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빙 녹음 작업은 동방에서 노트북과 마이크로 진행된다.

“온보이싱은 ‘On Voice’에 현재진행형인 ‘ing’를 붙여 목소리로 연기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4월 9일 본교 성우동아리 ‘온보이싱(회장=김민영)’ 의 동아리방(동방). 온보이싱 김민영(사범대 영교16) 회장이 힘찬 목소리로 동아리를 소개했다. 온보이싱은 수도권 소재 대학교의 유일한 성우동아리로, 관객들에게 생생한 더빙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더불어 정기고연전에서 연세대의 기를 꺾기 위해 상영되는 대연영상 녹음도 책임진다.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청춘과 열정을 이야기하는 온보이싱의 목소리를 따라가 봤다.

 

정감 가는 동방, 활동의 집합소

애기능생활관에 위치한 온보이싱 동방 벽엔 부원들의 열정이 묻어나는 포스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한쪽에 놓인 책꽂이에는 캐릭터 연구를 위한 만화책들이 꽂혀 있었다.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동방은 부원들에게 집 같은 휴식처다. 온보이싱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에 기수가 높은 부원들도 거리낌 없이 동방에 머무르곤 한다.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드는 13기 박훈순(공과대 전기전자전파13) 씨도 동아리 일정과 관계없이 동방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신입생 때 들어와서 군대 다녀와서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너무나 재미있어서 22기가 들어온 지금까지 몸담고 있네요.”

온보이싱 활동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더빙 녹음 작업도 동방에서 진행한다. 동방에 비치된 노트북과 마이크가 녹음작업에 이용된다. “고연전 대연 영상뿐 아니라 내부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하고 싶었던 영상을 더빙하기도 해요.” 김민영 회장은 본인이 직접 더빙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상을 소개했다. 재치 있게 새로 만들어진 대사들이 묘하게 작중 배우들의 입 모양과 맞아 떨어졌다.

▲ 부원들이 발성 연습을 하며 목을 풀고 있다.

목소리도 기초부터 탄탄히

온보이싱은 3월에 홍보공연을, 이후 학기마다 한 번씩 정기공연을 선보인다. 온보이싱의 모든 공연은 라이브로 진행되며 완벽한 공연을 위해 부원들은 목을 아끼지 않고 연습한다. 정기공연을 한 달 앞둔 부원들의 목소리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6시, TV와 소파가 비치돼있는 하나스퀘어 지하 1층 DVD룸에서 연습에 한창인 <다다다>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기공연에서 애니메이션 <다다다>를 맡은 부원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대사를 정확히 연기하기 위해 발성과 발음 연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 심호흡 한번 하시고, 최대한 오래 아- 하고 뱉으시면 됩니다. 남들이 멈췄다고 멈추지 마시고 최대한 오래 해보세요.” 기술부장인 이서영(보과대 보건환경16) 씨의 주도로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부원 모두가 연습에 열중했다.

발성과 발음 연습을 마친 팀원들은 본 공연에 앞서 각자가 맡을 배역을 정하는 캐스팅에 돌입한다. 팀원들이 각자 자기가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 연기를 펼치면 엄숙한 분위기에서 거수투표로 연기자가 결정된다. 본인이 맡을 배역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진지해지는 순간이다. “캐스팅에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니 주력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를 생각하고, 대사의 수도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캐스팅에 임하죠.” 3월에 정기공연 캐스팅에 참여했던 이서영 씨가 경험담을 전했다.

 

즐거움과 진지함이 공존하는 연습 현장

배역 선발이 끝나면 라이브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 연습에 돌입한다. 성우 더빙이 입혀져 있는 원본으로 배역을 연습한 뒤, 기술부가 편집한 영상으로 더빙을 진행한다. “기술부의 편집 작업 시간은 한 달 정도로 잡아요.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찾기 힘든 경우도 많고, 한국판이 없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자막도 한국어로 다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죠.” 기술부장 이서영 씨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직접 추가해 손수 작업하는 것이 기술부의 주 업무”라고 설명했다.

<다다다>팀 부원들은 손에 들고 있는 대본을 보지 않고 TV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대사를 소화했다. 캐릭터와 대사의 싱크로율(화면 속 입 모양과 연기가 맞아떨어지는 정확도)을 맞추는 훈련을 위해서다. 입 모양이 영상에 나오지 않아 싱크로율을 신경 쓰지 않고 대사를 채울 수 있는 ‘통신’ 캐릭터는 다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반면, ‘귤선생’은 등장하는 장면마다 입이 등장해 전부 싱크로율을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캐릭터다.

부원들은 연습할 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연기를 발전시킨다. 이소정(문과대 사학16) 씨가 3월 정기공연에서 연기했던 ‘크리스’는 <다다다>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성격이 특이해 연기가 매우 까다롭다. “크리스는 이중인격 공주님 스타일이에요. 차분한 목소리와 격앙된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어야 해요.” 이날 이 씨는 크리스 역할을 팀원들이 이해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설명을 도왔다. “못해, 못해, 못해!”처럼 크리스의 과격한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대사에서는 폭주하는 느낌을 더욱 살리도록 주문했다. “대본에 ‘힘쓰는 소리’라고 적힌 부분은 크리스가 부순 벽을 수습할 때 내는 소리거든요. 연기자의 재량에 맡긴 부분이긴 하지만 크리스가 다시 차분해진다는 느낌은 살려야 해요.”

<다다다>의 마스코트인 ‘바바’와 ‘루다’를 같이 맡은 손지연(정경대 정치외교) 씨는 아기 같은 목소리로 연기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손 씨는 극 막바지에 ‘바바가 시공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완벽히 연기하기 위해 대사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장면마다 다른 비명소리를 내 극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연습이 계속됐다. “루다를 함께 연기하면서 바바도 살려야 해서 작품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어요.” 치열한 연습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팀원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완성도 있는 공연을 위해 팀원들 모두 열의가 넘치다보니 힘들지만 생기를 많이 느껴요.” 손 씨는 “목은 아파도 힘들지는 않다”며 쾌활한 모습이었다. 즐겁지만 치열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 완벽한 공연을 위한 연습에 그들의 밤은 깊어갔다.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사진 | 김도희 기자 doyomi@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