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3년간의 사업기간 중 2년이 흘렀다. 2016년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본교 CORE 사업단은 ‘세상을 품고 앎의 바다에 도전하는 지성’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평화적 상생, 창조적 융합, 신지식 창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다. 문과대에서 운영하던 융합전공의 종류를 늘려 운영하고 있고, 학업지원금, 해외인턴, LAB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엔 이 사업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PRIME 사업으로 인한 ‘인문학 죽이기’를 수습하는 끼워넣기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사업 종료를 9개월 남짓 남겨둔 지금, 송혁기 본교 CORE 사업부단장을 만나 CORE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CORE 사업의 구체적인 취지는 무엇인가

 

  과거 본교의 KU 인문 르네상스라는 개념을 참고하면 좋겠다. 인문학의 후속 세대 양성과 글로벌 지역 인재 및 융합적 지성인 육성이라는 본교의 교육 목적과 상당히 부합하는 것이 정부에서 내놓은 CORE 사업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인문학자의 길을 걸으려는 학생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주요한 취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학자로서 인문학의 뒤를 잇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이라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인문학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기초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을 공부하고 느껴봄으로써 차후 진로 계획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 기초학문심화모델의 성과라고 한다면

 

  우선 기초학문심화모델의 경우 수치적인 성과를 들 수 있겠다. 사업 1년차의 대학원 진학 대상자 23명과 2년차 27명 전원 다 본교 일반대학원으로 진학했다. CORE 사업 수혜자 외에도 대학원 전체 진학이 사업 전 2015년 24명에서 사업 2년차인 2017년 41명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양적인 성과 외에도 질적인 성과도 분명 있다. 본 사업단에서 지원하는 LAB의 경우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연계가 돼 연구주제에 대한 스터디를 하는 등 차세대 인문학자로서의 소양을 다지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1년 동안 총 32개의 LAB이 생겨났는데, 모두 학부생 때부터 대학원 진학 후에 필요한 연구 역량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글로벌지역학모델의 성과는

 

  글로벌지역학모델의 경우 총 4개 학과가 지원해 어학과 문학 외의 지역학이라는 개념을 다룬다. 학생들이 지역전문가로 커나가도록 교육과정의 30% 이상을 지역학에 할애했다. 특히 이 지역학모델의 경우 해외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기에 해외 인턴십이나 교환학생 등의 프로그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241명 정도의 교환학생이 모집돼 도움을 주고 있다. 해외 단기연수 프로그램도 상당수 운영해 성과를 거뒀다.

 

- 인문기반융합모델의 성과는

 

  인문기반융합모델의 경우 기존에 단과대에서 운영하던 인문학과 정의, EML, 과학기술학 외에 5개의 융합전공을 더 기획하고 추가했다. 학생들의 수요를 직접 조사해 융합전공 개설 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은 수요를 보였던 인문학과 문화산업 융합전공을 개설해 운영 중에 있다. 또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 양성을 위해 GLEAC를 만들었고, 작년엔 의료인문학 융합전공도 선보였다. 특히 이 의료인문학의 경우 의료가 사회나 문화적 요소가 융합적으로 섞이는 부분임을 감안하고 실제 수요를 반영해 개설했다. 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만든 융합전공이 바로 ‘통일과 국제평화’다. 통일을 준비하는 특화된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마지막 여덟 번째 융합전공으로 개설했다. 이러한 융합전공의 경우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가와의 접촉이 가장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인턴십 프로그램과 병행하고 있다. 문과대에서 인문학과 관련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최초이고, 총 23개 기관과 협약을 맺어 진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대학원 진학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학업지원금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대학원 진학을 예정하고 있는 3~4학년 학부생들에게 학업지원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 학업지원금의 경우 대학원 진학을 한다는 전제로 지급되는 것이지만, 진로 변경과 같은 사정으로 인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간단히 얘기하면 그럴 경우 전액 반납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리 대학원 진학이라는 전제 하에 지급하는 지원금이라고 공지했고 이를 어길 시에는 반납해야 한다는 요청도 했다. 아직까지 이에 어긋나는 사례는 없었고 국고 손실도 없다.

 

- CORE 사업이 도리어 인문학 진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당시 교육정책의 기조를 고려해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맞다. 이공계 수요만을 바라보고 대학을 구조조정하려던 PRIME 사업과 함께 쌍생아 사업으로 나온 것이 CORE 사업이다. 우선 이 두 사업이 같이 나오게 된 것에서부터 한계가 있었다. 인문역량강화와 취업역량강화라는 두 가지 방식이 혼재된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도 그러한 우려를 많이 했다. 그러나 교육재정지원사업으로서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인문학 진흥과 취업난 해소라는 두 목적을 잘 접목시켜 사업을 진행해왔다. 실제로 CORE 사업은 학과를 통폐합하기보다 학문 간의 벽을 허물어 새로운 진로를 열어주는 데 집중해왔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기존의 학과를 그대로 가져가되 융합전공을 통해 다양한 길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결코 기존의 기초학문을 무너뜨린다든지 인문학 진흥을 저해한다든지 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준비했다. 또 취업을 통해 사회진출을 바라는 학생들의 수요도 충족해야 했다. 이런 학생들을 돕는 데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고려도 있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멘토링 센터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인 것이다. 순수 인문학 육성과 산업수요 부응이라는 두 목적을 다 이루려고 했던 것이지 절대 한쪽에만 경도돼 사업을 운영한 것은 아니다.

 

- CORE 사업이 2019년 2월을 끝으로 종료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막 텃밭을 다지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CORE 사업이 끝난다고 하니 굉장히 아쉽다. 물과 양분을 끊어버리는 것 아닌가.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기에 진행해오던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단 한 명이라도 인문학의 진수를 느끼고 진로를 모색하도록 하는 게 소박한 계획이다. 또한 이 사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를 어떻게 지속할지 머리를 맞대고 동분서주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후속 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혹은 후속 지원이 없을 때 어떻게 유지할지를 준비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할 것이다.

 

 

글 | 박형규 기자 twinkle@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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