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후 본교의 입학전형은 ‘고려대가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해왔다. 다양한 전형이 신설되고 폐지됐지만, 본교의 설립이념과 교육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지난 10년간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은 본교 입학전형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입학사정관제 도입…고교등급제 의혹 불거져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추진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봉사 시간 등 정량적 지표뿐 아니라 인성과 특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전형이다. 본교도 2009학년도 입학전형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수시 2-1 학생부종합전형, 수시 2-2 교육기회균등전형을 신설했다. 인재발굴처 최인식 부장은 “정량적 지표로 학생들을 선발하다 보니 이름 있는 상과 인증서를 받기 위해 시간과 돈을 지나치게 투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이런 현상을 보며 정량적 평가에 한계를 느꼈고 정성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 김형일 소장은 “당시 정부는 입학사정관 선임 시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각 대학에 입학사정관제 선발 도입을 장려했다”며 초기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에 있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듬해인 2009년, 본교가 수시 2-2 입학전형에서 ‘3불 정책 중 하나인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해당 전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1단계 합격자 중 일반고 학생보다 내신이 낮은 특목고 학생이 많다는 이유였다. 당시 수시 2-2 전형에서 낙방한 학생 18명의 학부모들이 창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창원지법 민사6부는 해당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고려대가 사용한 내신등급 보정은 고교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측의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에서 본교가 승소한 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 이후 교육현장에서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수시 확대하고 OKU전형 신설…학부제 폐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본교의 수시모집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2009학년도에 53.5%였던 수시모집 인원 비율이 2010학년도에 58.5%로 상향됐으며, 입학사정관제로 전체 정원의 23.2%를 선발했다.

  특히 2013년 도입된 수시 ‘OKU미래인재전형’은 면접에서 15분 분량 강의 2개를 듣고 논제에 맞춰 리포트를 작성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 받았다. 최인식 부장은 “OKU미래인재전형은 학생들에게 ‘너의 우수성을 맘껏 입증해보라’고 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이 전형을 통해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는 학생들의 특질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전형을 준비한 수험생들은 당시 지원학과와 관련된 비교과 활동에 집중했다. OKU미래인재전형을 통해 본교에 입학한 황경진(문과대 서문13) 씨는 “포트폴리오나 전공적합성에는 자신 있었지만, 내신이 낮았기에 이 전형이 최적이라 생각했다”며 “OKU는 내신 성적보다는 개인의 역량을 보는 전형이라 좋았다”고 전했다. 교수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OKU전형은 시행 2년 만에 운영비용 문제로 폐지됐다.

  OKU미래인재전형 신설과 함께 생긴 큰 변화는 학부제에서 학과제로의 전환이다. 학과제 도입은 학부제에서 드러난 △학과 간 서열화 △전공교육약화 △학과소속감 결여 등의 취약점 때문이었다. 14학번부터 문과대를 비롯한 각 단과대에서 학과제 체제로 전환해 입시를 진행했다. 학부제로 운영하라는 정부의 강제가 2014년 해제되면서 내부 합의가 이뤄진 학부부터 학과제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학생들은 ‘학부제는 단점이 많았다’며 학과제 도입을 반겼다. 학부제로 입학했던 이명오(정경대 행정15) 씨는 “1학년 때 전공관련교양 과목을 들으며 적합한 학과를 찾았으나 결국 학점으로 과를 고르기 때문에 원하는 과에 진입할 수 없었다”며 “원치 않는 과에 진입하게 되니 학교생활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변화 컸던 2018 입시…2020학년도는?

  박근혜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전환하며, 학종 전형에 대한 국고 지원을 확대했다. 이에 발맞춰 본교도 2015학년도 입시부터 융합인재전형(융인)을 신설하고 수시전형 선발 인원을 더 늘렸다. 최인식 부장은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떨어졌고, 중도탈락률이 높았다”며 “학교에 만족하면서 다니는 학생이 많지 않은 정시 전형으로 많은 수를 선발할 이유가 없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교육현장에서는 외부활동보다 교내활동에 집중하며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융인 전형으로 본교에 입학한 이지은(문과대 심리16) 씨는 “이 전형에서는 토플이나, 입상 경력 등 외부 활동은 적을 수 없고 학교 활동만 제출할 수 있어서 생활기록부 관리에 힘썼다”고 입시 경험을 전했다.

  2015년 염재호 총장은 입학처의 명칭을 ‘인재발굴처’로 변경하고, 사교육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전형의 선발 인원을 축소하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인재발굴처는 2018학년도부터 사교육의 영향이 큰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감축했다. 학종은 크게 학교추천Ⅰ과 일반전형, 학교추천Ⅱ 세 전형으로 개편됐다. 최인식 부장은 “고려대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는 가장 적절한 전형이 학종이기 때문에 논술을 폐지하고 학종 선발인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학종 확대는 학생들이 더는 수능에만 매달리지 말고 토론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하며 학교생활에 충실하기 바라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본교가 발표한 2020학년도 입학전형의 주요 사항은 ‘정시 모집인원 확대’와 ‘수시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 유지’다. 일부 언론사에서 본교가 교육부 의견을 일부 수용해 정시모집 인원을 소폭 늘린다고 보도했으나, 인재발굴처는 해당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최인식 부장은 “정시 모집 확대는 교육부와 큰 관련이 없다”며 “특기자전형의 인원을 축소하면서 이 인원을 이미 규모가 큰 수시 전형 대신 소수를 선발하는 정시 전형에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고려대의 입학전형이 암시하는 바는 ‘건전한 고등학교 생활을 하라’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며 학교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그래픽 | 이선실 디자이너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