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굿즈 구매나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나타나는 미닝아웃은 온라인상에선 해시태그(#)의 형태로 이어진다. 해시(#) 기호 뒤에 단어를 사용해 관련된 정보를 결집하는 역할을 한다. SNS가 활성화되며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해시태그는 가치의 발현을 손쉽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소비를 표현하는 방식, 해시태그

  소비자의 구매는 해시태그라는 방식으로 아웃(out)되고 있다.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SNS에 올리고 해시태그를 다는 형태로 본인의 소비 행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복시우(여·27) 씨는 <82년생 김지영>을 구매해 읽고 인스타그램에 책 사진과 함께 ‘#82년생김지영’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책을 읽으며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당해온 여성혐오에 대해 인식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복 씨는 “게시물에 책을 읽은 다른 친구들의 댓글이 달려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며 “서로의 견해를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해시태그를 통해 동일한 키워드를 태그한 다른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해시태그가 가지는 주된 기능이다. 연관된 문제로 시야를 넓히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가 되기 때문이다. 임하늘(여·19) 씨는 백남기 농민 사건을 알리기 위해 ‘#No_Democracy_No_Nation’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트윗했다. 임 씨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절박함을 알리고, 그 뜻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선언하는 의미에서 해시태그를 사용했다”며 “당시 사용한 해시태그에서 #살수차, #캡사이신 등의 연관검색어가 제시돼 동아리 활동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해시태그

  해시태그는 소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매체로도 사용된다. 자신의 문제나 생각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 해시태그를 쓰는 것이다. 박 모(여·23) 씨는 전북대 성소수자 동아리가 강제해체, 동아리실 폐쇄 등의 대우를 받았다는 글을 보고 부당하다고 생각해 이에 항의하는 의미의 #퀴어는_열린문 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박 씨는 “해당 동아리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고, 문제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해시태그를 해 트윗을 올렸다”고 말했다

  파급력이 크다는 SNS의 특성상, 해시태그는 특히 젊은 층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 #Metoo 운동은 해시태그가 가지는 여론결집의 대표적 사례다. 박 모(여·27) 씨는 다른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업로드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겪었던 성희롱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았다. 박 씨는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면 주변사람도 사회문제를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운동이 더 널리 퍼져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게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재미와 가벼움만 추구하던 인터넷 담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의 표출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간 청년층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간주돼 왔지만 해시태그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는 걸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해시태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해시태그가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집합행동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평가도 있다.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함께하는 문화를 해시태그가 돕는다는 얘기다.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젊은 세대는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연대하는 특징을 가진다”며 “기성세대가 지연이나 학연과 같은 기존의 관계에 의존하다면 SNS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공통관심사를 가지고 소통하고 뭉치는데 훨씬 익숙하다”고 말했다.

 

글│박문정 기자 moonlight@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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