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던 직접 임금지원 정책인 ‘일자리안정자금’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4월 24일을 기준으로 누적 신청 노동자 수가 180만 명을 넘어섰다. 소상공인들은 정책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소상공인 부담 덜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일자리안정자금은 지난 5년간 평균 7.16%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올해 16.4%로 급격히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느끼게 될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에 과거 추세를 상회하는 인건비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다. 일자리안정자금 시행으로 30인 미만의 고용 사업주들은 월 급여 190만 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사업장은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 일자리안정자금계획단 김태오 과장은 “기존 사회보험을 사용해서 신청자들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미진했던 보험가입률 확대 등의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보험 미가입자도 안정자금 혜택을 보다 쉽게 누리도록 사회보험료 지원도 확대됐다. 고용보험기획과 관계자는 “5인 미만의 사업장 신규가입자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비용의 90%, 기존가입자는 4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율을 확대했다”며 “이후 지원비율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단시간노동자도 지원대상

  5월 현재 안암동 일대 편의점 17개 점포 중 현재까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지점은 3곳에 불과하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보험료 부담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발표한 ‘2017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 중 사회보험 가입률에 따르면 고용보험은 13.9%, 건강보험은 12.9%에 불과하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사회보험을 신청할 경우 지원금보다 보험비가 더 많이 나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것이다. 본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민수(남·36) 씨는 “언제까지 시행될지도 모르는 사업인데 기존 아르바이트생들을 정규직원으로 등록해서 4대 보험까지 다 가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르바이트생들이 4대 보험 가입을 기피해서 신청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보험금을 납입해야 하는 경우 소득이 감소해서다. 한 편의점 점주 이 모씨는 “당장 용돈이 급한 경우가 많기에 월급이 줄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제 노동자와 일용노동자도 190만 원 미만의 임금 기준과 1개월 이상의 고용유지 조건만 충족하면 지원대상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상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 15시간 미만, 월 6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초단시간근로자, 합법 취업 외국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알려진 바와 달리 편의점의 초단시간노동자들도 보험 가입 없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단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은 “영세소상공인의 정보 접근성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도 제기돼 오긴 했다”면서도 “현재의 방식보다 더 간단하고 쉽게 지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번거로운 신청, 한시적 제도의 한계

  사회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의 경우 초기 신청 이후 매달 지원금이 자동지급 된다. 보험납부와 연계돼 자동으로 전산 처리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퇴사하거나 임금수준이 바뀌었을 때 신고만 하면 된다. 반면 보험가입 대상자가 아닌 경우엔 사업주의 신고 없인 근로자의 근무상황을 알 수가 없기에 별도로 마련된 신청서를 통해 매달 신청해야 한다. 김태오 과장은 “매번 서류 제출하는 것이 번거로울 순 있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객관적인 자료 확보 후에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시적 사업인 만큼 해당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은 각 자영업자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오상봉 연구위원은 “일자리지원자금과 같은 직접 임금지원 방식을 계속할 수도 없고 이를 정당화하기도 힘들다”며 “사회보험료 지원 같은 경우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효과가 있으니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세 소상공인들을 간접 지원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박규리 기자 curious@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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