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만 원이요? 어휴 그때까지 못 버텨요. 내년도 올해만큼 오르면 문 닫아야죠.”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4개월 동안 안암동 상권 일대에서도 여러 변화가 나타났다. 변화한 노동시장 조건에 대한 안암동 상인들과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까진 지급 안 돼

  인상된 최저임금을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의 형편은 나아졌다. 종암동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심기문(생명대 식자경12) 씨는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지만,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계산해 받으면 나쁘지 않은 수입이다”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신태섭(남·23) 씨는 “30만 원 후반대의 월급이 40만 원 후반대로 올랐다”며 “생활비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많은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최저임금 지급이 준수되는 편이다. 안암동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문의한 결과 17점포 중 한 곳을 제외하곤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서울북부고용노동지청이 실시한 상반기 최저임금법 위반 단속에선 70업체 중 6개 업체만 최저임금 미지급으로 적발됐다. 서울북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3과 관계자는 “단속지역과 업종별로 최저임금 미지급률이 차이 날 순 있지만 최근 성북구 등 북부지역 단속에선 미지급률이 높지 않게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그동안 제기돼 왔던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는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업체들은 주휴수당까지 지급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안암동 상권의 편의점 17곳 중 12군데는 아르바이트를 3교대로 고용하거나 점주가 직접 매점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었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1일분 임금의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해서다.

  15시간을 충족했는데도 미지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참살이길 편의점 점주 김 모씨는 “지금 인상된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계산해서 준다고 하면 시급이 거의 만 원에 달한다”며 “그 정도까지의 인건비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경대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사장님에게 주휴수당 이야기를 해봤지만, 오른 최저시급만 맞춰주면 되지 않느냐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 지급하게 된 액수보다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주휴수당 액수가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업장에선 최저임금을 미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신고할 확률이 낮은 외국인 학생을 고용하는 것이다. 주중 야간 아르바이트생에겐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던 A 편의점은 사람이 덜 찾는 주말 시간대에 근무할 외국인 노동자를 시급 6000원에 고용했다.

  최저임금 미지급이 신고 되거나 단속에 적발될 경우 시정요구가 들어간다. 이후 점주가 바로 시정하면 종결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형사입건 조치돼 검찰로 송치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은 “실제로 최저임금 미지급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미지급률을 더 낮추기 위해선 차라리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행정처분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활로 모색하는 자영업자

  보통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경우 지출액 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이 크다. 안암역 사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민수(남·36) 씨는 “인건비가 나갈 때 나가더라도 사람을 아예 안 쓸 순 없다”며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더 고용한 만큼의 추가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 후문길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모씨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인건비 절감을 위해 평일 아르바이트를 모두 없앴다”며 “대신 아내와 아들까지 온 가족이 나와서 매달리고 있지만, 형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줄일 활로를 찾고 있다. 단축운영에 돌입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참살이길에서 칵테일바를 운영하는 김형수(남·70) 씨는 “그동안 새벽 2시까지 영업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이후 야간 매출이 인건비보다 적을 것 같은 날엔 단축운영하곤 한다”고 말했다.

  야간 시간대를 무인으로만 운영하는 곳도 등장했다. 법대 후문의 한 PC방에선 올해 들어 새벽 4시부터 아침 8시까지 무인으로 PC방을 운영한다. PC방의 사장은 “이 시간대엔 음식 서비스 같은 것은 일절 제공하지 않고, PC는 무인기계로 결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사람 없이 운영되다 보니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가게 안이 엉망이 돼 있을 때도 있지만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타산이 안 맞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7년 8월 정부는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제시된 맞춤형 10대 핵심과제는 임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확대 △가맹점 영업시간 단축요건 완화 △각종 세제 지원 등을 포함한다. 일자리안정자금의 경우 지난 4월 24일 기준으로 누적 신청 노동자 수가 180만 명을 넘어서면서 지원 대상자의 75%가 신청했다.

  그러나 지역 소상공인의 경우 정보 접근성이 낮아 제대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영면(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은 높아졌지만 어떤 업자들의 신청이 증가했는지도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운영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수 있지만, 단기 아르바이트를 주로 고용하는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정책에 접근하는 게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지원책 접근성 낮아

  일자리안정자금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숙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다.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편의점 심야영업 중단 요건이 완화됐다. 심야영업 시간대로 인정되는 시간이 기존보다 2시간 늘었고, 중단 요청을 위해 입증해야 하는 영업 손실 발생기간 역시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매출이 급감하는 야간시간대에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가맹점주를 위한 정책이지만 정작 이를 알고 있는 업자는 드물었다. 안암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24시간 운영하기로 가맹본부와 계약해서 야간 매출이 아르바이트생 시급보다도 덜 나오는데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우대수수료율 혜택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 매출액 2억 원, 3억 원이었던 영세·중소 가맹점 기준이 각각 3억 원, 5억 원으로 변경되며 대상 업소가 확대됐지만, 실제 혜택은 인건비 증가를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해서다. 연 매출 3억 원이 모두 카드로 결제됐을 경우, 변경 기준에 따라 우대수수료율 0.8%가 적용돼도 카드 수수료는 한 달에 20만 원 수준이다. 참살이길의 한 편의점 점주 김 모씨는 “카드 수수료라고 해봤자 한 달에 20여만 원 정도 나오는데 이는 인건비 부담에 비할 바가 안 된다”며 “가맹비를 내고서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면 수중에 남는 수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편의점처럼 단순히 하루 매출이 높아 연 매출이 5억 원을 넘는 경우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금융위원회 양병권 사무관은 “물론 편의점처럼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있지만, 영세 중소 가맹업체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고윤광 선임은 “현재 시행 중인 정책 내에서 소외되는 업종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다”며 “소액결제가 주로 이뤄지는 경우엔 지금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방안을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글 | 박규리 기자 curious@

사진 | 김도희 기자 doy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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