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크게 어울린다’는 의미의 대동제, 이 대동제라는 이름은 1984년 5월, 본교에서 시작됐던 ‘석탑대동제’에서 나왔다. 당시, 대학생들은 대동제를 통해 향락적 문화로부터 벗어나 사회구조에 대한 고민, 지역주민과의 화합 등을 담아내려 했다. 총학생회장이었던 고병현(교육학과 81학번) 교유는 1회 석탑대동제를 기획하며 “최악의 역사적 상황에서 먹고 즐기는 축제 문화는 결국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우월과 특권을 누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동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벤트와 수익사업 일색이었던 축제 문화에 대한 반성에서 대동제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대학축제는 과거의 대동제와 많이 달라졌다. 연예인들의 공연이나 주점 문화를 즐기며 휴식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지역주민과의 ‘대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일 교육부의 주세법 준수 요청 공문이 내려오면서 대학축제 주점 문화에도 다양한 시선이 엇갈렸다. 축제를 목전에 두고 주류 판매를 금지한 것은 유감스럽다는 반응부터, 이번 조치를 통해 음주 위주의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축제 전반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지금, 대동제와 주점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본 홍지수 2018 석탑대동제 KUniverse 준비위원장, 장지웅 국어국문학과 주점준비위원장, 박건후 2017 석탑대동제 KURAYON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지수 2018 석탑대동제 KUniverse 준비위원장 인터뷰

- 이번 2018 석탑대동제 기획의 전체적인 기조나 방향성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이번 석탑대동제 KUniverse는 준비위원 82명 모두가 머리를 맞대 기획과 운영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올해 대동제의 기조는 ‘당신으로, 빛내주세요.’로, 고려대라는 우주를 밝히는 빛은 학우 여러분 모두라는 뜻이다. 본교 학생 모두가 우주를 빛내는 별과 행성이 돼 끝없이 짙고 어두운 우주를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동제를 통해 모두가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떠나 행복하게 즐기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

 

- 대동제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처음에 축제의 기조를 고민할 때, 축제 기간은 학생들이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때라고 생각했다. 대학생들에게는 쉬어가는 그늘인 것이다. 나이와 학번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탓하기도 하며 삶의 아픔을 느낀다. 축제가 학생들의 빛을 찾아주고 행복감을 선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면 한다. 이번 대동제를 통해 빛나는 자기 자신, 행복한 자기 자신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웃는 게 굉장히 예쁜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길 바란다.”

 

- 이번 주류 판매 금지조치로 대학축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축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주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축제 내의 음주문화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축제에서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가 굉장히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류 판매 금지조치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학내에서 면허가 없는 학생들이 술을 판매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됐고, 이는 법을 준수해 바로잡는 것이 맞지만 축제 준비가 한창인 5월 1일에 갑작스럽게 공문을 보낸 부분은 굉장히 유감이다. 또한 술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 음주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원래 학내 주점에선 일반적인 술집에 비해 술값을 비싸게 받아 주점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술을 조금만 마시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 술을 외부에서 사오는 형식으로 진행하니 술값이 비교적 싸서인지 많은 분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술을 사와 마셨다. 오히려 취해서 쓰러지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 사고도 있었다. 학내 음주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그 개선방법으로 주류 판매 금지조치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이번 교육부의 조치로 대학축제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석탑대동제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대동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연예인과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이게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게 진정한 대동의 의미에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축제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대동제라는 이름을 내거는 만큼 대동의 의미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학우들이 빛날 수 있도록 학생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동제의 방향성에 대해 다음 석탑대동제 준비위원회가 고민을 덜 수 있도록 모든 행사가 끝나고도 깊게 고민해보겠다.”

 

장지웅 국어국문학과 주점준비위원장 인터뷰

- 2018 대동제 주점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주점 운영에 대한 가장 큰 방향성은 무엇이었나

  “다양한 먹거리들을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주점의 주목적이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학우들 모두가 화목하게 주점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고려사항이었고 그중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과의 경우 1학년밖에 주점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동제 주점은 1년에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점을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주점이라는 큰 이벤트를 오랫동안 함께 준비하고 다 같이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 대학생들에게 주점은 어떤 의미인가

  “대학생들에게 축제의 주점 문화는 젊음의 상징이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주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서로의 협동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수십 명의 인원이 뭉쳐서 주점을 준비하고 밤새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다소 서툴긴 하지만 대학생들의 젊음과 패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인원들이 서로 부대끼고 머리를 맞대며 즐겁게 일한 경험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라고 느꼈다.”

 

- 주점 운영을 담당했던 학생으로서, 대학생들의 축제 속 음주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음주문화의 개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다소 갑작스럽고 이 때문에 축제 운영에 혼선이 야기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주류 판매가 금지됨에 따라 대학 주점에는 술이 없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주류가 소비됐다. 대동제 기간 중 캠퍼스엔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이 매우 많았고 곳곳에 비틀거리며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자주 보였다. 술을 마시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술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에 음주 문화에 대한 점진적인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교육부나 행정기관의 제재가 없어도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축제 운영에 대해서는 대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예 음주를 금하거나 부스 운영에 대한 제한을 거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본다. 대학축제는 오롯이 대학생들의 것이어야 한다.”

 

- 새내기로서 현재의 대학축제 전반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열정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축제 전반에 뿌리내린 상업적인 부분이 너무 크다는 점은 아쉽다. 주점의 경우엔 적어도 적자를 면해야하기 때문에 비싼 값에 먹거리를 팔 수밖에 없다는 점이 유감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가 돼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치의 현장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대학축제가 다른 행사나 축제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다. 또 첫 대학축제를 맞이하는 새내기의 입장에서 외부로부터 대학축제에 대한 제재가 들어온 것에 대해 당황스러웠다. 자치활동의 결정체인 대학축제에선 대학생들의 의지와 노력을 우선적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건후 2017 석탑대동제 KURAYON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 2017 석탑대동제의 기조나 방향성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2017 석탑대동제 KURAYON의 3가지 주요 기조와 방향성은 ‘나의 색을 찾아서’, ‘당신의 색에 대하여’, ‘우리의 색을 위하여’다. 학우 개개인에게 고유의 색이 있다고 전제하고 축제를 기획했다. 4일간의 대동제 기간 속에서 본인의 색을 찾고, 타인의 색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색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따라서 이 기조에 맞춰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불편함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충분히 즐기는 시간이 될 수 있게 계획했다.”

 

- 작년 석탑대동제를 기조에 맞춰 평가한다면

  “거창했던 기조와는 달리 이를 오롯이 담아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기획단계에서 예산이나 시간문제로 인해 실행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색을 담아내는 시도도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 무대기획에서도 요일별로 다양한 장르들을 구성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 또한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요즘의 대학축제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과는 달리 ‘소비하는 문화’가 대학축제 전반에 자리 잡았다. 학생들이 더 이상 문화를 생산하는 주체가 아니게 됐다. 지금의 축제는 반복되고 지치는 일상 속의 쉼표 내지는 작은 일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향성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현재 대학축제의 모습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더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 대학축제에서 주점의 의미는 무엇인가

  “실제로 축제는 무대와 주점이 전부라는 시선도 있는 현실에서 그간 축제에 주점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점을 진행하며 즐거운 추억도 많은 만큼, 주점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인지라 이 문화가 사라지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동시에 주점이 없으면 축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축제의 방향이 이전과는 많이 바뀌었더라도 대학생들은 충분히 문화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음주 없이도 즐거운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방식은 앞으로 축제의 주체인 대학생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일 거라고 본다.”

 

글 | 박형규 기자 twinkle@

사진 | 고대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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