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광 기차가 지니갑니다. 모두 비켜주세요!“
▲ “당신의 피부톤에 맞는 머리색을 찾아보세요! 이 색깔은 어떤가요?”
▲ “코르크 마개를 와인잔에 넣고 상품권을 받아가세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2018 석탑대동제 KUniverse’가 진행됐다. 나흘 간 캠퍼스 이곳저곳에 설치된 부스가 학생들을 맞이하고 다양한 색깔의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날이 저물면 주점의 주홍빛 전등이 조금씩 불을 밝히고, 민주광장은 연예인을 보러온 사람들로 붐볐다. “어디 주점이 재밌을까?” “축제니까 밤새서 마시자!” 술과 분위기에 취해 새벽 늦게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주점 주류 판매 금지로 ‘김빠진 축제가 되려나’하는 우려가 무색하게 했다. 그렇게 대동제와 함께 한 5월의 넷째 주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Day 1·2 : “칙칙폭폭 2018 석탑대동제 출발!”

  “뭐부터 먹을까?” 석탑대동제가 시작되자 민주광장은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다양한 푸드트럭이 코코넛, 케밥, 불초밥 등의 음식을 선보이며 학생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배를 채운 학생들은 부스로 눈길을 돌려 다양한 활동을 즐겼다. 특히 ‘올리브영 컬러그램’ 부스는 손으로 버튼을 눌러 게이지를 채우는 게임과 꼬마 기차로 민주광장을 한 바퀴 도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다. 꼬마 기차 탑승자들은 붐비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봄비가 추적추적하게 내린 대동제의 둘째 날은 때마침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다소 한산했다. 하지만 대동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민주광장으로 모여 어느새 무대 앞을 가득 메웠다. 이동준(문과대 영문13) 씨도 이날 무대 진행을 맡은 후배와 초대가수를 가까이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지켰다. “비가 오는 휴일에도 많은 사람이 모이다니, 역시 고대인들의 열정은 대단해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대동제인 만큼 후회 없이 즐길 겁니다.”

  오후 3시 30분 ‘스텔라장’을 시작으로 대동제 공연의 막이 올랐다. 스텔라장은 비 내리는 날씨에 딱 어울리는 ‘It’s raining’로 분위기를 띄우고 본교 응원가인 ‘샹젤리제’를 부르며 함께 응원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가만히 무대를 바라보던 최다윗(사범대 수교16) 씨는 연신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연예인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니 색다르네요!”

  본교 동아리들도 무대 위를 빛내는데 한몫했다. 특히 정열적인 남미 춤사위를 선보인 중앙댄스스포츠동아리 ‘불아스’의 공연으로 민주광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후 ‘교실렌티’, ‘효창공원’ 등의 본교 공연팀과 ‘잔나비’, ‘멜로망스’ 등의 연예인 공연이 이어져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날 무대 진행을 맡은 최현민(미디어17) 씨는 관객과 모두 하나 돼 즐기는 분위기에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MC로서 궂은 날씨에도 찾아주신 분들을 보면서 행복했어요.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Day 3 : 다채로운 행사에 하루가 부족해

  비가 그치고 다시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쬔 셋째 날은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부스 활동이 이어졌다. 홍보관 앞에서는 ‘SK엔카’ 부스가 VR 레이싱 게임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VR 레이싱 게임은 생생한 입체 화면과 진동이 전해지는 의자로 실제 운전을 방불케 했다. VR을 처음 접해봤다는 전정민(이과대 화학17) 씨는 게임의 생생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화면 속의 자동차에 탄 것처럼 덜컹거림이 느껴지니 신기했어요!”

  민주광장 한 켠에선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10분 만에 핸드드립을 배울 수 있어요!” 신생 커피동아리인 ‘KUFFEE’가 사람들에게 종이로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드립을 소개했다. 참가자는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를 음미하며 커피 세계에 빠져들었다. 커피 퀴즈를 맞히면 어울리는 다과도 먹을 수 있다. 김주영 KUFFEE 회장이 커피 맛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다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저희 부스에서 원두를 가는 것부터 추출까지 배우면서 커피에 취해보는 건 어떤가요?”

  해가 조금씩 저물고 부스가 가득 찼던 민주광장에 은빛 돗자리가 깔리기 시작했다. 날이 제법 어두워지자 곳곳에서 전등이 켜지며 본격적인 ‘주점 개업’을 알렸다. 각양각색 컨셉의 주점들이 축제의 밤을 밝혔다.

  이번에는 여느 축제와 조금 다른 풍경이 보였다. 이날 각 주점 근처에서는 양손에 소주가 담긴 봉투를 들고 사람들 사이를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교육부의 주류 판매 금지 권고로 주점에서 직접 술을 팔지 못해 과별로 ‘배달꾼’들을 뽑은 것이다. 이들은 손님에게 심부름 비를 받고 가게에서 술을 사와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매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체육교육과 주점 서빙담당 이채영(사범대 체교18) 씨는 “술을 직접 팔지 못해도 손님이 넘친다”며 혀를 내둘렀다. “주점에서 술을 직접 팔지는 못하지만, 사 오는 등의 방법으로 술을 마실 수 있어요. 축제 분위기가 밋밋할까 걱정했는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네요.”

 

#Day 4 : 고대, 마지막까지 Turn it up!

  대동제의 마지막 날, 학생들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이날 대동제 공연 무대 테마는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손색없는 힙합과 EDM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래퍼가 돼 무대에 오른 ‘고대래퍼2’부터 ‘긱스’, ‘도끼&더콰이엇’ 등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의 공연까지 관객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비트에 너도나도 몸을 맡겼다. 조경준(미디어17) 씨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한껏 신이 난 모습이었다. “고대래퍼는 대학 축제에 잘 어울리는 좋은 행사라고 생각해요. 축제 마지막 날에 신나는 힙합과 EDM 음악으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생회관 옆 농구코트는 클럽을 방불케 한 민주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와인과 함께 버스킹 공연을 즐기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본교 중앙와인동아리 ‘소믈리에’와 버스킹동아리 ‘그렇고 그런 애들’이 협력한 와인페스티벌이다. 이지원 소믈리에 회장은 손님들이 와인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광경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2’에서 와인을 마시며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는 걸 인상 깊게 봤어요. 그 장면에 착안해서 버스킹동아리와 함께 기획한 행사죠.”

  그 시각 경영본관 앞 잔디에서는 서늘한 밤바람과 함께 영화제가 열렸다. 하지웅 경영대 학생회장은 손님맞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술, 연예인 공연같이 대학 축제라 하면 획일화된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 문화에서 벗어나 보고 싶어서 <라라랜드>와 <위플래쉬>를 상영하는 영화제를 준비했어요.”

  축제 마지막 밤까지 주점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석탑대동제의 명성을 들었는지 저 멀리 이웃 학교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교류반에서 주점을 열어 고대 축제에 놀러 왔어요. 술 판매가 금지라 편의점에서 사 와서 마셨는데 색다르고 재밌었어요.” 식품공학과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조성주(연세대 시스템생물학18) 씨는 “고대처럼 화끈하게 노는 곳이 없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축제의 끝이 아쉬운지 늦은 밤까지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남은 입실렌티 공연에 대한 설렘을 가득 안고, 대동제의 밤이 저물어갔다.

 

글 | 김인철·박성수 기자 press@

사진 | 김도희·류동현·박성수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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