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다원화된 수시 제도로 인해 변수가 가득한 입시제도 속에서 일부 수험생들은 자신의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재수를 결정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수를 시도하는 학생도 있다. 본지는 타 대학에서 본교로 반수한 김재성(보과대 보건환경17) 씨, 본교에서 타 대학으로 반수한 권형목(경희대 치의예과18) 씨, 타 대학으로 반수를 시도하다 본교로 복학한 최현민(미디어17)씨를 만나 반수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김재성(보과대 보건환경17)

 

  “안녕하세요,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재성입니다.” 본교 보과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에 2017년 입학한 김재성 씨, 본교에 입학한 뒤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는 김 씨는 올해 학부 부회장까지 맡으며 활발히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앞서 2015년 타 대학에 입학했었고, 두 차례 도전을 통해 본교에 입학했다.

 

  김재성 씨는 현역 수험생일 때 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김 씨가 대학에 등록한 이유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한 조치였다. 입학 당시부터 반수에 뛰어들 마음을 먹고 있었다. 김 씨의 결심은 자퇴를 결정할 정도로 굳건했다. “1학년 1학기만 학교에 다녔어요. 세종대는 1학기만 다니고 휴학할 수 없는 제도가 있어 재입학 조건만 충족시키고 자퇴했습니다.”

 

  하지만 재도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성에 차지 않았다. 반수를 통해 향상시킨 수험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았다. 원래 다니던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싫었다. “제 능력의 100%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주변 만류나 걱정에도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삼수에 도전한 김재정 씨는 학교에 복학하지 않고 자퇴한 채로 1년을 더 공부했다. 삼수할 때 김 씨를 가장 괴롭힌 건 외로움이었다. 주변에 재수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 공감대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친한 친구들도 모두 군대에 입대해 말을 할 기회조차도 드물었다. “지금이야 1~2살, 3살 차이도 장난치고 잘 놀죠. 그런데 수험생활을 할 때는 1년 차이가 크다 보니 힘들었어요. 말할 기회도 없어서 편의점 가서 종업원과 나누는 대화가 전부일 때도 있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김재성 씨는 삼수 도전을 거쳐 본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에 입학했다. 현재는 학교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학과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꿈꿔왔던 대학이라 더 좋아요. 학과 인원이 많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반수를 거친 뒤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여러 상황이나 사람들이 자신을 거쳐 갈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더 정을 붙이고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에 입학한 후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 과대를 맞고 과 생활을 열심히 한 이유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부회장 활동을 하며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할 거에요.”

 

권형목(경희대 치의예과18)

 

  권형목 씨는 본교 신소재공학부 17학번이었지만 반수를 통해 경희대 치의예과에 합격했다. 현역 수험생 시절 모의고사 점수에 비해 낮은 수능 성적을 받아든 권 씨는 성적에 맞춰 본교에 지원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나이가 들어 후회로 남을까 걱정돼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반수를 결심했다. “만약 성공하면 더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도전해봤기에 나중에 ‘조금 더 열심히 해볼 걸’하고 후회하지 않겠더라고요. 다시 수능을 본다는 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어요.”

 

  권형목 씨는 휴학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는 ‘무휴학 반수’를 했다. 정시 반수를 준비했던 권 씨는 대학 학업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며 바쁜 1학년 2학기를 보내야 했다. 권 씨가 있었던 신소재공학부 전공 강의 중에는 한 학기에 시험을 3차례나 보는 수업도 있었다. 수능대비에 많은 시간을 배분하다 보니 학점관리에 애를 먹었다. 때문에 남들과 다른 반수 방법을 찾았다. “시간이 없어서 과외나 학원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며 제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대학교 시험은 시험 3~4일 전부터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권형목 씨는 현역 수험생 시절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수능을 준비했다. 작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실력을 활용하려는 게 권 씨의 계획이었다. “모르던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기 보다는 작년의 자신을 믿으려 했습니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실수하지 않도록 문제를 푸는 데에 집중하니 부담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권 씨의 반수는 경희대 치의예과 합격으로 결실을 봤다.

