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의미 되새긴 헌화식  지난 4월 18일, ‘4.18 고려대 학생 의거 58주년’을 기념하는 마라톤과 구국대장정이 진행됐다. 폭우가 쏟아졌던 작년과 달리 맑고 화창한 날씨에 300여명의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본교 중앙광장에서 출발해 4.18 기념탑을 반환점으로 다시 학교까지 돌아오는 16.4km 거리를 완주했다. 중앙광장에서 완주 기록증을 사진으로 찍고 있던 두계교(경영대 경영16) 씨는 4.18 기념비를 가리키며 기뻐했다. “중국에서 왔지만 4.18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어요. 마라톤을 완주하니 기분이 매우 좋네요!”

  마라톤 이후 오전 10시 30분부터는 ‘4.18 기념 헌화식’이 진행됐다. 본교 염재호 총장을 비롯해 김인 교우회 수석 부회장, 박규직 4월혁명고대회장, 박길성 교육부총장 등 70여 명의 학내외 인사들이 참석해 의거의 의미를 기렸다. 헌화식에서 염재호 총장은 활화산과 같은 4.18 정신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고려대학교가 민족의 대학, 글로벌 대학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학문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헌화식이 진행되는 사이, 중앙광장에는 구국대장정에 참가하는 학생이 운동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중앙광장에서 정경대 깃발을 들고 있던 김태양 정경대 부학생회장은 4.18 구국대장정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올해 정경대에서는 250명이 참가했습니다. 관성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4.18 항거의 의미를 잘 새기며 구국대장정에 임하고자 합니다.”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니며 행사를 관리하는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구국대장정에 앞서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 “첫째로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올해에는 4.18 의거 당시와 그때의 기조가 현재 우리에게는 어떻게 재해석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예정이에요.”

전체판에서 외친 3개의 구호

  “하나, 총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라! 하나, 혐오와 차별을 중단하라! 하나, 안전 사회를 건설하라!” 전체 판의 시작과 함께 제50대 서울총학생회(회장=김태구, 서울총학)의 4.18 구국대장정 기조가 중앙광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던 학생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기조문 낭독에 집중했다. 전혜원 국어교육과 학생회장에게 ‘안전 사회를 건설하라’는 기조는 보다 중요하게 다가왔다. “세월호 참사 때 전수영 선배님이 희생되셨기에 이 기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께 4.18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더운 날씨에 하나둘 겉옷을 벗는 오후 1시, 말쑥한 정장을 입은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과 이희훈 세종총학생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58년 전 선배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정문으로 나아갔습니다. 4.18은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 사회가 올바르게 돌아가지 않을 때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라는 두 단어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행사로 과거 4.18의 의미를 되새깁시다.”

  ‘둥둥둥’ 두 학생회장들의 시타로 학내행진이 시작됐다. 풍물패를 선두로 본관을 거쳐 백주년기념관을 지난 학생들은 정문으로 나아갔다. 올해는 빨강 상의를 입은 학생들 속, 검은 옷을 맞춰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김동윤 통계학과 학생회장은 검은 옷을 입은 이유를 설명하며 선배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신 선배님들의 묘지에 가는 거잖아요. 그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다 함께 입었답니다.” 4.19 민주묘지로 향하는 학생들의 당찬 발걸음이 중앙광장을 울렸다.

3시간 뜀박질, 4.19 민주묘지 참배

  본교 정문을 출발한 500여명의 구국대장정 행렬은 경찰의 통제 아래 발걸음을 내딛었다. 중간중간 걸리는 신호 탓에 행렬이 끊어지며 급하게 뛰어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학생회 집행부원들과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행진을 계속했다. 문과대의 인솔을 맡은 조성원 문과대 부학생회장은 선도 트럭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면서도, 트럭에서 내려 학생들과 함께 발을 맞췄다. “참여하신 학우들이 많은 만큼 벅차기도 하지만, 함께 보여주시는 열정에 대표자로서 더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하나둘 지친 학생들이 나왔지만, 4.19 민주묘지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학생들은 서로 시원한 물, 이온음료 등을 나눠 마시며 함께 나아갔다.

  햇볕이 쨍쨍한 오후 4시,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학생들이 4.19 민주묘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늘어선 학생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구국대장정 행렬이 모두 도착하자, 정장을 갖춰 입은 4명의 대표자들이 참배를 시작했다. 빨간색, 검은색 반티를 맞춰 입은 학생들이 조금은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RUN FOR 418’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반팔티를 입은 지혜준(정경대 정외18) 씨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과거를 잊어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늘 기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참배를 준비했다. 단과대 별로 모여 기다리던 학생들은 중앙집행위원의 안내에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겼다.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문현기(과기대 컴퓨터정보13) 씨는 무거운 표정이었다. “4.18 행사에는 여러 번 참여했는데 매번 감명 깊어요. 희생하신 모든 분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4‧18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차례대로 참배를 마친 오후 6시, 화사한 노을과 함께 행사가 갈무리됐다.

 

글 | 박연진‧변은민‧송채현 기자 press@

사진 | 이희영‧김도희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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