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젱크 교수가 프랑스 중세문학에서 드러나는 자기인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3일 국제관 214호에서 ‘인문 전통과 인식의 지평’을 주제로 해외석학 초청 강연이 열렸다. 본교 ‘프랑스 15, 16세기 시학 연구팀’에서 주최하고, 코어사업단이 주관한 이번 강연에는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의 미셸 젱크(Michel Zink) 명예교수가 연사로 참석했다. 120여 명이 참석한 강연은 정태헌 문과대학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정태헌 학장은 “미셸 젱크 교수님이 강연을 통해 프랑스 중세문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와 그 중요성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던져주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어 “3년 만에 먼 길을 오신만큼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셸 젱크 교수는 강연에서 중세 문학과 예술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자기 인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철학자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의 견해를 빌려 “현대 시기와 중세 시기는 함께한다”며 현대와 중세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세 예술에는 개인의 사상을 표현하는 주체 인식이 나타난다”며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자기 인식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중세 예술의 주체 인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젱크 교수는 ‘자기 인식’은 끊임없는 알레고리(allégorie)를 통해 중세 예술과 문학에 내포돼 있다고 짚었다. 알레고리란 고대 그리스어로 ‘다른 것을 말하다’라는 의미다. 그는 “중세의 모든 문학과 예술에서 자신에 대한 인식과 비밀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알레고리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셸 젱크 교수는 두 가지 문학 작품을 예로 들며 작품 안에서 중세의 의식이 어떻게 알레고리를 통해 표현되는지 설명했다. 첫 번째 작품은 기욤 드 로리스(Guillaume de Lorris)가 집필을 시작해 장 드 묑(Jean de Meun)이 완성한 시 <장미 이야기>이다. 이 시는 화자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5년 전의 꿈 이야기를 섬세하게 기술한 작품이다. 젱크 교수는 “이 시의 저자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자기 인식을 드러낸다”며 “자신의 생각을 알레고리를 이용해 이야기 형태로 시에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예는 르네 당주(René d’ Anjou)의 <사랑에 빠진 ‘사랑’의 심장>이다. 이 작품은 사랑의 정복과 관련한 알레고리적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셸 젱크는 “여인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남자의 애원과 의식을 의인화했다”고 분석했다.

  강연이 끝난 뒤 본교 출판문화원장인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판문화원에서 낸 미셸 젱크 선생님의 책은 문학서적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며 “강연에 모시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황민재(문과대 불문14) 씨는 “불문학을 전공해서 강연에 관심을 가졌다”며 “주제가 어려웠지만 흥미롭게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 | 김예진 기자 starl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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