 

  신입생으로 대학 생활을 1년 해 봤던 권형목 씨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두 번째 신입생 생활을 맞이했다. 처음 신입생으로 본교에 입학했을 땐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신기하고 어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새내기 생활은 달랐다. “‘보다 여유로워졌다’가 요즘 제 생활을 잘 설명하는 어구 같아요. 한 번 겪었던 새내기 생활을 다시 하다 보니 여유가 생겼어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못 해봤던 동아리 활동이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는 데서 느끼는 부담을 덜어내니 조금 더 편한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권형목 씨는 대학을 늦게 들어간 만큼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본교 신소재공학부에 있을 때는 학점과 대외활동 같은 스펙에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이젠 유급당하지 않고 6년 안에 졸업하는 게 최대 목표다. “늦은 만큼 빨리 졸업하고 싶어요. 마침 치과대학은 대학 특성상 대외활동과 학점 같은 스펙이 중요한 평가항목이 아닙니다. 고려대에서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과 동아리와 선배들과의 유대관계, 그리고 졸업에 더 신경을 쏟아보려고요.”

 

최현민(미디어17)

 

  “재도전하려다가 발을 뺐죠. 제가 너무 틀에 박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현민 씨는 본교 미디어학부에서 2년째 재학 중이다. 작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최 씨의 바람과 달랐다.

 

  반수를 결심할 당시 최현민 씨는 서울대가 최고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최고를 바라보다 문턱에서 떨어져 남았던 아쉬움에 재차 수시 지원서를 쓰게 됐다. 전공과목이 자신이 기대한 바와 달랐다는 점도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너무 실습 위주로만 꾸려진 전공수업이 저와는 거리가 있었어요. 저는 영상과 광고엔 관심이 없는데 다른 학생들은 실습 강의만 늘려달라고 하니 제가 들을 수 있는 강의가 남지 않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시 반수를 준비하려면 늦어도 여름방학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년 동안 수능 공부를 놓아 잊어버린 감을 되살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현민 씨는 반수를 늦게 결심해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 최 씨는 정시는 포기하고 수시로 반수를 해보기로 했다. “저는 휴학도 하지 않았어요. 무휴학 반수를 해서 반수 때문에 포기하거나 손해 본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휴학 반수를 하다 보니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학교생활과 반수 준비를 병행하느라 동아리 활동과 수업에 빠져야 했다. 결석이 잦아질 때마다 눈치 보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 늘고 마음도 오락가락했다. “어차피 떠날 학교라는 생각에 학교생활이나 활동에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활동에 소홀해지기도 했죠.”

 

  최현민 씨는 철저히 준비해 학생부종합전형 1차 선발에는 합격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결과를 얻지 못하며 최종 불합격으로 반수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던 최 씨는 ‘삼반수’를 고민하기도 했다. “면접에서 떨어지고 먼저 든 생각이 ‘다시 도전해야 하나’였어요. 고려대에 있어서는 제게 장래성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반수에 실패했으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휴학계를 내고 수강신청도 하지 않으며 삼반수 준비를 하려던 최현민 씨는 개강 직전 복학을 결심했다. 자신이 품은 마음을 성찰한 결과 최고만 좇는 삶을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단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위에만 쳐다보고 살았던 것 같았습니다. 틀에 박혀 살기보단 흐르는 대로 살면서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반수 경험은 최현민 씨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학교생활의 방향성도 변했다. 최 씨는 이제 목적지를 정해놓는 학교생활보다는 이것저것 접해보며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갈 생각이다. “실패의 쓴맛을 보고 다시 시작해서인지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들으며 제 길을 찾아 나갈 계획입니다.”

 

 

글|진현준 기자 perfact@

사진|김도희 기자 doyomi@

사진제공|김재성(보과대 보건환경17)‧권형목(경희대 치의예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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