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제31대 세종총학생회 ‘비상’(회장=이희훈, 비상)이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다. 비상은 ‘복지 문화’, ‘정책’, ‘교육’ 세 가지로 공약을 세분했다. 교육동 신축, 흡연구역 설치 외에는 대부분의 사업이 미완으로 남아있다. 하반기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학생들은 지금까지 세종총학의 활동에 대해 “지난 학기와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용률 낮은 흡연구역…셔틀버스·녹지 개선도 제자리

  비상이 내건 공약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복지 문화’ 사업에는 △흡연구역 설치 △녹지종합운동장(녹지) 보수 △셔틀버스 개선이 있다. 선거 당시 비상은 “흡연구역을 설치하고, 지정된 장소를 캠페인을 통해 홍보하겠다”고 했다. 흡연구역 설치는 지난달 14일 완료됐으나 학생들의 체감이용률은 여전히 낮다. 학생들은 흡연구역에 대한 홍보 부족을 지적하지만, 비상은 약속했던 홍보 캠페인을 지금까지 시행하지 않았다. 이진(경상대 경영14) 씨는 “흡연구역 지정은 잘한 것 같은데, 사람들이 원래 피던 데서 피는 것 같다”며 “커뮤니티나 대자보를 통해 홍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총학 측도 이 문제를 알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재우 세종총학 집행국장은 “흡연구역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4~5일에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 답했다.

  운행시간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던 셔틀버스 ‘KOREA TOUR’ 업체에 관한 공약도 있다. 비상은 셔틀버스 관련 문제 발생 시 업체 측에 강력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김현석 인권복지위원장은 “작년은 셔틀버스 관련 건의사항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운영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는 여전하다. 김유나(글비대 독일학17) 씨는 “이번 학기 셔틀버스가 예정된 시간에 오지 않아 배차 간격이 20분으로 늘어난 적이 있다”며 “이런 경우 학교 측에 신고하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밤낮으로 학생들이 운동하는 녹지는 시설이 많이 낙후돼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비상은 녹지 보수를 학교 측에 요청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진행되지 않아 불만이 나온다. 윤승훈(과기대 환경시스템16) 씨는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330m 트랙을 뛸 때 신발과 손에 페인트가 묻어나온다”며 “녹지 보수 공약은 도대체 어떤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만 비상은 “학교본부와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으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희훈 세종총학생회장은 “녹지 보수에 대해 학기 초 기획처장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안전에 관한 문제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내년쯤 전면보수나 부분보수가 진행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책’, ‘교육’ 공약도 지지부진…대부분이 “논의 중”

  ‘정책’으로 분류된 사업에는 비상이 강조했던 건물 신·중축과 회계감사에 관한 내용을 비롯해 소통에 관한 개선안을 담고 있다. 세종캠은 4월 4일 정문·문화스포츠관·산학협력관 기공식까지 착공 시기를 번복하며 학생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비상은 선거 당시 ‘건물 신·중축이 미뤄지지 않도록 강력한 요구를 할 것’과 ‘이후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할 것’을 약속했다. 양희민 세종총학 대외협력국장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두세 차례 학교 측과 면담을 했다”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완공일까지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상은 학생회계 특별감사위원회를 조직해 회계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학생대표들의 학생회비 횡령 사례가 발생하면서 회계감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비상은 겨울방학 중 세무사를 초청해 학생대표와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지만, 학생회계 특별감사위원회 구성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희훈 세종총학생회장은 “단과대에 압박을 주는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해 회계에 관한 권한은 각 단과대에 위임했다”며 “회계감사위원회 구성은 안 됐지만, 단과대별로 관련 회칙을 제정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소통과 관련해서는 △각 단과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운영 △불편사항 접수를 통한 문제 해결 △매학기 최소 1회 부총장과 처장단 간담회라는 내용이 담겼다. 비상은 약 400명과 친구를 맺고 있으며 문의 사항에 대해 관련 담당자가 답변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비상 측은 “플러스친구 1:1 채팅 기능으로 흡연구역 관련 불편사항과 몰카 의심 제보가 들어왔다”며 “카카오톡을 통한 소통은 기록이 남아 증거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전했다. 이희훈 세종총학생회장은 “부총장과의 간담회는 이번 학기에 2주기 평가에 대한 주제로 대화 나눌 예정”이라 덧붙였다.

  교육권 관련 사업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비상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한 공약으로 △전공과목 추가 개설 △학술정보원 리모델링에 따른 좌석 부족 문제 해결 △강의계획서 구체화 및 수강과목 포기제도 도입을 내세웠다. 특히 “학과별로 수요가 많은 전공과목을 학교 당국에 전달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전공과목을 증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공과목 수에 관한 학생들의 불만에도 공약이행은 지지부진하다. 김서연(경상대 경영12) 씨는 “복학을 하니 예전보다 전공과목 수도 부족하고 계절학기에도 과목이 몇 개 없어 신청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지훈(과기대 생명정보13) 씨는 “전공과목이 늘어나기는커녕 교수님 안식년이 겹쳐 줄어든 느낌”이라며 전공과목 증설을 위한 총학의 노력을 촉구했다. 성자운 세종총학 교육복지위원장은 “각 학과 학생회장을 통해 부족한 과목에 대해 의견 수합을 부탁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세종시 연계사업’까지…비상 “지켜봐달라”

  비상은 공약 외에 세종시와의 연계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연계사업의 일환으로 △권역화 문제 △세종시 주소이전 장학금 △청년정책위원회 참석이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논의되는 공공기관 지역인재채용할당제를 두고 세종시와 충남·대전권을 권역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세종총학은 “주변 학교와 연계해 ‘청년 의견서’를 세종시장 후보에게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희민 세종총학 대외협력국장은 “2025년까지 대학이 두 곳 더 들어설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세종시 청년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며 “권역화가 진행되면 세종시 청년의 일자리에 위협이 된다”며 권역화에 반대하는 견해를 전했다.

  비상은 안전 문제로 이행이 어려웠던 ‘카쉐어링’ 사업에 대해서도 세종시와의 연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세종총학이 참여하는 ‘세종청년위원회’에서 카쉐어링 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동현 세종총학 교육정책국장은 “세종시 차원에서 카쉐어링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정확한 내용은 이번 달 말에 결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상은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 공약들에 대해서 “남은 임기 동안 마무리를 짓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희훈 세종총학생회장은 “공약 외에도 대외적으로 청년정책위원회 등을 통해 대학생과 청년의 불편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엄지현 기자 thumb@

그래픽 | 이선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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