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 구성원들이 봄의 완연함을 느끼고 있는 사이, 우리 민족은 판문점선언으로 다가온 또 다른 봄에 대한 갑작스런 기대감으로 들떠 있습니다. 이러한 5월에 교육구국과 공선사후의 개교이념을 바탕으로 민족의 염원을 담아 설립된 본교가 개교 11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전체교수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지금의 고려대학교가 있기까지 헌신해 온 모든 고대가족들께 최대의 경의를 표합니다.

 고려대학교가 양성한 인재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발전과 견제의 주체로서 그 책임을 다해 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통일한국시대에서도 고려대학교 졸업생들은 특유의 열정과 고대정신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할 주체가 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몇 년간 각종 연구사업과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인문사회, 과학 및 기술,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50위권 이내 또는 100위권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고려대학교의 교직원, 대학원과 학부의 재학생, 그리고 교우회를 중심으로 한 열정적인 졸업생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각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려대학교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자부심은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고려대학교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교수의회는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바탕으로 대학본부와 현안문제를 논의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교수의 대의기관인 교수의회에 대한 대학본부의 인식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부총장 및 대학원장의 임명동의 요청 시 교수의회 출석요청을 지속적으로 무시했으며, 세종의 행정전문대학원장 서리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였으나 이 또한 무시했습니다. 이는 교수의회의 인준 제도를 무시하는 독선이고, 대학본부가 교수와 교수의회를 존중해왔던 아름다운 전통을 깨는 것입니다. 교수의회는 앞으로도 구성원간의 소통을 매개하는 역학을 지속하고, 대학본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정당한 후원을 계속할 것입니다.

 올해 하반기는 고려대학교의 제 20대 총장선출이 있을 예정입니다. 교수의회의 총장공약 평가제도가 고려대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음을 고려하여, 입후보자들께서는 개교이념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공약을 제시하고 품위 있는 활동으로 고려대학교의 자부심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교수의회는 입후보자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일부규정을 개정하였으며, 예비심사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교수대표 선출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엄정한 중립을 지킬 뿐 아니라, 진정으로 고대를 발전시킬 후보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선거의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감시하겠습니다.

 현 총장이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몇 가지 사항을 당부 드립니다. 이미 도입된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는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진행 중인 사업은 시의적절한 것인지 확인해 주기 바랍니다. 캠퍼스별 학사지원본부의 도입과 무기계약 행정직원의 채용이 얼마나 행정을 개선했는지 평가해 주기 바랍니다. SK미래관과 수당패컬티하우스의 추진과정에 해당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잦은 공사 중지로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학본부는 제한된 재원과 자원을 교육/연구현실의 개선과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또한 학내의 현안들에 대해 구성원들과 충분한 소통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학내구성원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랍니다. 총장과 대학본부는 학내구성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각 구성원들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자발적으로 그 역할에 매진하는 아름다운 고려대학교의 전통이 유지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모든 고대가족과 더불어 고려대학교 개교 113주년을 축하합니다. 고대가족 여러분께서도 고려대학교가 시대적 요구에 맞춰 선도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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