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시행된 본교 융합전공 제도는 매년 학생들의 수요가 늘어나 현재 이수자 수가 3380명에 달한다. 이번 학기를 기준으로 67개 학과와 대학원이 참여해 총 28개 융합전공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증가 추세인 수요와 규모에 비해 부족한 학교본부의 지원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늘어난 융합전공

  융합전공 제도는 2005년 ‘학제 간 다양한 융합을 통해 사회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새로운 인재 양성’을 목표로 시행됐다. 최초 시행 당시엔 연계전공이라는 명칭으로 ‘EU문화통상’, ‘통신수학’, ‘환경디자인학’을 비롯해 9개 전공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4년 융합전공으로 명칭이 변경돼 현재 28개의 융합전공이 운영되고 있다.

  2개의 학과가 참여하는 ‘암호학’, ‘사회규범과행정’, ‘식품산업관리’부터 15개의 학과가 참여하는 ‘인문학과 정의’까지 융합전공에 참여하는 학과의 수는 다양하다. 2014년 제정된 ‘융합전공운영지침’에 따르면 매 학년도마다 교무처가 일정 기간에 개설 신청을 받으며, 최소 2개 이상의 학과(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학과 포함)가 참여해야한다. 해당 융합전공 운영에 참여할 교수들로 ‘융합전공협의회’를 구성하고, 행정지원을 담당할 주관대학(원)을 정한다. 이후 주관대학(원)은 해당 전공의 중점 교육 내용 및 교육 목표, 교육 과정을 기술한 개설 신청서를 작성해 교무처에 제출하고 총장의 승인을 얻어 개설된다.

  융합전공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일반전공보다 다양한 과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EML(Emerging Market & Latin America)’ 수강생인 김용준(문과대 철학13) 씨는 “문과대의 경우 대부분의 전공이 순수 학문인데, 융합전공을 통해 실용적인 학문을 공부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전공이 융합돼 있어 여러 과목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반전공의 부족한 다양성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을 이수한 공과대 11학번 이 모 씨는 “패션 관련 전공이 없어 공과대로 진학했는데 입학 후 융합전공을 통해 패션 쪽에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부족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늘어나는 융합전공에 비해 부족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은 융합전공 운영에 큰 걸림돌이다. ‘인문학과 문화산업’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송혁기(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소수 교수들의 의욕과 열정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 본부의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본부 차원의 행정적 지원은 조교 인력 지원이 유일하고, 융합전공을 위해 배정되는 별도의 공간도 없는 실정이다. ‘인문학과 정의’ 주임교수인 이진한(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융합전공생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본교 교무팀은 “현재 융합전공에 대한 행정적 지원은 융합전공 운영지침에 따라 조교를 배정하는 것”이라며 “인력, 공간 부족은 융합전공을 포함한 많은 전공들이 안고 있는 문제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되는 예산도 부족하다. 현재 융합전공을 위해 배정되는 예산은 실험실습비인데, 이마저도 28개의 융합전공 중 유일하게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에만 지원되고 있다. 인문학 관련 융합전공을 재정 지원하는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 사업)도 올해 종료됨에 따라 재정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송혁기 교수는 “그나마 근래 몇 년간 CORE사업의 지원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사업이 끝나면 이제까지 운영해오던 초청특강, 인턴십과 같은 융합전공 프로그램들이 과연 얼마나 유지될지 우려된다”고 걱정을 표했다. 이러한 지적에 본교 예산팀은 “예산을 일부러 배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수요가 있고, 공식적인 요청이 있다면 충분히 예산에 반영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과 간 조율 부족, “자리 마련할 것”

  융합전공에 참여하는 일반전공 교수들도 고충이 있다. 특히 심리학과를 비롯해 ‘실용성이 높아 타 학문과 융합하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융합전공 참여 요청이 자주 들어오는 학과에서는 교원 인력에 대한 압박도 있고, 세부 커리큘럼을 조율하는 과정도 충분치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채연(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담당하는 과목이 융합전공 커리큘럼에 포함된다는 것을 학생을 통해 알게 된 적이 많다”며 “커리큘럼 구성 과정에서 기존 전공 교수들의 동의조차 거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교무팀은 “학과 사이의 협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본부 측에서 나서서 해결하기 어렵다”며 “융합전공 주임교수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융합전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본부의 충분한 지원과 관련 구성원들의 원활한 행정 소통이 필수적이다. 김채연 교수는 “활발한 소통을 통해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함께 확충해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점이 보완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융합교육을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박연진‧변은민 기자 press@

그래픽 | 정예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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