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희수(이과대 물리16) 씨가 신입 부원들에게 최근 열심히 연마한 카드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흐르고 눈부신 불빛이 비추는 무대 위, 신묘한 속임수로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마술사.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켜 다른 곳으로 집중시키는 ‘미스디렉션’은 마술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기술이다. 2003년, 마술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여 시작된 중앙마술동아리 ‘미스디렉션(회장=정재인)’은 놀라운 마술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미스디렉션이 안내하는 황홀한 마술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았다.

 

관중의 시선을 압도하는 카드마술

“여러분 스시토로에 가보신 적 있나요? 스시토로 사장님은 초밥의 무게만으로 밥알 개수를 맞추시더라고요. 이 신기한 능력을 마술에 적용해 봤습니다.” 말을 마친 미스디렉션 교육부장 강상훈(문과대 심리17) 씨가 마술카드를 높이 들어보이자, 신입회원들이 흥미에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 강 씨는 무게만으로 카드가 몇 장인지 알 수 있다며 먼저 10장의 카드를 떼어냈다. 그리고 관객 중 세 명을 지목해 각자 감으로 10장의 카드를 뽑아보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고민하는 눈빛으로 어림짐작하며 카드를 한 더미씩 집어 들었다. “다들 뽑으셨나요? 이제 10장씩 정확히 뽑으셨는지 세보겠습니다!” 강 씨가 세 더미의 카드 개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10장을 뽑은 학생은 환호를, 조금 모자라거나 넘치게 뽑은 학생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는 강 씨가 의도한 마술이 아니었다. 진짜 마술은 따로 있었고 지금까지는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속임수였던 것. “사실 10장을 뽑으라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진짜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그가 세 카드 더미의 맨 윗 장을 뒤집자 각각 다이아몬드10, 하트10, 클로버10이 나왔다. “짠! 여러분들이 뽑은 카드 속에는 모두 10카드들이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트릭에 관객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 대박이다!” 처음 스시토로 이야기부터 모든 과정이 반전을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다.

성공적인 카드마술로 정기 강습의 시작을 알린 강상훈 씨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강 씨의 시범 후 기존 부원들이 신입부원에게 조별로 마술 기술과 트릭을 밀착 지도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 중지로 카드의 양쪽을 잡고 오른손 엄지로 카드를 잡아서 내려 보세요. 이 기술이 오버핸드셔플입니다.” 동아리에 참여한 지 어느덧 2년 반이 돼간다는 진희수(이과대 물리16) 씨가 오버핸드셔플(양 손의 높이 차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카드를 섞는 기술)을 하며 능숙한 솜씨로 카드를 섞자, 신입회원들이 카드를 들어 따라해 보았다. “앗, 이거 보기보다 쉽지 않네!” 감촉이 부드러운 카드가 몇 장씩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바닥으로 흩어졌다.

이날 신입부원들이 새롭게 배운 마술은 ‘키카드’(관객이 고른 카드를 마술사가 찾아내는 마술)다. 교육에 앞서 진 씨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진 씨가 카드를 펼친 후 한 장을 뽑아달라고 하자, 전해주(공과대 산업경영18) 씨가 조심스럽게 한 장을 뽑아 몰래 확인한 후 뽑은 카드를 가장 위에 얹었다. 관객이 원하는 대로 다시 섞인 카드더미는 책상위에 넓게 펼쳐졌다. “제가 해주 씨의 눈을 읽으며 카드를 찾아보겠습니다. 혹시 여기 5장 중 뽑은 카드가 있나요?” 진 씨의 물음에 전 씨가 놀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5장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주시겠어요?” 전 씨가 잡은 카드를 ‘탁!’하고 치자 4장의 카드가 손에서 흩어지고 한 장의 카드만이 덜렁 남았다. “헉! 클로버3, 제가 뽑은 카드예요!”

 

떨리는 공연, 뿌듯함은 두 배

“흥미로운 마술 공연을 통해 마술이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마술 대중화를 향해 달려가는 미스디렉션, 부원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술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외부 강연을 나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근 고등학교와 도서관에서 간단한 카드마술을 가르쳤다. 주정환(공과대 전기전자17) 씨는 “외부 강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마술을 소개하며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기 전엔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많이 떨렸는데, 학생들이 마술을 신기해하며 따라하는 모습을 보니 마술이란 게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구나 싶었어요! 제 마술을 보며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미스디렉션 회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활동은 곧 다가올 9월 정기공연이다. 정기공연에서는 카드와 동전을 이용하는 클로즈업 마술은 물론이고 직접 보기 어려운 스테이지 마술(다수의 관객을 상대로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마술)까지 즐길 수 있다. 주정환 씨는 지난 3월 정기공연에서 ‘실연당한 마술사가 신세한탄을 한다’는 테마로 스테이지 마술을 선보였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마술을 하다 보니 전체적인 구성이 정말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만들어낸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박수를 받을 때 뿌듯했죠.”

회원들은 성공적인 정기공연을 위해 여름방학 동안 다양한 스테이지 마술을 연마하게 된다. 정재인 회장은 더 많은 이들이 공연을 통해 마술의 즐거움을 느끼기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스테이지 마술은 말이 아닌 음악과 행동으로 진행되기에 관객들의 긴장감과 놀라움이 두 배가 됩니다. 미스디렉션 9월 정기공연에 오셔서 꼭 즐겨보세요!”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사진|이희영 기자 hee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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