돼야

  전문가들은 청년고용시장의 문제를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한 노동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나아가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일자리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조영철(정경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할 확률이 낮은 청년 중 상당수는 이번 대책의 인센티브로 인해 취업준비 기간을 줄이고 중소기업 취업을 선택할 것”이라며 “취업준비로 낭비될 수 있는 청년의 인력을 활용해 사회적 비효율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조 교수는 이번 정책에 대해 “구직자층의 인원이 줄어들어 청년실업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1년까지 한시적 특단의 고용대책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정책에서 청년 취업 시 주는 장려금을 기업에게 주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원방식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조영철 교수는 “임금보조는 노동자에게 직접 주는 직접보조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고용장려금을 청년에게 직접 주면 청년의 교섭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3·15대책의 고용효과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임금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의 전부가 아닌 것을 고려할 때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이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정희 교수는 “지금처럼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전체의 낮은 임금이 상승되지 않는다면 큰 규모의 재정 지원이 끝난 후엔 원상 복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방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된 청년들이 3년 후에 이직을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전제해, 고임금시장에서 탐색하고 있는 청년들을 저임금시장의 함정에 빠뜨리는 정책”이라며 “중소기업에서의 경력이 대기업입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등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문정 기자 moonlight@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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