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박물관에서 작년 9월 파평윤씨 모자 미라를 발굴하면서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출토 유물의 보존 처리를 진행함과 아울러 인문과학, 의학, 자연과학, 복식사 등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를 거쳐 얻게 된 성과와 과제에 대한 특별전과 심포지엄이 7일 진행됐다. 본교 박물관 2층 전시실에는 오는 22일(토)까지 파평윤씨 모자 미라 출토유물 특별전이 열린다.

파평윤씨 모자 미라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7일 국제관에서 진행됐다. 본교 박물관에서 지난 7일부터 오는 22일(토)까지 전시되는 파평윤씨 모자 미라는 작년 9월 경기도 교하면에서 발굴된 것으로 이번 심포지엄은 1년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 위한 자리다. 파평윤씨 미라는 △미라가 태아를 지닌 채 출산 중 출혈로 사망 △‘병인윤시월’의 묵서를 통한 정확한 연대(1566년)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편지  국보급 청화백자 지석 △조선 전기의 복식 형태 △기생충과 꽃가루가 확인된 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인문과학 분야 의학 분야, 자연과학 분야, 출토복식 분야로 나눠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인문과학 분야에서는 미라의 발굴 경위 및 회곽묘의 구조를 비롯해 미라의 주인공 확인과 부장된 언간(諺簡)에 대한 분석 △의학 분야에서는 방사선학적 견해, 체질인류학적 계측, 부검 및 조직검사, 독물학적 검사, 조직의 미세구조, 치아의 특징 및 연령 추정, 유전자 검사, 3차원적 영상화, 보관처리 등의 연구가 진행됐다.

또한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출토 지역 토양의 광물학적 특성, 토양의 공극률·투수율 분석, 미라의 회곽에 대한 물리적·화학적 특성연구, 출토 목관재의 수종 조사 등이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출토복식 분야에서는 출토 여복의 복식사적 고찰, 미라 염습과정 고찰, 출토복식에 대한 고찰, 출토 직물에 관한 연구, 출토복식 중 금직류 미 소품의 보존처리 연구로 진행됐다.

# 인문과학 분야
교하종중(交河宗中)이 선조묘역의 정화사업을 진행하던 중에 연고를 알 수 없는 회곽묘를 발견한다. 종중에서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된 선조의 묘역을 찾고자 회곽묘가 어떤 묘역인지 알기를 원했고 이것을 밝히는 과정에서 파평윤씨 모자 미라가 발굴된 것이다. 이 미라는 습의에 적혀 있던 ‘병인윤시월’이라는 기록과 내관의 천판 위에 ‘파병윤씨지구’라고 적힌 명정을 통해 1566년에 사망한 파평윤씨 정정공파 집안의 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출토유물 중에는 인종의 후궁인 숙빈이 쓴 편지가 발견되는데 숙빈의 편지로 인해 미라의 주인공이 윤원량 직계 인물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숙빈은 문정왕후의 오빠이면서 윤원형(‘여인천하’로 유명한 정난정은 윤원형의 첩)의 형인 윤원량의 딸이다. 더불어 파평윤씨 집안출신의 숙빈이 조선왕실 계보상에서 포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윤원량의 3명의 자식 중에 하나인 윤소에게는 4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미라는 윤소의 자식 중 한 명으로 첩실에게서 난 딸이다.

여기서 단령의 주인공을 놓고 흥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미라가 착용하고 있었던 단령이 본인의 습의이거나 남편의 옷이라면 외명부가 있어야 하는데 미라는 특별한 외명부도 없이 파평윤씨라는 신분만 기록되어 있다. 미라의 명정에 외명부가 없는 것은 누군가의 첩실이었거나 남편이 벼슬을 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단령은 미라 사망당시에 생존해 있던 윤원량이나 윤소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 만일 단령이 윤원량의 것이라 한다면 첩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출가한 후 친정에서 출산 중 사망한 손녀를 위해 윤원량이 자신의 단령을 내어준 것이 된다.

# 의학 분야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촬영된 모(母) 미라의 몸체는 사지, 피하지방층, 척추를 포함한 근골격, 흉부 및 복부 장기들과 복강내의 태아가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자궁 안에는 만삭 크기의 태아가 도립한 위치로 즉, 태아의 머리가 모 미라 골반강과 산도에 위치하고 몸체와 둔부는 복부에 위치해 있었다.

부검을 통한 치아감정의 연령 추정결과 20대 초반에서 중반에 걸친 젊은 여성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자궁의 일부분이 별 모양으로 파열됐고 이 주위에 갈색 변조가 관찰되는 것을 통해 파병 윤씨 미라는 분만 중 자궁파열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실혈사)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 두터워진 복부 피하지방층에서 보이듯 전신조직 및 장기에 많은 지방이 축적돼 있어 영양상태는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고 한다. 또한 대장의 분변에서 선충류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발견됐다. 이는 상류사회의 미라가 음식을 날로 또는 설익혀 먹었다는 증거로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체는 신선기와 팽창기를 거쳐 붕괴기, 붕괴후기, 골격기를 통해 조직이 모두 파괴되고 골격만 남게 된다. 그런데 독물학적 검사를 통한 파평윤씨 미라는 팽창기에서 바로 미라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적인 상태로는 불가능하며 미라의 위 내용물에서 검출된 비소를 통해서 사후에 시신을 방부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대 매장 제도의 옛 기록을 통해 죽은 사람의 시신을 썩지 않게 하기 위한 시도를 엿 볼 수 있다. 또한 첨단 의료장비인 다중 검출기 전산화 단층촬영(MDCT)을 통해 미라를 손상없이 영상화시킬 수 있었으며 미라의 보관처리 방법으로는 방부 처리후 보존, 진공상태에서 보존하는 방법 등이 있다.

# 자연과학 분야
자연적인 미라의 형성은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수분과 산소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연구결과 분묘 주변 토양 중에 함유된 점토광물 중 다량 함유돼 있던 스멕타이트가 수분과 공기의 이동을 효율적으로 차단하였을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의 공극률·투수율 분석을 통한 연구에서는 미라가 생성된 목관내부에는 회곽에 의해 상하 좌우로 공기유입이 차단됐으며 회곽의 주변에 높은 수분함량이 유지되면서 회곽 표면에 탄산염광물의 생성을 촉진시켜 회곽의 산소전달 저항을 높여주었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토양의 빈틈을 통해 생성된 탄산염광물들이 외부로부터의 산소 유입을 차단하여 미라를 오랜 시간동안 보존 가능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자 미라가 출토된 관재 수종은 육송으로 불리는 소나무이며 목관이 양호하게 보전된 이유는 관재 수종인 소나무 심재의 자연내후성이나 인위적 보존처리 때문이 아니라 회곽이 내부의 목관으로 공기 투과를 차단하면서 목재를 썩히는 목재 부후균의 생육에 필요한 산소가 결핍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습의(襲衣) - 장례 때 시신에 입히는 옷.
명정(銘旌) - 죽은 사람의 관직이나 성명 따위를 쓴 것.
단령(團領) - 조선 시대에 깃을 둥글게 만든 공복의 한 가지로 벼슬아치가 평소 집무복으로 입던 옷.
외명부(外命婦) - 조선 시대에 대전 유모, 왕비의 어머니, 왕세자녀, 종친의 아내로서 품계를 가졌던 사람.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